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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희 / 영광과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 말

김종근

영광과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 말 


박재희는 말을 즐겨 그리는 마도 (馬圖)의 작가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녀의 말은 이태리 조각가 마리노 마리니의 말처럼 전통과 현대적 형태의 참신한 결합을 보여 주지만, 인간이 직면한 불안과 비극적 상황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지는 않다.
또한 우아하고 잘 생긴 실루엣 형태의 단순한 조형미가 있지만, 드가의 작품처럼 질주하는 말의 스피드한 감정을 드러내진 않는다.

오히려 박재희의 말은 동양적이기도 하고 서양적이기도 하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수렵도의 말 보다 오히려 5~6세기 신라시대에 그려진 천마총 속에 천마도의 말 안장에 그려진 말처럼 정적이며 조용하다.
어쩌면 박재희 작가의 말은 흰색의 천마가 동물의 신으로, 죽은 사람을 하늘 세계로 실어 나르는 역할임을 유추해 볼 때 그림 속의 말은 다소 종교적인 메개체이거나 메신저처럼 생각된다.  특이한 것은 그녀의 말은 형상에서 매우 단아하고, 순결해 보이며 품에 두거나 안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표정도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러한 감정은 부드러운 필치나 조용한 자태에서 돋보이지만 분명히 인간의 희망이나 간절한 기도를 부탁하면 언제라도 들어줄 것 같은 표정의 말 모습이다.

역사적으로도 이미 선사시대 라스코 동굴 벽화에 동물 가운데 60% 이상이 말 그림일 정도로 주술적인 말의 비중은 높았다. 
기원이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전통을 가진 말은 수렵의 대상을 표현한 것으로 성공적인 사냥을 기원하는 의미를 인간들은 말속에 부여한 것으로 해석 된다.
신기하게도 동서양을 넘어 말은 신의 사자라고 불렸고 신성한 동물로 간주되었으며 상징되었다. 
호랑이나 용 등 더 강한 것을 상징하는 동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더 선호하고 좋아했던 것은 현실적으로 가장 친근하며 사람들에게 우대 받았던 동물이기에 그렇지 않았을까 ?
이렇게 화폭 속에 박재희의 말들은 친근하다. 조형적으로도 안정적이며 친숙하고, 눈이나 입의 형태에서 따뜻하고 선한 느낌을 뿜뿜 풍긴다.
더러는 최근의 말 작품에서 화려한 꽃의 화관 속에 자리한 영광스러운 상징의 말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훈장처럼 화려하고 검은 바탕에 선명한 색채의 문양으로 그만의 시그니쳐로 특유한 화풍의 말로 묘사 된다.
이런 형태들은 ‘말’이라는 단순한 소재에 종교적인 상징을 가미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바탕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러한 패턴과 형식 위에서 독창적인 형태로 의인화된 사람의 얼굴을 빗댄 말이 등장한 것이란 시각이다.
사람과 같은 얼굴을 한 말그림은 그래서 종종 동화책에서 보던 천진무구한 순박한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작가 내면의 메시지가 얼마나 강렬하게 말에 담으려는가를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런 메시지를 담아낸 것 작품 중에 <평화>와 < 우리 > 라는 작품에 나는 흥미롭게 주목한다.세련된 색채의 대비는 물론이거니와 완벽한 말과 꽃의 컴포지션, 밀도 있는 화면구성은 그녀의 회화적 능력과 성숙이 어디까지 인지를 명료하게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마도(馬圖)에서는 실루엣 풍의 단순한 모노톤 임에도 불구하고 말의 모습과 동세가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작가의 흔들린 내면 상태를 얼핏 엿보게 한다.
근작으로 보이는 단색톤의 말들은 긴장된 공간감과 동세를 연출하면서 조용한 생명력을 전해준다. 무엇보다 그윽하면서 간결함을 유지한 조형적인 박재희의 말들은 단순함으로 그 시각적, 촉각적 이미지를 풍요롭게 더하고 있다.
그녀가 사용하는 색채의 다양한 하모니와 구성력도 그녀가 지향하는 작업의 방향을 밝게 하고 있다.  따뜻하면서 균형 잡힌 서정적인 색깔로 회화의 품격을 보유하고 있는 측면에서 더욱 그 기대감이 증폭된다.
그 배경에는 박재희 작가가 가진 인성 즉 가족과의 소통, 신에 대한 진실한 믿음 등이 그 바탕이 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확실해 보인다.
작가는 평소에도 무엇보다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사랑 그리고 가족 ,소통의 관계와 문제를 그림 속에서 일관되게 추구해 왔다.
그리고 거기서 가장 이상적인 매신저가 그녀가 지금까지 애정을 가진 말이었다. 
모든 예술가들은 자신의 욕망과 의지를 자신만의 언어를 이미지로 아이콘화하여 발언한다.
그 발언은 종종 다양한 내용과 형식으로 다른 모티브를 끌어들이며 작품으로 완결한다. 


박재희 작가의 이번 작품 중에 <에덴 동산>에서 일어났던 아담과 이브의 사과 스토리는 그런  사랑과 소통, 관계의 방식에 대한 작가의 발언이 반영된 다소 낯선 작품들이다. 
이번에 작가는 자화상의 의인화 된 말(馬)을 통해 삶과 관계를 바라보는 뛰어난 메타포의 통찰을 선악과의 사과로 확인하고 싶어했다. 
특히 최근의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의외의 혼돈 상황을 에덴의 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나누었던 인간의 욕망으로 그 상황을 절묘하게 비유하고 빗댄 것이다.
이제 그녀는 다시 말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원천이자 원동력인 사랑의 언어를 전달하는 메신저로 더욱 격조있게 화면에서 표출될 것이다.
그녀가 진정 작품을 통해 세상에 던지고 싶은 간절한 메시지가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 사랑은 아가페적인 사랑도, 로고스적인 사랑도 포함하는 열정적인 파토스적인 사랑이 될 것이다. 

마침내 그녀가 도달하고 싶어하는 곳은 고요하고 아름다운 천국, 우리 모두가 꿈꾸는 파라다이스 평화의 땅이다. 
“혼자만의 평화가 아닌 함께 하는 평화 ,나누는 평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평화.”
작가는 이 뜨거운 소망을 말을 통하여 쉬지 않고, 지치지 않게 창작하며 기도할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술가로서 박재희 작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주제이자 영감의 원천은 사랑이다.
그러한 기도와 메시지가 말을 통하여 천상에 도달하기를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그런 열정이 화폭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그녀의 작품이 영혼의 울림처럼 아름답고 빛나는 이유이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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