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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미술의 역사를 구성하는 물질문화 엿보기

권행가

이 전시를 평한다(6)
권행가 / 미술사


미술의 역사를 구성하는 물질문화 엿보기 - ‘한국근현대 미술전시자료의 변천’ 전시를 보고

2012년 12월부터 올해 5월 10일까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개최되는 ‘한국근현대 미술전시자료의 변천’전은 작품이 아니라 전시와 관련하여 생산된 물질 자료들을 통해 근현대기 미술문화의 생생한 일면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전시된 자료는 공적 전람회와 개인전 및 단체전 등의 도록, 팸플릿, 포스터, 입장권, 우편엽서 등 약 150여 점에 이른다.

일제강점기 자료로는 『조선미술전람회도록(朝鮮美術展覽會圖錄)』을 비롯해 조선박람회(1929) 관련 자료들, 조선총독부박물관에서 발행한 『박물관진열품도감(博物館陳列品圖鑑)』, 『이왕가박물관진열품도록(李王家博物館陳列品圖錄)』 및 사진첩 등이 일부 출품되었다. 이 가운데 『이왕가미술관요람(李王家美術館要覽)』(1941)은 비록 작고 얇은 소책자이지만 1934년 덕수궁을 일반에게 개방한 후 들어선 이왕가미술관과 박물관의 연혁부터 평면도, 각 실의 진열품, 건축양식, 건축시기, 면적, 개관시간, 관람료까지 상세히 적혀있어 당시의 관람동선뿐 아니라 소장품의 주요 경향, 전시방식과 형태까지 개괄적으로 파악하게 해주는 자료이다. 

이왕가미술관요람 표지와 내지

또 요람의 덕수궁 지도에는 미술관 옆의 끽다점과 휴게실, 미술관 뒤쪽의 아동놀이터까지 상세히 표기되어있어 일제강점기 궁궐의 공원화과정까지도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선미술전람회나 이왕가미술관, 박물관의 도록은 타 기관에도 소장되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면 이와 같은 소책자 형태의 요람이나 조선미술전람회 출품작가에게 제공되었던 전람회 우대권과 작품 수령서, 전람회목록(임덕진 소장), 팸플릿, 포스터와 같은 자료들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자료들이다. 이러한 자료들이야말로 그동안 꾸준히 미술자료들을 모아온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전시 성격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의 개인전이나 동인전 관련 자료로는 1936년 결성된 녹과회(綠果會) 팸플릿과 1939년 중국 신경에서 개최된 ‘김혜일, 임군홍 2인전’ 팸플릿 등이 출품되어 임군홍뿐 아니라 관련 작가들의 국내외 활동과 교류상황을 파악하는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이번 전시에는 ‘조선미술문화협회전’(1947), ‘5인전’(1953), ‘이중섭전’, ‘4인전’(1956), ‘신사실파미술전’(1956), ‘신조형파전’(1957,59), ‘청년작가연립전’(1967) 등 주로 해방 이후 전시자료들이 많았다. 이 가운데 『제1회 미술전람회목록』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전에 대한민국전람회와 대비되는 대표적 민전이었던 ‘대한미술협회전’ 자료로써 주목되었다. 목록에는 작품제목, 작가명과 아호, 출신지뿐 아니라 가격까지 명기되어있고, 출품작가 명단에 고희동, 김인승, 구본웅 같은 선배 세대뿐 아니라 서세옥, 장운상 등 해방 이후 대학교육을 받고 있던 젊은 세대까지 포함돼 있어 초기 대한미술협회전의 성격뿐 아니라 미술시장과의 관계면에서도 흥미로운 자료였다. 

그밖에 『국제보도』(1950, 국제보도연맹 발행)는 국전 제1회 출품작 총 41점과 이인성의 국전평이 실려 도록이 발간되지 않았던 국전 1회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한 자료라 생각되었다. 그런가하면 신조형파전 팸플릿의 기하학적 디자인, ‘김기창 성화전’의 단순화된 도안, 부산피난시절 국립박물관에서 개최된 ‘제1회 현대미술작가초대전’ 도록의 천녀상과 같은 팸플릿의 도안들은 작가의 양식적 변화나 전시 주체들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어 흥미로웠다. 

이러한 자료들은 비단 전시라는 측면만이 아닌 인쇄문화, 시각디자인, 미술시장, 화랑, 후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재배열시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므로 앞으로도 보다 체계적인 자료 축적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 자료들의 대중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처럼 겉면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로 변환되어 누구든 그 안쪽의 내용까지 쉽게 접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많은 자료들이 축적된다 해도 인맥을 통하지 않고는 접근이 불가능한, 기껏해야 박물관에 소장된 또 하나의 물신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흩어진 자료들이 모여 또 하나의 공유 ‘문화’가 되기를 바라며 전시장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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