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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론│이주하 /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한 ‘평화 공생’

김성호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한 ‘평화 공생’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  

작가 이주하의 이번 개인전은 띄어쓰기를 의도적으로 방기한 전시 주제, ‘평화하나’를 통해 ‘평화를 위한 공생’을 이야기한다. 자연 속 동식물과 하찮거나 소소한 일상의 사물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평화로운 공생’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전시는 공예적 설치와 같은 친근한 조형 언어 안에 유머와 비판적 메시지를 담아 마치 한편의 우화(寓話)처럼 제시된다. 친근한 동물 형상과 함께 일련의 연극적 장치를 통해서 자연 생태를 훼손하는 오늘날 인간 욕망에 대한 따끔한 비판적 메시지마저 가감 없이 던지는 까닭이다. 





I.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성찰  
이주하 작가의 생태적 메시지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애정 어린 관심을 기울여 온 그간의 관심 속에서 촉발된 것이지만, 그녀가 ‘평화문화진지’ 레지던시에 입주해 활동했던 자연 생태적 환경으로부터 유발된 측면 또한 없지 않다. 레지던시 공간 주변의 수많은 장미꽃과 레지던시에 불쑥 들어왔던 꿀벌, 말벌, 수많은 곤충은 물론이고, 여름에 등장했던 참개구리와 청개구리 그리고 느닷없이 스튜디오 창문에 부딪혔던 비둘기에 이르기까지 평화문화진지에서 만났던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작가 이주하에게 평화를 주는 소중한 무엇으로 작품의 소재와 제재가 되기에 족했다. 
이 모든 것들은 이번 전시에서 〈작업 표본(Work Sample)〉(2020)이라는 제명의 멀티플 아트(Multiple art) 유형으로 일괄적으로 선보인다. 작은 크기의 세라믹 조각으로 만들어진 이것들은 파란색 타원형으로 구획된 전시장 벽면에 저마다 번호가 매겨진 채 작가가 지은 미시적 내러티브와 함께 소개된다. 예를 들어 앙증맞은 ‘고양이 조각’을 소개할 때는 다음과 같은 방식의 텍스트가 뒤따른다: “고 선생은 평화문화진지의 진정한 주인! 절대 옆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냐홍~~” 이처럼 작가가 만난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레지던시 동안 ‘보고 알게 된 것들’이자 동시에 작가가 ‘지금, 여기’에 작품으로 되살려낸 ‘스튜디오 5 작업 결과물’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지금, 여기’의 맥락에서 만난 생명체들은 더욱 소중하다. 그녀의 작품에서 드러나듯이, 장미꽃, 벌, 개구리와 같은 작은 생물 속에서 그리고 위기의 팬데믹 시대를 이해할 길이 없는 강아지가 천방지축 뛰노는 모습에서 작가는 생명의 소중함을 읽었으리라. 코로나19로 연기를 거듭하다 가까스로 첫 대면으로 진행했던 시민연계프로그램에서도 작가는 그러했을 것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 ‘평화하나’는 작가가 처하고 있는 ‘지금, 여기’의 맥락을 가감 없이 전한다. 평화문화진지에서 ‘평화’, 작가 이주하에서 ‘하’, 코로나에서 ‘나’가 떨어져 나와 마치 이니셜처럼 합쳐져 작명된 주제가 바로 ‘평화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제, 코로나19 시대를 조망하는 작품 〈보이지 않는 조명들(No one wants to see it)〉(2020)을 보자. 전시장 안쪽 바닥에 설치된 이 작품은 낮은 조각대 위에 세라믹으로 된 5개의 조각상이 각자 머리에 조명을 이고 있다. 작가는 마스크를 삐딱하게 쓰고 있는 인물상을 통해서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자유를 억압받고 각종 질병에 노출된 아이들”을 형상화하거나 마스크를 귀에 걸고 있는 북극곰 조각을 통해서 ‘북극까지 뻗어 있는 인간에 의한 환경오염의 폐단’을 고발한다. ‘모두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을 전시에 가져온 작가는 인간에게 포스트 펜데믹 시대의 재난이 이미 예고된 것이었음을 드러낸다. 멸종 위기 생물의 포획, 인간 자원 확보를 위한 밀림의 훼손 그리고 반환경적인 인공물의 무한 생산과 무분별한 폐기가 야기한 전 지구적 질병과 환경오염 그리고 생태 위기를 나지막이 고발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빨대가 콧속 깊이 박힌 채 먹이를 찾아 나선 바다거북이나 각종 쓰레기로 둥지를 만들어 알을 품고 있는 뱁새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은 관객의 가슴을 아련하게 만든다. 조명을 밝혀 그것의 가시화를 극대화하려는 것일까? 작가가 만든 작품들은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을 보지 않으려는 태도’를 수정할 것을 요청한다. 



II. 생명 위기의 시대에 전하는 ‘평화 공생’의 메시지  
그렇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소중하다. 작품 〈생명체(Organism)〉(2017~2020)는 살아 있는 동식물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음을 주장한다. 마치 “무생물에도 영혼이 있다”고 주장하는 애니미즘(animism)의 세계관마저 일부 엿보게 하는 이 작품은 실상 ‘모든 것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다. 세라믹과 레진으로 만들어진 작은 조각상들을 투명한 아크릴판으로 둘러싼 이 작품은 “모든 물체에는 숨결이 있기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고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시각화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마치 쇼윈도의 연극적 장치처럼 ‘3차원 공간을 구획한 아크릴판 프레임’뿐만 아니라 컵, 병과 같은 공예적 사물을 사람의 인물 형상과 겹쳐 만들어 마치 ‘꿈틀거리는 생명체로 보이게끔 변환시킨 작가의 손의 기술’에서 극대화된다. 하나의 작품이란 작가가 숨결을 불어 넣어 만든 제2의 생명이 아니던가? 그것은 작가의 열과 정성 그리고 영혼을 담은 그릇이다. 


이번 전시의 마지막 작품 〈평문진콘(PEACE CULTURE BUNKER ICECREAM)〉(2020)을 보자. 이 작품은, 이 글의 마지막에 언급하고 있지만, 실상 관객이 전시장 입구에서 처음 만나는 작품이다. ‘평화문화벙커아이스크림’이라 할 만한 이 작품은 낙엽이 깔린 전시장 바닥에 놓은 하얀 테이블 위에 초록색 잔디를 깔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과 한 몸이 된 귀여운 ‘아이스크림 꼬마’를 올려놓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 이주하가 레지던시로 만났던 평화문화진지에 대한 ‘첫인상’과 같은 작품이라 하겠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기며 달콤함을 찾는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과 같은 평화문화진지에 대한 ‘첫인상’ 말이다. “군사시설인 옛 대전차방호시설을 공간 재생 사업을 통해 새롭게 조성한 문화 창작 공간”인 평화문화진지는 과거/현재, 인공/자연, 역사/예술/문화가 ‘공생’이라는 화두로 하나로 어우러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작가에게는 아이스크림 같은 것이었으리라. 


뜻하지 않게 맞이한 포스트 펙더믹 시대! 작가는 평화문화진지 레지던시에서 오늘날 시대를 체감하면서 줄곧 성찰했던 작가의 사회적 발언과 책무를 예술의 언어 안에 담아 ‘하나평화’라는 제명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전시에는 위트, 유머, 행복이라는 키워드 안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공생’에 대한 잔잔한 자기반성적 성찰이 한 덩어리로 녹아있다. 모든 것이 힘들고 어려운 오늘날 시대에 작가 이주하의 ‘평화 공생의 메시지를 전하는 예술적 실천’이 앞으로도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과 평화를 안겨주길 기대한다.● 
 
출전/
김성호,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한 ‘평화 공생’」, 『이주하』, 전시리플렛, 2020
《이주하 개인전-평화하나》 (2020.11.03 ~ 2020.11.15., 평화문화진지 전시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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