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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추상미술의 역사 만들기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전’을 보고

권행가

전시전경


미술시장의 단색화 열풍가운데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한국추상미술의 역사’전(7.5-10.29)을 개최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이 전시는 “한국추상미술 전시의 역사전”,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현대 서양화단의 추상화 관련 전시에 대한 역사전”이라 할 수 있다. 서세옥, 이응노 같은 몇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서양화단에 집중되어있기 때문이다. 전시는 1957년부터 2016년 현재까지 추상화 관련 전시의 카탈로그, 포스터, 사진, 평론기사 등의 아카이브 약 270여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록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규모가 크지 않지만 느긋하게 시간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이 전시는 세 개의 층위로 깊숙이 보는 것이 가능하다. 즉 전시 자료들을 통해 보는 역사, <사건과 이슈> 평문 자료 파일들을 통해 보는 담론사, 마지막으로 자료집 『한국추상미술의 역사』를 통해 보는 단색화 열풍에 대한 현재의 논의들에 이르면, 깊숙이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가 요즘 다시 진행 중인 ‘추상미술의 역사 만들기’의 한가운데 이 전시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전시공간에는 10년 단위로 주요 개인전과 그룹전 도록들이 전시되어있다. 195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는 ‘신사실파전’부터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의 흰색전’에 이르기까지 주요 전시들이 선정되어있다. 반면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1950년대 모더니즘전’(1980, 세종화랑)부터 ‘한국현대미술-격정과 도전의 세대’ (1993, 토탈미술관), ‘자연과 함께’ (1992, 테이트리버풀), ‘한국의 단색화’(2012, 국립현대미술관)에 이르기까지 앵포르멜과 단색화 중심의 기획전이 집중적으로 선정되어있다. 따라서 이 전시는 1957년부터 1970년대 단색화까지 진행된 추상미술이 80년대 이후 갤러리와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공공기관을 통해 어떻게 역사화 되어왔는지를 오롯이 보여주는 전시가 된다. 

한편 전시장 입구에 놓인 <사건과 이슈> 파일은 국제전을 둘러싼 작가 선정 논쟁, 이우환과 김환기, 박서보 작품에 대한 시비 등 추상미술을 둘러싼 화단 내 갈등, 신화화되어온 작가를 바라왔던 당대의 합치되지 않은 이견들 등을 볼 수 있는 신문, 잡지 자료들이다. 전시된 자료가 생성, 유통, 소비된 맥락에 관한 이해를 도우기 위해 마련된 섹션이다. 언제나 자료전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이 진열장 너머 카탈로그의 일부만을 봐야 한다는 점이다.

자료집 『한국추상미술의 역사』는 이 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카탈로그의 펼친 면까지 실려 있을 뿐 아니라 주요 사건과 이슈와 관련된 서지목록이 모두 정리되어있어 이 시기 연구자들에게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한편 자료집에는 이 전시를 위해 실시한 한국추상미술의 평가와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분석이 실려 있다. 혹자는 미술시장이 만들어낸 일시적 붐이라 하고 혹자는 거시적 시각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우리의 미술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현실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추상미술이 소수의 주류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종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 종다양성의 한 예가 자료집에 실린 미술평론가 김성호의 논문 「1980년대 이후 한국의 다원주의의 추상미술」일 것이다. 이 글은 이 전시에서는 전혀 다루어지지 않은 1980년대 이후의 ‘또 다른 추상미술들’에 대한 것들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추상미술전시의 역사전이 어떻게 확장되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또 다른 여지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된다. 미술자료는 객관적 물질이다. 그러나 어떻게 선정되고 어떻게 조합, 배열되는 가에는 많은 개입이 작용한다. 해석은 보는 이의 몫이다. 자료를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이 전시는 주류의 역사에 대한 또 한 번의 가시화, 각인, 강조될 수도 있고 반복의 맥락을 살피고 가시화시키는 “추상미술전시의 역사에 대한 메타비평”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권행가(1965- ) 홍익대 미술사학과 박사. 『이미지와 권력:고종의 초상과 이미지의 정치학(돌베개, 2015)』, 『경계의 여성들(한울, 2013, 공저)』, 『근대와 만난 미술과 도시(두산동아, 2008, 공저)』 등 저술. 현 덕성여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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