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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팝 / 코로나 블루를 여과하는 상상의 공장

이선영

코로나 블루를 여과하는 상상의 공장


 이선영(미술평론가)



 키치팝 팀이 작업을 펼칠 장소는 광진구의 어린이 대공원 앞 공간이다. 70-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시민이라면 즐거운 마술의 장소로서 기억이 쌓인 곳이다. 그러나 이후 다른 곳에 더 화려하고 업그레이드 된 놀이 공원들이 생겨난 이후에는 오래된 벚꽃길이 있는 공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곳은 여전히 어린이와 가족 단위들이 많이 들르는 장소로, 공공예술이 펼쳐지기에 최적의 장소다. 물리적 설치물 뿐 아니라 가상공간과도 연계되는 그들의 작업은 어린이들은 물론, 인간에 내재된 유희 본능을 어른이 돼서도 유지하는 종족인  키덜트(kidult)를 겨냥한다. 한때 화려했지만, 지금은 아닌, 그렇지만 퇴락한 장소라고도 할 수 없는 이 장소에서 키치팝 팀이 작업하는 것은 매우 어울린다. 그룹명의 키워드로 들어간 키치나 팝 자체가 감상과 향수, 유희와 환타지에 기반 하는 정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키치팝 팀은 공공예술이든 ‘사적’ 예술이든 어쭙잖은 예술적 자의식을 아마추어 식으로 늘어놓는 스타일은 지양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이라는 가치는 예술에서는 오랫동안 금기시 되던 것이다. 근대에 종교의 후예가 된 예술은 금욕주의와 성상파괴주의(추상미술), 심오한 관념과 미학적 선명성(개념미술) 등에 빠져 들어 대중과는 멀어졌다. 키치팝 팀은 억압된 감성을 공공/예술의 영역에 다시 불러들인다. 상상의 공장은 복잡한 구조를 가지지만, 개념만 번지르르한 일시적 가설물을 넘어서는 견고함을 갖추기 위해 야외 작품에 적합한 강화플라스틱 분체 도장를 이용했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접근하여 놀 수 있는 안전성,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로 가지를 칠 수 있는 이상적인 인터페이스인 이 ‘공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하나가 아니다. ‘공장’은 1960년대 앤디워홀의 작업실 ‘팩토리’나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찰리의 초콜릿 공장](2005)을 떠올리며, 예술이나 대중문화 어느 것이든 리좀적으로 연결시켜 관객과의 접촉면을 최대화한다. 공장이라고 해서 선형적 인과관계를 따르는 것은 아니고, 참여 관객의 상상력에 따라 개방적 구조를 가진다. 작품 안에 있는 QR코드는 다양한 놀이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가 개념화한 ‘욕망하는 기계’처럼 이것저것이 연결된 공장은 미지의 것을 생산한다. [HAPPY FACTORY]는 고민과 두려움을 뽑아내는 기계, 부정적 에너지를 분쇄하는 기계, 부정적 에너지를 해독하여 행복 에너지로 치환하는 기계, 행복 에너지를 세상 곳곳으로 전달하는 기계 등, 4가지가 모여 하나의 공장으로 구성된다. [HAPPY FACTORY]를 이루고 있는 기계를 이해하기 위해 펠릭스 가타리가 [카오스모제]에서 구별한 ‘machinisme’과 ‘mecanisme’을 참고할 수 있다. 메카니즘이 동일한 것을 반복하는 폐쇄된 체계라면, 머신은 기계들의 다양한 접속을 중시한다. [카오스모제]는 ‘죽음의 반복이라는 기계학적 관념(mecanisme)과 과정적 열림이라는 기계적 관념(machinisme)’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제안한다. 그렇다하더라도 공장이란 비유는 확실한 결과물을 지향한다. 작품 [HAPPY FACTORY]가 실행하는 여러 프로그램에는 행복지수를 체크하는 항목이 있을 정도다. 


그 팀은 지금도 여전히 활기찬 재래시장 통에 자리한 신당창작 아케이드에서 수년간 작업하면서 예술가의 독백이 아닌 대화적 상상력을 지향해 왔다. 사업규모가 그들이 작업을 잘 알고 있는 다른 작가들의 협업을 요구하기 때문에 유리한 지점에 있다.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을 예명으로, 무한대의 환상을 재현하는 일러스트레이션과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최종환(DOPAMIN. C),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되는 공예 및 디자인 베이스의 작가 정경우(craft & design studio ZEZO)가 주축이 된 팀이다. 행복과 중독 사이에 있는 도파민 호르몬, 그리고 지배적 사회가 강요하는 기능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디자인 분야는 적절한 균형의 지점을 요구한다. 공공 무대에서의 집단적 작업은 개인적 실험 및 발표에서 검증된 항목들을 절묘하게 연결시킬 것이다. [HAPPY FACTORY]는 도시의 다른 스펙터클과 경쟁해도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렬한 이미지가 다소간 주변화 된 공간을 색다른 랜드마크로 만들고, 한동안 계속될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예술가들의 공공적 실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출전; 코로나 19 서울공공미술 100개의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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