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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24/ 공동체적 방법론: ‘공동체적 협의체’ 구성의 실제(1)

심현섭

공공미술 24/ 공동체적 방법론: ‘공동체적 협의체’ 구성의 실제(1)

공동체적이라는 말은 공동의 이익을 우선하여 공동의 목표를 획득하려는 의지를 가진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정서적 공감대를 가리킨다. 이는 열린 공동체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개인을 둘러싼 지연이나 혈연, 정파와 같은 특정부류의 이익을 우선하는 성향의 공동체는 일반적으로 닫힌 공동체라고 불린다. 열린 공동체는 하버마스가 말하는 서로 비판 가능한 합리적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주관적 인정에 근거한 ‘합의가 가능한 생활세계’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므로 ‘공동체적 방법론’은 공공미술의 영역에서 공동체적이라는 말의 추상성을 구체화하여 ‘합의가 가능한 생활세계’를 실현하려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공공미술을 구성하는 요소는 장소, 관객과 전문가집단을 비롯한 각 공동체, 비용, 작품이다. 네 가지 요소에 관계하는 각 주체들이 서로 얼마나 원활하게 소통하여 합의점에 도달하느냐에 따라 공공미술의 질이 좌우된다. 따라서 성공적인 공공미술을 위해서는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협의체 구성은 필자가 ‘공동체적 방법론’이라고 부르는 공공미술의 수행과정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협의체 구성은 1. 구성원의 다양성과 비율 2. 수평적 역할분담과 상호이해 3. 토론의 활성화 4. 지역주민의 참여강화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 협의체를 통해 ‘사업의 지속성을 위한 장기계획’과 ‘사후 평가 계획’ 같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1. 구성원의 다양성과 비율

공동체적 협의체의 구성원은 다양한 계층과 전문가와 비전문가, 남자와 여자 등이 적절한 비율을 이루어야 한다. 협의체의 구성원이 일정한 계층이나 남성 위주로 이루어진다면 그 협의체는 공중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없다. 페미니즘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Nancy Fraser)가 하버마스의 공론장(public spare)이 부르주와 남성이라는 주류 계층의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공간이었다고 비판하면서 공론장에 다양한 계층과 민중들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공공미술을 위한 협의체 또한 다양한 계층과 남녀 비율이 중요하다. 

소피 골츠(Sophie Goltz)는 공공미술에서 전문가는 누구인가? 라고 묻고 협의체 구성에 일반인과 행동가의 참여, 남녀비율 등의 조율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주민들 스스로 선택하는 미술로 나아갈 것을 촉구했다(제2회 <서울은 미술관> 국제컨퍼런스 주제발표, 2017). 공공미술은 “미술가와 건축가 사이를 넘어, 미술가와 역사가, 과학자, 환경운동가, 사회봉사자들 사이까지 나아가는 공동 작업이다.”(Judith Baca) 협의체 구성원의 다양성은 예술의 창의성·감각성, 인문학의 사회성·문화성, 경영 및 기술의 과학성이 융합할 수 있는 제도적인 시스템의 구축을 의미한다. 이처럼 공동체적 협의체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업시스템이어야 한다. 

협업은 예술들 사이의 혹은 예술과 과학 등 타 분야 사이의 간극을 줄어들게 하면서 우리를 편협하게 하는 제도적 사유방식으로부터 서로를 자유롭게 한다(Jeff Kelley). 다양한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협의체는 진정 새로운 책임의 형태, 큐레토리얼 과정을 보는 새로운 방법, 다채로운 관점을 열 수 있는 과정의 방식이다(Okwui Enwezor). 이것은 미술 전문가의 ‘독단’과 ‘시선의 한계’를 방어하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단을 최소화하고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협의체는 남녀비율, 세대별 참여율, 각 주체의 숫자, 경제적 계층 등 세세한 면에서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 문제는 공공미술에서 공중의 참여와 역할의 정도와 맞물려 공공미술의 창조성의 주체 문제와 맞물려있다. 개블릭은 창조성의 주체가 전문가 개인으로부터 새로운 공동체로 전환했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오늘날 공공미술의 창조성의 주체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으로부터 다양한 계층의 공동작업과 새로운 종류의 합의구조로 전환했다. 공공미술의 협의체는 창조성의 주체는 누구인가? 전문가 집단인가. 재원을 제공하고 집행하는 행정 관료인가. 시민참여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인가. 아니면 이들이 모인 협의체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하여 던짐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에게 공공미술의 창조성과 향유의 실제적인 권리를 위임하는 공정하고 평등한 협의체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장소를 기반으로 한 공공미술에서 ‘장소’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는 미술계 전문가들로만 이루어진 토론장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역주민과 함께 지리학자, 지역문화연구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안과 결정권에서 실질적인 평등이 이루어진 공동체적 협의체 안에서 공공미술은 더 풍부해질 것이다. 

다음: 공공미술 25/ 공동체적 방법론: ‘공동체적 협의체’ 구성의 실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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