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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미술관의 작품판매 행위 논란

이규현

이규현의 美국&美술(11)


그림을 파는 게 나을까, 미술관 문을 닫는 게 나을까

“미술관 소장품은 신성한 것이며,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미국 미술관장협회 회장 케이윈펠트먼)
“작품을 팔아 돈을 마련하지 않았으면 우리 미술관은 역사 속의 먼지로 사라졌을 것이다.”
(내셔널아카데미미술관 칼마인 브래너건 관장)



미술관이 경제적 위기에 처했을 때 작품이라도 팔아서 수명을 유지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깨끗하게 문을 닫는 게 나을까? 미술관의 작품은 그 미술관의 사유가 아니며 공공 시민에게 보여주고 교육할 목적으로 있는 것이란 점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그래서 미술관이 문화기관이고, 그런 이유로 면세혜택도 받고 자금지원도 받는 것이다.
그런데 경기불황이 심해지자 “작품을 팔아서라도 미술관 생명을 이어가는 게 낫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나오고, 뉴욕 미술계를 중심으로 이를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 2008년 뉴욕에 있는 내셔널아카데미미술관(National Academy Museum)이 허드슨리버스쿨(Hudson River School) 작가 두 명의 그림을 합해서 1350만 달러(약135억원)에 팔았던 사건이었다. 허드슨리버스쿨은 뉴욕 허드슨 강을 따라서 펼쳐지는 산과 계곡을 그렸던 19세기 중반 뉴욕 풍경화가들 그룹으로, 미국의 근대미술역사에 매우 중요한 작가들이다. 그런데 이 미술관이 이 그룹의 대표적 작가인 프레드릭 처치와 샌포드 기포드의 작품을 팔아 미술관 운영비로 쓰자, 미국미술관장협회(the Association of Art Museum Directors)에서는 이 미술관을 상대로 강한 제재 조치를 내렸다. 다른 미술관들이 5년 동안 이 내셔널아카데미미술관에서 하는 전시에 작품을 빌려주지도 않고, 어떤 협력도 하지 않겠다는 조치였다.<그림 팔아 운영 유지한 미술관‘제재’
2년 동안 계속됐던 조치는 최근 풀렸다. 지난 10월 4일 이 협회는 내셔널아카데미미술관이 그 동안 개선의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제재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내셔널아카데미미술관의 칼마인 브래너건 관장은 “이 제재 때문에 그동안 전시를 하는 것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심지어 자금 지원을 받는 것도 불가능 했다”고 말했다.
미국미술관장협회는 미술관 소장품을 팔아서 그 미술관에 더 잘맞는 새로운 작품을 사는 것은 괜찮지만, 빚을 갚거나 운영기금으로 쓰기 위해 파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규정을 아예 법으로 만들기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첼시에 있는 대표적 현대미술관인 첼시아트뮤지엄 (Chelsea Art Museum)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다시 이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이 미술관은 미술관 건물을 구입할 때 빌렸던 돈에 대한 이자를 만기일인 10월 중순까지 갚지 못해 부도가 난 상태다. 현재이 건물 소유주와 미술관 사이에 소송이 진행 중이다. 첼시아트뮤지엄측은 “이 건물을 구입해 내년 말까지 우리에게 무상으로 임대해 줄 바이어가 나타났다”고 법원을 설득하고 있지만, 설령 그렇게 된다 해도 내년 말 이후에는 문을 닫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이 미술관 역시 장 아르프, 샘 프란시스, 조안 미첼 등 고가의 현대미술작가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이런 경우 작품을 팔아서라도 빚을 갚아 살아 남아야할까? 아니면 문을 닫아야 할까?
“소장품을 팔아 돈을 마련하다 보면 언젠가 미술관은 아주 난방이 잘 되는 텅 빈 건물 하나만 갖게 될 것이다”미국 하원의원 리차드 브로드스키는 올해 초 이 문제와 관련한 공청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미술관들에게 주의를 줬다. 하지만 경제불황으로 주요 미술관들이 하나둘씩 쓰러져 가는 마당에, 미술관들에게 가만히 망하라고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갑자기 경기가 좋아져 미술관 관객이 늘고 자금 지원이 확 늘어나지않는 한, 앞으로 이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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