“이 그림속의 수많은 씨앗들이 그 동안의 비를 맞고 앞으로 더 아름다운 싹으로 피어날 것이다” 

매년 4월에 열리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일주일동안 100편이 넘는 세계각국의 영화가 상영된다. 14회를 맞이한 2012년 4월 19일에서 26일까지 4일이나 비가 내렸다. 대학생들의 중간고사 기간과 겹 친데다 비까지 내려 관객동원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오는 폐막식 날 장필화 조직위원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2011년 영화제 준비팀이 ‘off bean’의 제목으로 열린 내 개인전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포스터 그림의 제안을 하였 다. 붉은 팥에서 오색 콩으로 변화를 시도한 작품 에서 축제의 기운을 느낀다고 했다. 여성영화제는 나에게 학교이고 축제였다. 여성성에 대한 탐구의 장이었다. 일반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영화 들은 기존의 관념들과 충돌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였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도전하고 있는 여 성감독들은 물론 이 영화제를 가꾸어온 제작팀에 게 연대를 느낀다. 거의 빠짐없이 여성영화제를 관 람해온 나에게는 기쁜 소식이었다. 

이후 한 달 동안,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나의 콩들은 스스로 모이고 흩어지고 굴러간다. 축포처 럼, 꽃처럼 4월에 열리는 여성들의 축제를 축하 하였다. 

원작보다 조금 작은 2절 크기의 포스터를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대형 현수막으로 극장 앞에 걸렸을 때 내가 그린 가장 큰 그림을 보는 기쁨이 있었다.

- 정정엽(1962- ) 이화여대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9회. 2012-2013 아시아여성미술제(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 2011암스텔담아트페어, 애니멀리어(코리아나미술관) 작품소장-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아르코미술관,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