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평론 일반│2020창원조각비엔날레 5

김성호

총감독이 설명하는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5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 



‘콜라보’라는 이름의 협업 작품 
이번 호에서는 협업 작업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연재에서는 다른 주제로 이러한 협업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설치미술가 유정혜와 사진가 정태규의 협업, 미디어아티스트 노승복과 과학자 심판섭의 협업이 그것이었습니다. 유사하거나 상이한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서 출품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결과물을 완성하고 나서 느끼는 기쁨은 협업하는 당사자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겁니다. 관객의 입장에서도 코로나 시국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된 최근 상황에서 이러한 기쁨을 나누는 감동이 있습니다. 그 감동의 색깔과 크기가 어떠할지 기대를 하면서 이번 비엔날레에서 준비한 ‘콜라보’라는 이름의 협업 작품에 대해서 소개하겠습니다.


진달래 & 박우혁 〈별들은 분명 달 뒤에 있다〉 (2020)
두 작가가 협업으로 만든 작품은 우주 속 태양계 행성의 세계처럼 보입니다. 사과를 닮은 세 개의 거대한 원형의 면을 지닌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곡선 원형과 직선의 지지대, 앞면과 뒷면이 상이한 구조물이 마치 무대의 장치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지구에서 달은 항상 앞면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이 설치 구조물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신비로운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작품명처럼 ‘별들은 분명 달 뒤에 있습니다.’ 지구와 가까운 달조차 앞면만 볼 수밖에 없는데, 저 멀리 별은 오죽 할까요? 보이지 않는 무수한 별들이 품은 신비로움은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오상훈 & 스기하라 유타(일본), <라이트하우스> (2020)  
조각이 풍경을 만나기 위해 ‘인공 자연’인 공원에 나왔듯이, 건축을 만나기 위해서 공원에 나왔습니다. 여기 ‘건축적 조각’이라는 이름의 비조각이 자리합니다. 두 예술가의 콜라보 작업인데요, 한국 건축가는 ‘구조적 건축 조각’을, 일본 작가는 ‘비구조적 조명’ 작업을 맡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건축은 동물 형상 같기도 하고 등대 같기도 한 모습이고 조명은 건축과 특별히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몸체라는 것입니다. 건축의 가운데 기둥에서 은은하게 빛이 흘러나오는 ‘빛 조각’인 셈입니다. 관객은 이 작품을 통해서 ‘자연-건축-조명-조각’이 하나로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  






백남준, 〈창원의 봄〉(2000)
한국의 현대미술가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작가 하면 누굴 생각하시나요? 네. 비디오아트의 선구자로 알려진 백남준 선생님이십니다. 2006년에 돌아가셨지만 이번에 ‘창원의 봄’이라는 작품으로 비엔날레에 참여합니다. 이 작품은 원래 2000년 성산아트홀 개관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인데, 왜 새삼스럽게 비엔날레 참여작이 되었을까요? 이 작품은 93대의 TV 브라운관이 3단으로 쌓여 꽃이 활짝 핀 모습을 형상화했어요. 작품 속 영상을 잘 살펴보시면, 한 여인과 백남준 선생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 (Charlotte Moorman)이 1969년 뉴욕에서 백남준 선생과 함께 선보인 합작 퍼포먼스 <살아있는 조각을 위한 TV 브라(TV Bra for Living Sculpture)>입니다. 백남준 선생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샬롯 무어만을 ‘살아있는 조각’이라고 지칭했는데요. 이번 비엔날레 주제인 비조각에 대해서 성찰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살아있는 조각’으로 명명된 연주자와 ‘TV 브라’로 작명한, 여성의 속옷을 대신한, ‘미니어처 TV’ 그리고 이 둘을 보여주는 ‘창원의 봄’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비디오 조각’! 이 모든 것이 바로 비조각인 셈입니다. 음악과 미술, 영상과 조각, ‘조각 아님’과 조각이 한데 어울린 융합 예술이자 비조각인 것이죠. 






최정화, 공기 조각들 (2018~2020) 
경남도립미술관의 협업입니다. 경남도립미술관이 기획하고 있는 최정화 작가의 개인전과 맞물려 이번 비엔날레가 함께 협업을 도모했습니다. 성산아트홀 대극장과 전시동 사이에 있는 마당에는 한국 작가 최정화의 공기 조각들이 매주 새롭게 자리합니다. 공기 조각이라니요? 펌프의 작동을 통해서 공기 주입의 강도를 조절하면서 천천히 움직이는 작가 특유의 키네틱 조각입니다. 천천히 꽃잎을 피웠다 시들기를 반복하는 식물의 형상이 다채롭게 펼쳐지는데, 관객들은 매주 새롭게 교체되는 공기 조각의 향연을 지켜보실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전시 일정과 세부적인 작품명은 작품 앞에 놓인 명제표를 확인해 주세요.    






지고르 바라야자라(스페인) & 그린하우스  <빵 조각>(2020)
비엔날레가 준비한 예술가 협업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스페인 작가의 빵 조각은 창원시에 소재하고 있는 그린하우스의 빵 재료와 장비를 통해서 생산된 것입니다. 작가의 기존의 연작 중 하나인 빵 조각이 출품되었을 뿐만 아니라, 작가가 디자인한 판매용 빵 조각은 그린하우스에서 매일 생산되어 관객에게 판매됩니다. 해외 예술가가 베이커리와 함께 만든 협업 프로젝트로서 음식이 예술이 되는 프로젝트죠. 이 작품은 비조각이라는 이번 비엔날레 주제를 잘 해석했다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코로나19로 어렵고 힘든 시기이지만 작가가 만든 빵 조각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서 비엔날레 기간 중 여러분이 음식을 현장에서 드실 수 있을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코로나19 진정 국면이 찾아와서 비엔날레가 준비한 이 협업 프로젝트에 모두 함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임창주 & 전문 공연예술가 & 아마추어 공연예술가 & 청춘마이크 <아트 시어터 콜라보>(2020)
비엔날레가 준비한 예술가 협업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아트 시어터 콜라보’라는 작품명처럼 많은 예술가들이 이 하나의 작품에 참여합니다. 먼저 한국의 무대미술가 임창주 작가가 디자인한 무대 위에서 지역 4팀의 전문 공연예술가를 초빙하여 공연을 펼칩니다. 그뿐만 아니라, 비엔날레가 공모한 10팀의 아마추어 공연예술가와 ‘2020문화가 있는 날 - 청년마이크 협력’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됩니다. 비엔날레 기간 동안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1시간 동안 펼쳐지는 짧은 공연이지만, 미술, 퍼포먼스, 디자인, 무용극, 연극, 노래극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여러분 앞에 펼쳐집니다. ‘살아있는 조각 공연’을 통해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시점에 여러분에게 작은 희망을 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 모두 기쁜 마음으로 공연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 2020창원조각비엔날레에 콜라보 작업이 아주 많죠? 잘 준비하겠습니다. 다음에는 마지막 회이군요. 어떠한 글로 전체 내용을 정리할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겠습니다. 다음 호에 뵙겠습니다. 



출전/
김성호, 「총감독이 설명하는 창원조각비엔날레 5」, 『문화누리』, 9월호, 2020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