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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콘도 전 / 형식 또는 코드에서 표현으로

이선영

형식 또는 코드에서 표현으로

조지 콘도 전 (2020.12.03 – 2021.01.23. 더페이지 갤러리)



이선영(미술평론가)

  

조지 콘도(George Condo)의 작품들은 다양한 문화와 예술이 공기처럼 흡수하고 뱉어질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배경으로 한다. 입체파와 팝아트부터 만화와 블루스에 이르기까지 여기와 저기에서 연원한 것들에 대한 차용과 변형은 관념이 아닌 감성을 매개로 한다. 1957년생의 그는 이미 ‘새로운 창조’라 할 만 한 미학적 이데올로기를 고수할 수 있는 시대를 살지 않았고, 풍성하게 제공되는 정보와의 대화에 있어서 창조성이 요구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 작업까지 걸쳐있는 전시 작품 20여점에서 작가의 생생한 현존을 증거 하는 회화적 붓질을 피해갈 수 있는 현실은 없었다. 검게 채색된 두상은 브론즈라는 재료의 단단함 때문일 뿐, 고대 이래의 관례는 어두운 물질덩어리로서의 현대인으로 재탄생한다. 미술사적 전거를 가지거나 대중문화의 도상처럼 코드화된 소재는 변형의 흔적이 남는다. 경계를 허물기전에 경계가 있어야하는데, 이미 확립된 규칙은 엔트로피가 증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형식의 내전(內戰)을 일삼는 현대미술은 무엇이 정(正)이고 반(反)이고 합(合)인지 알 수 없다. 




더 페이지 갤러리 전시 전경(모든 사진 출전은 갤러리에 있음)



전시전경



대중문화에서든 고급예술에서든 이러한 차이를 드러낼 수 있는 확립된 규칙이 있기에, 조지 콘도의 취향 또는 전략은 효과적이다. 그는 ‘인공적 사실주의(artificial realism)’와 ‘심리적 입체주의(psychological cubism)’라는 용어로 기존의 이즘에서 변형된 자신의 지점을 설명한다. 만화는 구상이 아닌 추상임을 의식하는 [만화 추상Cartoon Abstractions]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다행히도 그는 작품 한 점에 몇 백 만 달러에 판매하는 성공한 작가이다 보니, 미술사 뿐 아니라 대중문화에도 그 산물을 남길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글자와 이미지가 함께 있는 작품들은 대중음악의 레코드 커버 디자인부터 상품 광고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활동의 폭을 반영한다. 조지 콘도가 적극적으로 참고하는 팝아트의 기본 문법을 확립하고 확장한 앤디 워홀이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레코드 커버 디자인을 했듯이, 그 또한 힙합, 재즈, 블루스 등 다양한 쟝르의 뮤지션들과 교감한 결과물을 앨범 표지로 남겼다. 이번 전시에도 등장하는 기타 연주자는 정사각형 포맷을 가지는 음반 표지 바탕의 오렌지색이 녹을 정도로 열정적이며, 끈끈한 블루스의 감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신선하다. 


그의 초상들이 분장을 했든 안했든 피에로 같은 모습을 한 것은 인간의 중심을 내부에서 외부로의 이동시켰음을 보여준다. 비슷한 포맷으로 그진 [Bozo’s BBQ], [Green Beetles], [Piggly Wiggly] 등은 지역의 유명 식당이나 식료품 가게 간판을 그린 것으로, 제목과 작품 안에 상호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간판은 이미지이자 기호이자 풍경인, 코드이자 실제의 위상을 가진다. 악어, 오리, 고양이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전시장 초입에 걸린 [daffy duck]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지표가 불확실하게 드러나 있지만, 그 유명한 숫컷 오리 캐릭터를 알아보는데 무리는 없다. 고르게 칠해져 있지 않고 줄줄 흘러내리는 물감이나, 대략 그려 넣은 검은 눈구멍은 이 발랄한 캐릭터를 기괴한 분위기로 변조한다. 검은 선으로 둘러쳐진 평면적 형태를 교란시키는 회화적 흔적들은 분홍고양이나 인사하는 악어도 마찬가지다. 원래 캐릭터는 다양한 상품형식으로 코드화되기 위해 개인적 붓질이 감춰진다. 그러나 대량으로 생산된 상품도 판매 이후 개별적인 삶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 








사용된 후 쓰레기통에 버려지기도 하지만, 소중한 수집품이 되어 소장자와 함께 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큰 규모의 초상화는 형식이 표현으로 되는 순간을 극화한다. 여성 누드의 정면과 측면이 동시에 포착된 작품 [figure composition 3]은 맨 우측의 광대 얼굴부터 시작해서 점점 커지면서 변신하는 얼굴이 복잡하고도 즉흥적인 선으로 표현된다. 최근 작품 [Red and Green and Purple Portrait]은 인간의 특징이라 할 만 한 주시하는 큰 눈이 있지만, 괴물같은 모습이다. 드러낸 이빨은 이 ‘인물’이 비명을 지르는 것인지 쾌재를 부르는지 모호하게 한다. 입체파는 형식주의적 맥락으로 조명되지만, 그 어법을 회화적 공간의 실험이 아닌 인간 초상에 적용시킬 때 강력한 감흥을 끌어낼 수 있다. 우는 여인을 그렸던 피카소의 초상처럼 말이다. 미술사는 입체파의 분석기와 종합기를 구별하지만, 일단 ‘분석적’으로 부서진 조각들은 다시 붙여도 자국이 남는다. 일점 원근법을 벗어나는 동시적 시점은 몸과 감정 또한 순차적인 재현이 아닌 공존과 충돌로 드러나게 한다.

 

출전; 아트인컬처 202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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