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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석 / 관객과의 상호작용적 연출을 통한 미적 체험의 다변화

윤진섭


관객과의 상호작용적 연출을 통한 미적 체험의 다변화  

윤 진 섭(미술평론가)


 ‘코로나 19’가 발생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돼 간다. 이에 대한 최근의 긴급한 정부 대응에서 보듯이, 확진자 수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인구가 밀집돼 있고 대중교통이 발달한 관계로 시민들의 밀착형 접촉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인구가 1천만을 상회하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비단 ‘코로나 19’와 같은 ‘유행병(pandemic)’이 아니더라도 생활환경에서 오는 시민들의 피로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이번에 서울시가 주최한 <코로나 19 서울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명칭에서 보듯이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작가들에게는 공공미술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시민들에게는 예술 향수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한 것이다. 

 서울시가 주최한 이번 공모에서 최종작으로 선정된 박문석의 <꿈더미>는 책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광진구에 위치한 광진정보도서관 건물 입구에 설치될 예정인 이 작품은 책을 모티프로 삼아 제작한 오브제들(이하 ‘책’으로 약칭함)을 탑처럼 쌓아 올린 형태를 띠고 있다. 높이가 무려 6.2미터에 달할 정도로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책을 소용돌이 형태로 쌓아 다양한 시각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게다가 쌓아 올린 책들은 소재가 반응형 LED로 돼 있어 빛을 뿜어냄과 동시에 주변에 있는 관객들의 움직임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일종의 미디어 아트 작품인 셈이다. 

 우선 박문석의 <꿈더미>가 놓여질 장소가 광진정보도서관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책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은 정보 집약의 총아인 정보도서관 앞 광장에 놓여짐으로써 공공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성을 획득한다. 여기서 작가가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는 브론즈나 철조와 같은 기존 조각의 대표적인 아날로그 재료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LED라고 하는 빛의 소재를 택함으로써 ‘빛’의 수동성이 아닌 능동적 속성에 주목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을 빛이 없으면 볼 수 없듯이, 단순히 빛을 받아들여 관객의 눈에 보이게 하는 아날로그 조각작품의 수동성과는 달리, 빛이 스스로 발광하여 눈에 들어오게 하는 그 ‘과정’에 주목한 것이다. 게다가 작품에 센서를 부착하여 관객의 신체적 개입이 작품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도록 설계하고 있다. 

 고대 중국의 죽간(竹簡)이나 이집트의 파피루스 두루마리에서 보듯이, 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정보를 담는 ‘그릇’의 역할을 해 왔다. 컴퓨터의 등장 이후 정보의 저장 및 보존 매체는 현재의 USB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를 거쳐 왔다. 그러나 비디오의 등장이 영화관시대의 종말을 가져오지 않았듯이, 아무리 발달한 컴퓨터 저장 매체라도 아날로그적 물질로서의 책의 종언을 고하게 하지는 못 했다. 

 박문석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비록 이번 공공미술 작품을 위해 첨단의 미디어 아트 형식을 도입하고는 있지만, 정보의 상징적 존재로서 책이란 형식의 모양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가 낡은 정보를 밀어내듯이, 정보 순환의 관계를 소용돌이 모양으로 책을 쌓아감으로써 종국에는 거대한 모뉴멘트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탑’의 형태에서 오는 이 상징성은 마치 브랑쿠시의 기념비적인 작품 <무한열주>처럼 수직상승을 암시한다. 지식의 증대를 암시하는 이 수직적 형태는 이 도서관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게 될 것이다. 

 미디어 아트가 지닌 장점 가운데 하나는 관객과의 상호작용이다. 박문석의 <꿈더미>는 관객이 없으면 그 효용이 반감되는 특징을 지닌다. 작품과 관객과의 거리는 빛으로 이루어진 작품의 조도 변화와 함께 일정한 시간 간격마다 LED 애니메이션이 연출되는 등 다양한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이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의 정서 함양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0 서울공공미술프로젝트 도록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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