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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일반│ 비조각처럼 / 김종영미술관

김성호

‘비조각’처럼 -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김성호(2020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 

시원섭섭! 기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다. 일 년 동안 준비하고 만들었던 비엔날레를 되돌아보면 좋든 싫든, 모든 것이 사건이고 모든 것이 그저 추억이니까. 성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비엔날레 마지막 날 폐막 시간을 ‘카운트다운’하면서 환호했다.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은 굳이 설명 안 해도 모두 알 수 있으리라.  
코로나 19! 그놈은 2020창원조각비엔날레가 맞닥뜨린 복병이었다. 개막일 전에 사라질 줄 알았는데, 폐막일까지 성호와 그의 동료들을 괴롭혔다. 연이은 폭염과 태풍 상륙 소식이 야외 작업을 방해하더니 코로나까지 속을 썩였다. K방역이 세계 각국에 위세를 떨치던 시절은 잠시였고, 국내에 코로나 경계 2단계가 발령되자, 비엔날레 사무국은 ‘맨붕’에 빠졌다. 미리 서둘렀지만, 각국 대사관에 보낸 해외 작가 입국을 위한 ‘자가 격리 면제 신청’은 줄줄이 퇴짜를 맞고, 해외 작가 작품 반입 일정에도 차질이 벌어졌다. 입국이 어려워진 해외 작가 몇 명은 출품 자체를 안 하겠다고 엄포를 놓거나  작가 보상비를 높여 달라고 막무가내로 요청을 하기도 했다. 지역 기자 간담회에서 일부 참여 작가 명단을 미리 공개한 터라, 목록에서 뺄 수도 없기에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 성호와 큐레이터들은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뭐 그 정도쯤이야! 어떤 작가는 자신이 입국 후 제작하기로 했던 출품 예정작에 비토를 놓고 다른 작품으로 출품하기로 해서 한동안 담당 큐레이터와 시비가 붙기도 했는데 뭘.  



스트라이듬 반 데르 메아브(Strijdom van der MERWE, 남아프리카 공화국), 
‹지구 매듭(자연적 압축 지구, 발견된 오브제)›, 2020, 자연석, 가변크기

비엔날레 연기! 아니다. 그렇다고, 코로나 시국을 이유로, 개막 일정을 일찌감치 미룬 다른 비엔날레처럼 뒤늦게 연기를 발표할 수는 없었다. 관객과의 예정된 약속을 지킬 책무가 가장 큰 이유였지만, 광주나 부산비엔날레처럼 전용관도 없어서, 주어진 비엔날레 일정을 소화하고 대관이 예정된 시민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돌려주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호는 내년에 캐나다에 사는 친누나를 만나러 해외 장기 여행을 계획해 두지 않았던가? 개인적으로도 올해 행사는 꼭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만 했다.  
온라인 전시! 당연히 준비한 그 행사가 그렇게 어려운 것인 줄은 몰랐다. 포스트 팬데믹, 언택트라는 단어가 회자하는 분위기 속에서 부랴부랴 실행에 들어갔던 ‘온라인 전시’ 준비는 모두를 괴롭혔다. 전시장을 디자인하고 작품을 설치하는 빠듯한 일정 안에 비엔날레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개설할 ‘온라인 전시’를 위한 촬영 작업이 한꺼번에 들어갔는데, 작품 설치나 촬영 일정이 돌발변수로 변하는 것을 막기에는 불가항력이었다. 야외 작품 설치는 비교적 일찍 마무리되었지만, 실내 작품 설치는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뚜둥~ 9월 17일! 예정된 개막일에 전시를 시작했으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상황이라 전시장 문을 열 수 없었다. 전시는 다 만들어 놓았지만, 개막식도, 초대 손님도, 관객도 없는 비엔날레를 시작한 셈이다. 취재를 위해 방문하는 언론 관계자들에게 전시를 공개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야외 전시는 자유로운 관람이 가능했지만, 방역 당국의 지침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신 온라인 전시에 기대를 걸었다.  
야심만만하게 준비했던, 10개국의 발제, 토론자가 참여하는 국제학술컨퍼런스의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해외 인사의 입국이 불발된 상황에서 참여국의 각기 다른 ‘시간차’로 인해 화상 컨퍼런스는 꿈도 못 꾸고, 발제자, 토론자, 사회자 모두 사전 녹화를 통한 동시통역이라는 첫 시도를 감행해야만 했는데, 그게 제대로 진행이 되었겠는가? 성호는 매일 소리치고 담당 큐레이터와 코디네이터는 매일 스트레스를 달고 살았다. 무대 미술가와 지역의 공연 단체, 공모 선정된 아마추어 공연 예술가들의 콜라보 공연 또한 2주 동안 관객 없는 빈 전시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이루어졌다. 대신 촬영을 거쳐 비엔날레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게시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대면 전시!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2020창원조각비엔날레는 10월 5일부터 ‘사전 예약 시스템’을 거쳐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온라인으로만 실내 전시를 보았던 관객은 점차 밀려들었고 11월 1일 종료일까지 성황을 이루었다. 브라보! “처음은 미약했으나 나중에 창대하리라”는 아포리즘이 실감이 나는 비엔날레였던 셈이다.  
‘비조각-가볍거나 유연하거나’라는 주제로, 총 34개국 86팀(94명) 작가들의 작품 133점이 출품되는 이번 2020창원조각비엔날레는 비엔날레 출범 10년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역대 최초, 최대, 최다와 같은 수식어를 만들었다. 초유의 포스트 팬데믹 사태를 맞이하면서 처음으로 시도했던 ‘온라인 전시’도 그렇고, 역대 최다의 참여국 수도 그렇고, 역대로 가장 많은 지역 작가 참여 비율도, 아프리카 대륙의 5개국의 작가들이 참여한 것도 처음이었다. 조각 공원화 프로젝트를 탈피하고 올해 한 점만을 영구 컬렉션으로 초청하고 나머지 출품작을 반출하거나 폐기한 것도, 유휴 재생 공간의 리모델링을 통해서 특별전 1, 2의 전시 공간을 만든 점도 실험적인 미술을 선보이는 비엔날레 본연의 목적을 지향하기 위한 첫 시도였다. 미술가와 지역의 공연 단체의 멀티플 콜라보, 국외 출품 작가와 지역 상권의 콜라보 작업도 첫 시도였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외부 지역 비평가 모임의 비평 웹진을 통해 비엔날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10년에 이르는 비엔날레의 자기반성과 지기 성찰의 모습을 객관적인 비평적 시각 앞에서 더욱더 강화하고자 했다. 가능한 모든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을 전시 전에 발행하고 비엔날레 현장의 모든 사진과 정보를 빼곡하게 담은 전시 카탈로그를 단행본의 형식으로 전시 중에 출간한 것도,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한, 첫 시도였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일까? 이번 비엔날레는 한 포털의 예매 사이트에서 높은 평점을 받았고, 한국메세나협회의 매칭펀드 수혜마저 입을 수 있었다. 
이러한 감사한 결과는 주제의 당위성에 공감하면서 참여를 허락한 특별전 1의 이승택 작가나  까다로운 감독의 출품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본전시1, 2의 국내외 작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게다가 아프리카와 중국 작가 섭외를 위해 위촉한 세네갈과 중국의 두 커미셔너, ‘특별전2 - 아시아 청년 미디어 조각’의 기획을 맡은, 공모로 선정된 지역 협력 큐레이터 세 분의 도움도 큰 힘이 되었다. 그뿐인가? 감독에게 매번 소리치는 가족 같은 두 분의 큐레이터와 밤낮없이 열심히 일한 비엔날레 추진팀의 구성원들이 없었으면 가능한 일이었겠는가? 관객에게 친근한 목소리로 오디오 가이드를 들려준 홍보대사 진선규 배우의 도움도 크다. 
이제 성호는 총감독 일을 마치면 뭘 하나? 글쎄, 비엔날레 10년의 세월을 ‘자기 성찰’로 도모하는 올해 주제인 ‘비조각 - 가볍거나 유연하거나’처럼 지내야 하겠지? 비엔날레 출품작들이 선보인 바람, 불, 물, 수증기, 거품, 공기, 흙이 품은 철학을 사색하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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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눌란 타히리(Nurlan TAHIRLI, 아제르바이잔), ‹무제›, 2020, 샤틴 천, 선풍기, 조명, 가변 크기.
(2층) 글랜다 리온(Glenda LEÓN, 쿠바), ‹잃어버린 시간 III›, 2020, 모래, 모래시계, 지름 300cm x 165cm.
(1층) 미셸 블레이지(Michel BLAZY)의 ‹부케 파이널 4›, 2020, 거품, 600 x 600 x 505cm.



김연, ‹명상 202009›, 2020, 스테인리스 스틸, 철판, 물, 조파기, 300 x 480 x 840cm.


카리나 스미글라 보빈스키(Karina SMIGLA-BOBINSKI, 독일), 
‹에이디에이(ADA)› (2020), 풍선, 헬륨. 가변 설치.  

전/
김성호, 「‘비조각’처럼 - 2020창원조각비엔날레독」, 『소식지』, 김종영미술관, 2020.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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