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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성 / 우물을 통한 공동체 의식의 회복

윤진섭


우물을 통한 공동체 의식의 회복

윤 진 섭(미술평론가)

 옛날, 농경사회에 기반을 둔 전통적 생활공간에서 우물의 의미는 크고도 넓었다. 흔히 동네의 한 가운데에 자리 잡은 우물은 정보의 집합장이자 확산지의 역할을 했다. 마을의 크고 작은 소식들이 우물에 모여 물을 긷거나 빨래를 하는 여인들의 입을 통해 모이고 퍼져나갔다. 오늘날 전 지구촌의 규모로 소통되고 있는 얼책(facebook)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와 같은 대표적인 SNS 매체의 원조가 바로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적인 전통 사회적 관계망(SNS)인 우물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근대화의 과정을 거치는 사이 속절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것은 이제 관심 있는 사람들만이 유튜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옛날 풍속이 돼 버렸다. 그러나 과연 그런 것인가? 

 이민성의 <모여라>는 얼책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로 대변되는 현대 최첨단의 SNS 시대에 바로 이 ‘우물의 시대’를 상기시켜준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우리를 ‘우물가’로 모이라고 한다. 이 첨단의 사회적 관계망 시대에, 이 현란한 디지털 문명의 시대에 거꾸로 아날로그적 발상을 통해 우리를 따뜻한 과거의 세계로 안내하고자 한다. 아니, 단지 과거로 이끌 뿐만 아니라 현대의 첨단적인 작품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미적 체험의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그가 작품을 설치하고자 하는 장소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 <모여라>라는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될 공간은 능마루 맛의 거리이다. 광진구 군자역 6번 출구에서 나와 직진하면 바로 능마루 맛의 거리가 펼쳐지는데, 그 거리로 들어가는 입구에 바로 이 작품이 설치될 쉼터가 있다. 

 작가가 제안한 작품의 계획서에 의하면, <모여라>는 미디어 작품 전시(마이크로 뮤지엄), 설치작품 전시(마이크로 뮤지엄),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루어진 복합공간의 성격을 띤다. 향후 일부 기획전시와 연계될 것을 전제로 한 이 공공미술 플랜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것이겠지만, 전체적인 인상으로는 옛 우물이 지닌 공동체적 온기를 회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열망을 담고 있다. 그것이 이 작품이 지닌 의미이다. 삶의 따뜻한 체온보다는 익명성에 가려진 현대 산업사회의 각박한 이해관계가 우선시되는 현실에 작가는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작가는 구체적으로 과연 어떻게 해서 이 작품을 통해 과거의 공동체적 형식을 시각적으로 현재화할 것인가? 우선 주목해 볼 것은 미디어 작품이다. 이민성은 콘크리트로 원형의 외곽 쉼터를 만들고 그 안에 둥근 형태의 가상 우물을 만들기 위해 내부로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화강석 디딤판을 설치한다. 작품의 중심부에는 원형의 착색 강화유리를 설치하여 우물의 물을 표현하고, 그 안에 미디어 작품을 내장하여 관객이 감상할 수 있게 한다. 미디어 작품은 광진구의 과거와 현재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영상 이미지들을 편집한 것이다. 

 <모여드는 사람들>은 원통형의 강화유리를 덧씌운 작은 형태의 미디어 아트 기획 전시관이다. 이 안에는 네 개의 크고 작은 기둥들이 있는데, 기둥들의 판면에는 김홍도의 <우물가>라는 작품에 나오는 남녀의 이미지들이 음각된다. 기둥들이 세워진 중앙의 여유 공간에는 정기적으로 다른 작가들의 미디어 아트 작품을 기획할 수 있는 작은 갤러리가 만들어진다. 

 끝으로 세 번째 공간은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실제의 공간이다. 둥근 형태의 우물가 의자에 앉아 기둥에 새겨진 김홍도의 음각으로 된 <우물가> 그림을 감상하면서 쉬거나 사람들과 두런두런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민성의 <모여라>는 현대 물질문명의 소산인 인간소외를 극복하고 농경사회의 산물인 우물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작품이다.       

<코로나10 서울공공미술프로젝트 도록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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