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진천군립생거판화미술관 증축개관전/ 한국현대판화사를 압축한, 미술관의 도약을 예감해보는.

고충환


진천군립생거판화미술관 증축개관전/ 
한국현대판화사를 압축한, 미술관의 도약을 예감해보는.


2010년 판화전문미술관을 표방한 진천군립생거판화미술관이 정식 개관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당시에도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한솔문화재단 산하의 뮤지엄산(원주 소재)이 비록 판화전문미술관은 아니지만 판화 장려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정도가 전부라고 해야 할까. 그동안 우리나라도 1 지역 1개 이상의 미술관을 갖춘, 적어도 외관상으로만 보면 문화강국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문화예술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이다.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있다. 지금도 이렇다 할 기획전 하나 없이 상설전이나 지역 단위 동호회 수준의 전시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미술관도 없지 않다. 문제는 또 있는데, 이처럼 지역마다 미술관 하나씩은 다 있다 보니 어떻게 특성화하고 차별화할 것인가 하는, 미술관의 아이덴티티며 변별성을 어떻게 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고려해볼 때 비록 특정 장르 중심의 특화라고 하는 일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미술관은 미술관의 특성화에 성공한 보기 드문 예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한계라고는 했지만,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판화전문미술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판화의 전문성을 이용해 현대미술을 심화하고 확장 시키는 지렛대로 삼을 것인가 하는 양단간에 서 있다. 당연히 후자 쪽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 판화 전문미술관이면서, 동시에 현재진행형의 현대미술과도 호흡을 같이하는 미술관, 말하자면 현대미술관의 양 기능을 동시에 수용하고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문적인 전시공간이 있어야 하고, 전시 기획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미술관에 전시공간이 없었고, 기획 전시가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상시적으로 전시가 가동되고는 있었지만, 그리고 그중 꽤 주목되는 기획 전시도 있었지만, 별도의 전문 전시공간이 아쉬웠는데, 이번에 그 숙제를 해결했다. 전시만을 위한 별도의 전시동을 증축해 미술관을 재개관한 것이다. 이로써 기존의 건물을 학예실 중심의 교육관과 수장고로 그 기능을 분화시켰다. 주지하다시피 미술관의 기본 기능으로 치자면 전문적인 기획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전시기능, 소장품과 소장품에 부수되는 관련 아카이브 일체를 보존 관리하는 소장 기능, 그리고 소장품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미술관의 자원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교육 기능을 들 수 있다. 이 세 가지 기본 기능을 충족시킴으로써 명실상부한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처음 미술관이 개관한 지 거의 10여 년만의 일이다. 그러므로 이번에 이를 기념해 열리는 재개관전은 미술관이 새로 발돋움하는 계기이면서 동시에 도약을 예비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이처럼 이번 전시가 갖는 의미는 각별한 부분이 있다. 그동안 10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이 흐른 만큼 때로는 전시나 학술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그리고 더러 작품이 미술관에 소장되는 형태로 저마다 그 경우는 다르지만 국내의 거의 모든 판화작가가 미술관을 거쳐 갔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중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된 22명의 작가를 중심으로 이번 전시를 열었다. 그러므로 미술관의 얼굴이면서, 동시에 향후 미술관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를 통해 한국현대판화의 성격과 흐름을 개괄하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 면면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정통 판화의 전개 

동서양이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지만, 전통적으로 판화는 목판화로부터 비롯했다. 서양의 경우를 보자면 성서에 삽입하기 위한 그림으로 세밀목판화(우드인그레이빙)가 제작되었고, 동양의 경우로는 불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도해한 불교변상도와, 한국의 경우에는 삼강오륜과 같은 유교의 교리를 널리 유포하기 위해 제작된 전적판화가 모두 목판화로 제작되었다. 서양의 경우에는 원래 세밀목판화가 지배적이었다가 현대미술 특히 독일표현주의 이후에나 표현력을 강조하기 위해 크고 성근 칼맛을 강조하게 되었지만, 동양에서는 처음부터 마치 먹선을 대신한 것 같은 특유의 선묘를 강조하고 발전시켰다. 칼맛이나 선묘의 차이에서도 체질론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것이 흥미롭다. 

그 면면을 보면, 골을 깊게 판 목판을 한지로 떠낸(페이퍼캐스팅) 김미향의 목판화가 오돌토돌한 표면요철효과와 함께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마찬가지의 요철효과로 촉각적인 느낌을 강조한 강동석의 목판화가 마치 거친 붓으로 거침없이 그린 것 같은 즉흥성과 역동성이 강조돼 보인다. 마치 붓펜으로 한 땀 한 땀 쌓아 올려 그린 것 같은, 그리고 그렇게 빼곡한 숲의 이미지를 조성한 유대수의 목판화가 정치한 느낌을 준다면,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고 숲이 나무로 환원되는 김상구의 목판화가 시적이고 서정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기법 면에서 특이한 경우로는 박구환의 소멸목판화를 들 수가 있는데, 하나의 판을 거듭 파고 찍어내는 과정에서 생긴 자국이 층을 이루면서 마치 유화와도 같은 특유의 물성이 강조돼 보인다. 그리고 이어도와 새섬 같은 제주도의 풍광을 배경으로 한 홍진숙의 판화는 지역색이 강한, 그리고 여기에 환경의 주제 의식을 반영한 일종의 생태판화를 예시해준다. 기법이나 내용 면에서 특이한 경우로 민경아의 리노컷(압축고무판화)이 주목되는데,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들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지우는, 그리고 그렇게 상호 간 이질적인 것들의 자유자재한 결합과 편집과 재구성이 현대미술과 관련해 창작의 한 방법론으로서 인정받고 있는 패러디 곧 차용의 용법을 예시해준다. 

그리고 동판화를 뜻하는 인타글리오는 이탈리아어로 음각이라는 말이다. 동판화는 음각에 의한 대표적인 판종으로서 여타의 판종에 비해 세밀한 묘사가 특징이다. 손으로 만져보면 오돌토돌한 표면 질감이 감촉되는 미세요철효과가 시각 이미지와 함께 촉각적인 느낌마저 주는 것이 공감각적 경험을 가능케 한다. 전통적으로 동판화는 이처럼 세밀한 이미지로 인해 미술관이나 박물관보다는 도서관이 주요 소장처로 알려져 있고, 이로써 진작부터 각종 종교적인 아이콘이나 책과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동판화의 경우로는 강승희, 김승연, 연영애의 판화가 주목된다. 강승희의 동판화는 원래 정적과 여명에 감싸인 도심의 변두리 풍경을 통해 삭막한 도심의 이면을 들추어내 보이는 것으로부터 비롯했고, 이후 새벽녘의 한강 변, 해송이나 배가 보이는 바닷가 풍경을 소재로 하여 어스름하고 파르스름한 대기의 분위기가 강한 시적이고 서정적인 화면을 재구성해내고 있다. 형상을 최소한의 실루엣으로 단순화시키고 화면의 상당 부분을 여백에 할애함으로써 새벽녘의 대기를 강조하는 작가의 방식은 대상을 즉물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작가의 내면에서 한차례 걸러진 일종의 내면화된 풍경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검은 땀의 소산으로 알려진 메조틴트 판화는 사진이 등장하기 전 초상화 제작에 널리 사용된 사례가 알려져 있고, 그런 만큼 정치한 묘사가 특징이다. 노동집약적인 과정이나 감각적인 기법으로 인해 작가층이 두텁지는 않은 편이다. 그 와중에 김승연의 메조틴트 판화는 도시의 야경을 부감법으로 조망한 시점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독특한 시점은 저마다 불 밝히고 있는 인공불빛과 함께 마치 인공섬과도 같은 적막감과 소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도시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주고 있다. 

그리고 연영애의 판화는 표면적으로 꽃과 같은 자연을 소재로 한 것이지만, 사실은 그 이면의 생명력을 그린 것이다. 자연에서 발견한 생명 에너지를 그린 것이다. 자연성 곧 자연의 본성을 그린 것이다. 그 자체 고정된 실체로서보다는 항상적으로 이행하는 자연의 운동성을 그린다. 그 자체 감각적 닮은꼴을 위한 재현적인 대상으로서보다는 자연과 주체가 경계 너머로 서로 넘나드는 상호작용과 교감을 그린 것이다. 이로써 자연의 본성을, 에너지를, 생명력을 일깨우는 미덕이 있다. 

동판화가 세밀하다고 한다면, 석판화는 회화적이다. 판법도 평판인 탓에 흡사 직접 그림을 그리는 회화 그대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 경우로는 1968년 한국현대판화가협회의 창립 맴버로 참여하기도 했던 서승원과 윤명로의 판화가 주목된다. 탈앵포르멜을 표방한 그룹 오리진의 창립 맴버이기도 한 서승원의 석판화 <동시성> 시리즈는 기하학적인 형상과 중첩된 색면 구성이 특징이며, 이후 색면이 더 유기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것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윤명로가 석판화로 제작한 <얼레 짓>과 <익명의 땅> 시리즈는 해먹에 의한 석판화 특유의 미세 얼룩과 번짐 효과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후 <겸재 예찬>을 주제로 한 일련의 시리즈 작업에서는 석판화 제작을 위해 토너(복사기 전용 가루잉크)를 이용해 실험정신과 함께 회화적인 느낌을 심화하고 있다. 


민중목판화 이후 

국내적으로 1980년대는 모노크롬(단색화) 중심의 제도권 미술과 이념과 형상 중심의 민중미술이 이념대립으로 첨예했던 시기로 알려져 있다. 그 와중에 민중목판화운동은 민중을 계몽하고 선동하는 도구로서, 민중에 파고들기 위한 도구로서 역할을 하는 것에서 예술의 당위성을 찾고 실천 논리를 찾았다. 시위를 위한 걸개그림과 휘호, 포스터와 삽화 등 광범위한 경우에서 그 쓰임새를 찾았는데, 아마도 소통의 매개체로서의 판화가 갖는 가능성에 주목했을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 경우가 처음은 아닌데, 1920년대 중반 카프 운동에서도 역시 판화는 대외적인 선전 수단으로서 널리 제작되고 유포된 사례가 알려져 있다. 

이후 시대가 변하면서 덩달아 작가들 역시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현실에 처했지만, 그 와중에서도 그 처음 정신이며 이념을 반영한 작업을 모색해오고 있다. 대개 그 변곡점을 보면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참여에서 생태로의 자기 변신이 주목된다. 그 경우로는 김억, 김준권, 류연복, 이윤엽, 홍선웅 같은 작가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지에 목판 릴리프가 강조된 김억의 판화는 소위 기행목판화로 전형화되고, 화면 가득히 첩첩이 중첩된 산맥을 그린 류연복의 판화에서는 산맥에 이입된 생기, 산맥에 일체화된 기운이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미얀마의 봄을 그린 이윤엽의 판화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오버랩 되고, 이로써 시공간을 넘어 현실 참여적인 소재와 주제 의식이 여전하다. 

이런 현실 참여적인 주제 의식으로 치자면 홍선웅 역시 여실한데, 모악산을 주제로 한 일련의 연작 판화가 그렇다. 강증산과 후천개벽, 동학혁명과 미래불 미륵과 같은 소주제가 모두 모악산이란 큰 주제 아래 모이는데, 모악산은 민중을 자기 속에 품어 들이는 어머니 산을 의미한다. 형식적으로도 작가는 황토와 칡 그리고 숯과 같은 천연재료를 이용해 염색하는 방법으로 직접 한지를 만들고, 여기에 무명천을 배접한 특유의 목판화를 예시해준다. 그 질감이며 색감이 한지에 찍은 목판화보다 더 단단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김준권의 목판화는 수성목판화로 특징된다. 각각 유성의 경우에는 프레스로 찍는 것으로, 그리고 수성의 경우에는 바렌으로 문지르는 것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붓으로 색을 칠한 연후에 바렌으로 일일이 문질러서 이미지를 찍어내는데, 색감의 명도가 점층적으로 변하는 그러데이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 질감이나 색감이 흡사 전통적인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종이에 스며든 잉크가 일체를 이루는 침윤성과 이로 인한 투명하고 깊은 발색이야말로 수성목판화만의 특징이며 묘미일 것이다. 보통 판화는 단색으로 떨어지는 색면이 중첩되는 것임을, 그리고 그렇게 평면과 평면이 포개지면서 이미지를 인출하는 것임을 생각하면 남다른 일이고 이례적인 경우다. 아마도 작가의 오랜 숙련과 감각이 얻어낸 경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현대판화의 확장  

그리고 판화의 확장 가능성을 실험하고 예시하는 경우로 김효, 유병호, 강행복, 임영길, 그리고 이종협의 경우가 주목된다. 김효는 정통적인 판법과 함께 모노타입을 구사하는데, 타블로와 마찬가지의 일품 판화다. 에디션을 중심개념으로 보면 판화가 아니지만, 찍어낸다는 프로세스상의 특징으로 보면 판화가 된다. 타블로와 에디션 판화를 매개하면서, 판화의 회화적 가능성을 확장 시키는 경우로 봐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유병호의 판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인쇄물을 부분적인 오브제로 도입하는 것인데, 넓은 의미로 보면 모든 인쇄물은 동시에 그 자체 판화이기도 하다. 판화와 일상을 매개하는, 일상 속에서 판화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그러므로 판화를 확장 시키는 계기로 봐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강행복의 판화는 판화의 표현 영역과 범주를 설치판화로, 그리고 일종의 아티스트북의 경우로 확장 시킨다. 모노타입과는 달리 굳이 에디션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그 자체 일품 판화로 인정하는 것이, 그리고 그렇게 판화의 표현을 확장 시키는 계기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임영길의 목판화와 스크린 프린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만들어낸 것이다. 컴퓨터에 프로그램된 정보와 이미지 값을 받아 레이저로 커팅하고 프린트하기도 하고, 이미지 값 그대로 프린트로 출력하거나 한다. 내용을 보면 12지신 시리즈, 4 원소 시리즈, 5 독부 시리즈와 같이 세계의 기원과 민간 설화와 관련된 상징적 의미를 테마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지명 시리즈로 확장되는데, 구글 지도를 통해 찾아낸 북한의 특정 지역을 지도상에 클로즈업해 표시하는 한편, 그 지역에 적절한 상징적 의미를 찾아 중첩 시키는 작업이다. 그 자체 현실을 반영한 주제 의식의 경우로 봐도 좋을 것이다.     

끝으로 디지털이미지를 각각 프린트와 비디오(모니터)의 형태로 제안하고 있는 이종협의 작업은 일종의 동영상 판화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컴퓨터도 그렇고 디지털 미디어가 모두 확장된 판화 그러므로 어쩌면 미래의 판화로 볼 수도 있겠다. 하나의 이미지가, 하나의 정보가 무한 복제된다는 점에서 그렇고, 그것도 시공을 초월해서, 그리고 여기에 탈 혹은 비물질적인 형태로 재생산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로써 미술관의 소장작품 및 소장 작가를 중심으로 그 면면을 살폈는데, 한국현대판화의 역사를 압축해 보여주는 경우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름 기준이 있었겠지만, 마땅히 보여야 할 작가들이 보이지 않은 것은 아쉽다. 개관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정작 이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앞으로 미술관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하는, 미술관의 정체성과 향방을 가늠해보는 일일 것이다. 이제 명실공히 판화 전문미술관으로 거듭나는 시점에 있는 만큼 미술관에 걸맞는 형식과 내용을 갖춰야 한다. 먼저 판화에 정통한 전문가가 미술관을 운영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미술사가가 돼도 좋고, 현장 비평가가 돼도 좋고, 작가가 되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전문가 중심의 운영위원회를 따로 두어 필요할 때마다 자문을 구하고 상호소통을 꾀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자력으로 기획 전시가 가능한, 기획력을 갖춘 인력 중심의 전문적인 학예사 진용을 구축해야 한다. 기획 전시와 관련해서 보자면, 판화에만 한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판화의 본질과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있는 경우로 치자면 판화 바깥에도 많다. 우선 판화와 사진과 조각이 에디션 개념을 공유하고 있고, 디지털 매체는 복수와 복제 개념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게 판화의 안쪽과 바깥쪽을 넘나들면서 기획을 위한 구실이며 계기를 찾아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장작품 관리는 미술관의 핵심 기능 중 하나다. 소장작품이 결국 미술관의 수준을 결정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수준 높은 소장작품 관리를 위해서는 정기적이고 일관되고 지속적인, 그러므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재원 조달과 예산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서두에서도 말했듯 문제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쪽에 있다. 미술관의 콘텐츠를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 학예사의 연구환경이며 자기학습 과정은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지, 미술관 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설립할 것인지, 기증작가며 작품은 어떻게 발굴하고 유도할 것인지, 할 일이 많다. 이미 해오고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더 전문적으로, 더 세심하게 챙길 일이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