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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순천 에코아트페어 E.A.T(Eco Art eat), 생명과 생태는 어떻게 미술장터에 접속 되는가

고충환



2021 순천 에코아트페어 E.A.T(Eco Art eat), 
생명과 생태는 어떻게 미술장터에 접속 되는가 



생태계의 개념은 환경의 개념과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이며, 두 개념은 모두 생명과 관계된다. 그러나 환경에서의 생명이 인간을 의미한다면, 생태계에서의 생명은 모든 종류의 생명체를 말한다. 환경이 인간 중심적이고 문화적인 개념이라면, 생태계는 생물 중심적인 생물학적 개념이다. 또한 환경의 개념이 구심적이거나 원심적인 중심주의적 세계관을 나타낸다면, 생태계의 개념은 관계적인 세계관을 반영한다. (박이문) 

제2회 순천 에코아트페어가 열린다. 2020년 서울 연희동을 중심으로 연희아트페어와 함께 다양한 기획사업을 추진해온 무소속연구소와 플레이스막과 파트너를 이루어 제1회 순천아트페어를 개최한 이후 이번에 두 번째로 열리는 행사다. 특히 플레이스막과의 파트너십이 주목되는데, 주지하다시피 플레이스막은 소위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한 선두주자 그룹으로서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한편, 그 노하우를 지역에 이식하는 형식실험을 시도한 것이란 점에서 바람직한 그리고 생산적인 관계로 보이고, 앞으로도 그 관계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서로 상생하는 안정적인 체제 운영이 기대된다. 

주지하다시피 도시재생은 신도시가 개발되는 것에 따른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 이후, 쇠락한 원도심에 문화와 예술의 옷을 입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여기에 근대가 공존하는 새로운 도시 모델로서 제안된 것이다. 단순히 정체된 도시에 문화와 예술을 일방적으로 이식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건축과 도시디자인에 대한 이해, 지역과 공동체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여기에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적 이해관계에 대한 조율이 요구되는 종합예술이고, 과거와 현재가 지속하면서 공존하는 횡적 시간개념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시간예술이다. 

그런 만큼 의욕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그 역할을 도시재생을 목적사업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 주식회사 앨리스가 도맡았다. 그동안 주식회사 앨리스는 도시재생의 한 분과로서의 도시생태에 주목하고, 이를 주제 삼아 2019년 <순천 국제생태환경실험예술제>(8개국 15개 팀 참여)를 개최한 바 있고, 연계사업으로 2019, 2020년 연이어 순천 생태예술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올해에도 역시 이번 순천 에코아트페어 기간 중 2021 생태예술 포럼(기억공장 1945)을 계획하고 있어서 향후 연례행사로 발전 정착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앞서 도시생태가 도시재생의 한 분과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생태인가. 최근 전 지구적 환경위기에 대한 자기반성적 인식이 전면화하고 있고, 그 대안으로서 생태 담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순천은 생태에 관한 한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 2018년 순천만 습지가 국내 연안습지 최초로 람사르 습지 도시 협약에 등록된 것을 계기로 순천만이 국내 1호 국가 정원으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순천시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등재돼 있다. 여기에 202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10년 만에 재개최를 앞두고 있다. 그런 만큼 순천은 생태와 문화를 지역의 정체성을 견인하는 두 축으로 보고 있다. 그저 주어진 자연환경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여기에 지역주민들과 특히 주식회사 앨리스 구성원들이 의기투합해 일궈낸 가치며 성과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전시행사는 생태지향형 미술장터로서 다른 미술장터와의 차별화를 꾀한 것이 다른 점이다.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아트페어들이 많지만, 생태와 페어를 결합해 차별성과 지향점을 분명히 한 점에서나, 그 자체 향후 행사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해준다는 점에서 특화에 성공한 경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올해는 특히 따로 예술감독을 두어 전시를 총괄하게 했는데,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향후 정착되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트페어와 특별전 그리고 기획전을 포함하는 메인 전시에는 총 160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주로 지역작가 중심이지만, 그중 웹툰 작가 20명, 전국 공모 작가 30명이 포함된 점이 인상적이다. 순천 글로벌 웹툰센터와 연계한 작가들로서 지역적 특수성과 함께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최근 전시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고, 전국 공모에 대해서는 지역의 경계를 넘어 전국을 아우르는 자기 확장성의 기획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본전시는 각각 아트페어와 특별전 그리고 기획전을 하나로 연계한 것이다. 남문터 광장에서 열리는 작가 미술장터가 아트페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경우라고 한다면, 여기에 특별전과 기획전은 미술장터로서보다는 전시에 충실한 경우로서 각 미술장터와 전시가 상호보완되게 했다. 기억공장 1945에서 열리는 특별전이 2017년부터 전시 주최 측인 주식회사 앨리스가 운영 대행을 맡아온 순천 창작예술촌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입주작가로 활동했던 1기에서 5기에 이르는 작가 20명이 중심이 되고 있다면, 기획전은 장천동 일대 5개 공간을 중심으로 한 집단 개인전 형식의 전시를 선보인다. 

기타 부대 전시 및 부대행사를 보면 문화의 거리에 소재한 70여 개의 공방이 참여하는, 순천문화의 거리 금꽃 예술촌(지역상인회)과 연계한 <순천 에코아트마켓>이 열릴 예정이다. 지역주민이 직접 행사의 주체로 참여하는, 자발적인 참여와 함께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잠정 중단되긴 했지만 2019년까지 <순천 푸드앤아트페스티벌>이 열렸는데, 올해에는 그 연계행사로 예술인 푸드코트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전시가 열리는 남문터 광장과 문화의 거리, 그리고 기억공장 1945를 연계하는 <순천 에코아트투어>를 예정하고 있는데, 사전 녹화를 통해 온 오프라인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올해 전시행사의 특징으로 오프라인과 함께 온라인 시스템이 눈에 띄게 강화된 점도 주목해볼 일이다. 코로나19에 대비한 온라인 플랫폼 비대면 예술 장터 <어스 온텍트>(대략 지구에 피어난 예술 혹은 지구가 품은 예술을 의미)를 개설한 것인데, 온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양방향 행사를 진행하면서,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작품 판매도 가능하게 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한 방책일 수도 있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온 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상호 중계하는 양방향 시스템 개발은 꼭 필요한 일이고, 다만 코로나19가 그 시작을 앞당긴 경우라 해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 온라인의 특성상 전시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상시적인 가동과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오프라인에 한정된 전시행사의 폭을 심화하고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지역문화재단 남도예술은행이나 전남도립미술관과 연계해 작품구매의 계기를 마련한 것도 주목된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경우로까지 발전시켜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전시 주최 측은 중장기적으로 순천만 습지와 제1호 국가 정원, 그리고 이번 행사가 열리는 순천 원도심 일대를 아우르는, 그렇게 순천 3대 관광지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꿈꾸고 있다. 그저 또 하나의 아트마켓을 보태는 것이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역공동체라는 밑그림을, 도시재생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고, 여기에 순천의 지역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생태는 생명이다. 미술장터가 생명과 생태 같은 거대 담론과 접속되는 파격이 있다고도 하겠지만, 사실 존재치고 생명 아닌 것이 없음을 인정한다면, 살림의 미학을 위한 작지만 큰 실천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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