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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론│김영구 / 고립으로부터의 자유 - 사유하는 섬

김성호

고립으로부터의 자유 - 김영구의 사유하는 섬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 

정형화된 캔버스 회화에 천착해 왔던 작가 김영구는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방식의 회화적 설치를 감행한다. 유기적인 형상의 ‘변형 캔버스(Shaped canvas)’를 수고스러운 노동을 통해 제작하고, 그 위에 정밀한 재현 언어로 도시와 섬을 표현한 후 전시장에 가변적으로 설치하는 방식의 전시가 그것이다. 이차원 평면성이라는 회화의 매체적 한계를 극대화한 이러한 방식의 설치는 마치 무대 장치의 가설 회화처럼 공간 전체를 점유하면서 거대한 ‘공간 풍경’을 구축한다. 즉 이러한 방식의 회화 전시는 캔버스 프레임 내부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프레임 외부의 전시 공간마저 작품으로 끌어들이며 회화의 영역과 개념을 확장한다. 
그가 이번에 다루고 있는 제재는 ‘섬’이다. 일차적으로 전시를 위한 이러한 소재와 제재는 경기창작센터가 위치하고 있는 장소성에 대한 고려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그가 오래전부터 천착해 왔던 도시 이미지에 대한 조형적 성찰 안에 자리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그려왔던 ‘도시’는 빌딩 숲이 자리한 회색빛을 바탕으로 한 채 화려한 애드벌룬이 유영하고 있는 환상적인 이미지로 도시에 대한 ‘심적 이미지’ 즉 ‘이미저리(imigery)였기 때문이다. 흔히 심상(心像)으로 번역되는 ‘내적 형상’인 이미저리는 김영구의 작품 속에서 ‘외적 형상’인 회색빛 도시 이미지와 화려한 색상의 애드벌룬이 하나의 쌍을 이루면서 그 속에 숨겨진 ‘삶에 관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한다. 외면적으로는 획일화된 차가운 도시이지만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도시민의 분주한 일상과 애환을 반대적 이미지인 애드벌룬을 통해서 암암리에 가시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주와 생업의 터전인 ‘도시’와 향유와 여흥의 상징으로서의 ‘애드벌룬’이 교차하는 낯선 만남은 그의 잔잔한 도시 풍경을 일정 부분 초현실주의적 양상으로 변주한다. 

김영구, 사유하는 섬, 2020.

그런 면에서 이번 전시에서 ‘섬’은 그간에 그가 천착해 온 도시 풍경과 쌍을 이루면서 등장했던 애드벌룬을 대신하는 이미저리인 셈이다. 이전 작품 속 애드벌룬이 환상과 낭만적인 색채로 삭막한 회색빛 도시 풍경을 여유로운 풍요의 공간으로 변모시켰다면,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언어로 등장하는 섬은 도시와 한 몸처럼 작동하는 쌍생아라고 할 것이다.  
태생적으로 이질적인 양자가 상사성(相似性)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김영구의 전시 연출은 ‘인공의 도시’와 ‘자연의 섬’이 본질적으로 한 몸이었음을 일깨운다. 즉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마주 보게 설치한 ‘빌딩으로 만들어진 섬’과 ‘자연으로 만들어진 섬’은 도시의 콘크리트가 광물이라는 자연으로부터 온 것임을 피력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도시 속 여러 미디어는 또 어떠한가? 그 모든 것이 펄프, 빛, 전기장처럼 자연에서 발견되고 자연으로부터 온 것임을 상기하게 만든다.  


김영구, 사유하는 섬(부분), 2020

전시명이자, 작품명인 <사유하는 섬>은 화가 김영구의 이번 전시에서 ‘섬’이라는 고립 지대를 ‘도시’라는 회색 지대와 교차하면서 둘 사이의 공유 지점을 구축한다. 섬은 육지로부터 고립되어 있지만, 바다로 이어지는 공간이며, 도시는 자연으로부터 별리되어 있지만, 인간과 이어지는 공간이지 않던가? 둘 사이에 있는 자연/인공과 같은 지정학적 대척점은 여타의 다른 공유 지대에 의해서 희석된다. 즉 ‘고립으로부터 자유’라는 가장 커다란 공유점으로 서로를 만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 김영구가 실험적으로 새롭게 모색한 이번 설치 작품인 ‘사유하는 섬’은 섬의 물리적, 지정학적 형식과 같은 ‘기표’ 위에서 부유하는 것이라고 하기보다 섬을 ‘사유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철학적 메타포와 연동하는 ‘기의’ 안에 내려앉는 ‘진중한 무엇’이라고 하겠다. ●

출전/
김성호,  「고립으로부터의 자유 - 김영구의 사유하는 섬」, 『2020 창작레지던시 기획전-0인칭 시점』,  (0인칭 시점, 2020.10.22.(목)~ 온라인 개막, 경기창작센터), 2020, p.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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