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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2/ 모더니즘의 자율성과 작가의 주관성

심현섭

공공미술 2/ 모더니즘의 자율성과 작가의 주관성   

모더니즘의 ‘자율성’은 사회 각 분야가 자신의 순수한 내적 고유성에 도달하려는 모더니티의 핵심적인 개념이었다.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1929- )는 모더니즘 시기에 각 분야의 자율성을 매개로 한 분화의 맥락에서 현대예술이 탄생했다고 본다. 모더니즘의 자율성은 종교, 과학, 예술이 분화하지 않은, 즉 자연과 문화를 구별하지 못하고 혼동하는 전근대적 사고로부터 인간을 합리적 세계로 진입하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런 모더니즘의 흐름에 따라 예술도 자기만의 순수한 특성을 찾아 ‘자율성’을 확립했다. 모더니즘 미술의 ‘자율성’은 과학적 전통이 지니고 있는 권력과 통제의 시각을 은연중에 반대함으로써 미술을 뚜렷하게 부각하였다.

모더니즘의 자율성은  ‘작가의 주관성’으로 이어졌다. 그 원인은 첫째, 작가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미술이 다른 분야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으며, 그것은 곧 작가의 새로운 기법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모더니즘 시대에 추구하였던 보편적 미와 가치의 기준을 정하는 주체가 작가로 귀결하였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자율성은 중세시대의 종교와 형이상학으로부터 객관적 과학과 보편적 규율을 생성하며 합리적 사회의 도달하였다. 이에 따라 모더니즘 미술도 보편적 미와 가치를 규정하고자 했다. 이는 작가의 주관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보편적 미와 가치의 기준을 정하는 역할이 첫 번째 이유와 연동하여 작가가 주도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더니즘 미술의‘자율성’은 ‘작가의 주관성’을 지지하였다.

모더니즘 시대를 관통하였던 미술의 자율성을, 특히 매체와 관계 속에서 미술의 역사에 접목하고 이론화한 대표적인 이는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 1909-1994)다. 그린버그는 1940년 발표한 「더 새로운 라오콘을 향하여Toward a New Laocoön」에서 미술 특히 평면회화의 역사를 매체와 화가의 긴장으로 보았다. 회화의 역사, 특히 모더니즘 회화의 역사는 예술적 표현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를 느낀 화가들이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과정은 작가들이 매체에 집중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린버그가 발견한 모더니즘 회화의 매체특성은 평평한 표면, 그림 바탕의 형태, 안료의 속성이지만 무엇보다 본질적인 특성은 평평한 표면이다. 사각의 캔버스라는 평평한 물질적 매체를 강조한 그린버그의 매체특정성은 자연스럽게 매체를 다루는 작가의 주체성을 강화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작가 중심의 미술은 다양한 매체를 수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작가와 작품이 동일시하면서 작품은 오직 작가의 의도와 해석에 의존하게 되었다. 

작가의 주관성을 기반으로 한 모더니즘 미술이론은 세계대전 후 형성된 모더니즘적 인간 주체에 대한 회의와 반감이 사회전반에 일어나면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간 주체에 대한 회의는 자연을 매체로 한 대지미술, 인간 대신 물질을 주체화하려는 미니멀리스트들의 도전, 기계를 매체로 한 영상, 설치와 같은 새로운 미술의 출현으로 가시화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미술을 그린버그의 매체특정성 이론이 읽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이후 미술가와 이론가들은 모더니즘 미술을 극복하거나, 해석할만한 근거를 마련하는데 주력하였다. 미니멀리즘이 사물을 매개로 작품과 관람자의 관계를 재설정한다든지 대지미술,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미술의 출현, 크라우스의 확장된 장으로서 조각 이론 등이 이와 관련 있다. 이러한 작업들과 이론들은 그린버그의 매체이론을 비판의 지렛대로 삼았고, 필연적으로 작가의 주체성을 약화하고 매체를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모더니즘의 자율성과 작가의 주관성은 작가의 작품을 공공장소로 옮겨놓았을 뿐인 ‘공공장소의 미술’ 까지는 공존할 수 있었으나, 점차 나타나기 시작한 관람자의 참여, 삶과 미술의 일치를 중요시하는 ‘공공’의 미술과는 상충하였다. 따라서 이후 공공미술은 모더니즘의 가치, 특히 자율성과 작가의 주관성을 거부하고 저항하는 방향으로 전개해 나간다.  

(다음: 모더니즘과 공공미술의 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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