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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저평가된 근현대 미술시장의 활성화 방안

윤진섭

‘아트플랜트아시아2020: 갤러리데이’ 현장 (artplantasia.org)


며칠 전, 장기화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침체된 미술시장 살리기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할 기회가 있었다.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아트플랜트아시아 2020 ‘갤러리 데이’ 기념 부대행사로 열린 <근현대미술 재평가와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11월 14일)였다. 이 자리에서 한국화랑협회의 최웅철 회장이 “국내 근현대 미술시장의 현황과 화랑의 역할: ‘배운성’전 등을 예시로”라는 주제로, 삼성미술관리움 수집보존실장을 역임한 바 있는 황규성 갤러리온 대표가 “근현대 미술품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관리 매뉴얼 연구”에 대해 발제를 하였다.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열린 이 세미나에서 필자는 “저평가된 근현대 미술가의 발굴과 이론적 기반 마련을 위한 대안”이란 주제로 평소에 생각해 온 미술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였다. 

주최 측이 긴급제의 형식으로 이러한 세미나를 마련한 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끝 모를 데까지 추락해 가는 미술시장의 침체다. 알다시피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팬데믹 상황은 전 세계인이 10개월 이상을 마스크에 의존해 생활해야 하는 비상사태를 가져왔으며, 그 결과 국내에서 가장 큰 아트페어인 키아프 아트서울이 열리지 못하는 이변을 낳았다. 이 상징적인 사태만 보더라도 코로나19가 국내 미술시장에 미친 타격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코로나19가 미술시장의 침체에 미친 영향이 단기적이며 외부적인 요인이라면 근현대 미술에 대한 다각적이며 보다 심층적인 연구의 결여는 내부적인 요인이랄 수 있다. 이 세미나의 발제와 토론은 주로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전개되었다. 다음은 이날 발표한 내 발언의 요지이다. 
근대미술(Modern art)의 사조에 대해 일찍부터 미술사, 비평분야의 연구가 많이 축적된 서구와는 달리, 서구로부터 근대미술을 받아들인 우리나라는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는 물론이고 현대미술에 대한 학문적 담론이 서구처럼 활성화돼 있지 못하며, 그 이론의 축적 또한 그다지 튼실한 편이 못 된다. 미국의 경우, 유럽에 비해 후발주자지만 초대 MoMA의 관장을 지낸 알프레드 바(Alfred H. BARR Jr.)를 비롯한 수많은 미술사학자, 큐레이터, 미술평론가 등등의 노력에 힘입어 오늘날 세계미술을 선도하는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반면에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춘곡(春谷) 고희동(1886-1965)이 1909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미술학교에서 처음 유화를 배운 이래, 이제 겨우 100년을 넘긴 한국의 근대미술은 일천한 역사만큼이나 작가들의 면모가 생소하며, 그 연구의 부피 또한 서양에 비해 두꺼운 편이 못 된다. 

나는 대학생 시절인 1970년대 중반에 그 유명한 <인형이 있는 정물>을 그린 설초(雪蕉) 이종우(1899-1981) 선생을 뵙고 인사를 드린 적이 있다. 아마 그분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일 것이다. 그 시기에 초대 화랑협회장을 지낸 김문호(1930-82) 선생과의 만남도 기억에 새롭다. 
몸이 만나 기억하는 것은 책을 통해 이름을 아는 것과는 다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미술시장의 핵심을 이루는 소장자들이 일면식이 없거나 이름조차 생소한 근대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대미술은 차치하고 근대미술에 대한 진흥책은 과연 무엇인가? 미술사, 미술비평 등등 미술이론을 중흥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은 대중과 컬렉터를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 다리가 없으면 물류(작품)의 이동이 어렵다. 그 다리를 믿고 컬렉터들은 작품을 사기 때문에 미술 이론 분야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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