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2018년 아트레지던시 미술장터 “Art market Stamp-Tour in Jeonju

변종필

‘큐레이팅은 20퍼센트의 심미안과 상상력, 80퍼센트의 행정력과 팀워크, 경영능력으로 이루어진다.’ 

니콜라스 세로타 前런던테이트 관장


      

‘2018년 아트레지던시 미술장터 “Art market Stamp-Tour in Jeonju'는 전국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전주한옥마을 내 갤러리 카페, 미술관 6곳을 중심으로 젊은 작가의 미술품을 전주한옥마을을 찾아온 방문객에게 판매한다는 기획의도에서 진행된 사업이다. 기획의도에서 드러나듯이 이 사업은 이미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문화의 활성화에 힘입어 그 동안 침체기에 있었던 지역미술시장의 미술품 유통에도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희망찬 포부가 느껴진다.


“Art market Stamp-Tour in Jeonju'는 콘셉트나 부대프로그램, 작가. 작품 구성 등 콘텐츠를 보면 나름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전주한옥마을 내 미술품유통의 장소를 지역관광업소와 협업으로 마련한 부분이다. ‘돈키호테’, ‘교동미술관’, ‘아그배’, ‘공간봄’, ‘삼양다방’, ‘추억박물관’ 등으로 구성한 미술품 판매 장소는 지역문화의 특성을 간직한 공간을 선택하여 관광객의 참여를 높이려고 한 의도가 깔려있다. 특히 처음 계획과 달리 교동미술관의 참여를 이끌어 미술품 유통의 활성화에 기대치를 높인 부분은 기획자의 열정과 노력의 결과로 돋보인다. 이런 전반적인 기획이 궁극에 미술품 유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 것이 현장에서의 첫 인상이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작가는 62명(계획단계에서는 53명), 출품작품은 181점(아트상품제외)이었다. 구성면에서 보면 지역작가보다 타지역작가의 참여비중이 높고, 작품은 소품 위주다. 기획자는 지역작가의 참여율이 저조한 요인으로 홍보 부족보다는, 지역작가들이 전문 전시공간이 아닌 대안공간에서 전시하는 것을 꺼리는 부정적 시각을 꼽았다. 실제 지역작가들은 이 같은 형식의 전시는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여겼다. 결과적으로 지역 상권과의 협업으로 마련한 새로운 형태의 미술장터 사업에 대한 지역작가들의 선입견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역작가의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셈이 되었다. 다만, 이 부분은 지속적인 홍보와 사업취지의 이해폭이 넓어지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 본다.


출품작은 평면과 입체분야에서 작품의 소재, 표현기법, 크기 등 다양했다. 젊은 작가의 참여가 두드러졌지만, 작품의 수준(완성도, 표현력, 내용 등)에서는 작가 간 편차가 컸다. 기획단계에서 작품을 선정하기 보다는 온전히 작가의 성향에 전적으로 맡겨둔 부분이 작가 간 편차를 심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미술장터에 참여한 전시 공간 5곳은 두 블록 내에서 관람이 가능한 동선에 위치하여 관람객의 이동거리를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어, 관광객을 전시 공간으로 유도하기 위해 고심한 노력이 느껴졌다. 다만, 전시 공간 간 이동시 흥미를 유발하며, 심리적 거리감을 줄일 수 있는 콘텐츠 기획이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


“Art market Stamp-Tour in Jeonju'사업의 가장 아쉬운 부분은 작품을 중심으로 한 전시 공간의 구성과 연출면이었다. 우선, 이번 사업에 전시공간을 협조하지는 않았지만, 사업의 홍보에 있어 지역상권의 협조가 잘 이뤄진 부분은 긍정적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지역의 명소나 특화된 인기장소와 협업을 이룬 부분은 돋보이는 기획이다. 그러나 정작 작품이 전시되었을 때 판매대상 작품의 전시가 본래의 장소 특성에 묻히면서 시선을 끌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삼양다방, 추억박물관’의 경우 기존의 장소를 새로운 분위기로 전환하는데 전시작품이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삼양다방은 전주 한옥마을의 오랜 명소(최초 다방)라는 유명세에 맞게 사람이 붐볐다. 다방 입구에는 전시 리플릿과 사업 홍보물을 비치해 이 사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작품 연출에 있어서는 전시 환경과 어울리는 적절함이나 세련됨을 얻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작품전시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기보다는 비어있는 공간에 작품을 배치한 수준이었다.


‘추억박물관’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역의 인기박물관을 전시 장소로 선택한 것은 탁월했지만, 오랜 추억의 오브제가 빼곡히 진열된 박물관 전시물 사이에서 출품작들이 돋보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왕에 2층의 모자박물관까지 연계한 디스플레이였다면 더 좋은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전시공간인 ‘아그배’는 갤러리 카페로 전시작품을 효과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전체 크기와 조명, 전시 벽면 등에서 앞선 두 공간보다 전시환경이 좋았다. 작품 디스플레이도 비교적 무난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중심거리에서 벗어난 위치에 있어 찾아오는 관람객이나 유동인구가 적은 편이었다.


사실 관람객이 많고 적음을 떠나 전시 관람객을 전시공간에 일정시간 머물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전시작품을 충분히 관람할 수 있는 공간구성은 전시의 성과는 물론 미술품 판매에 도움을 줄 수 있기에 전시기획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전시 공간 중 가장 흥미로운 곳은 ‘돈키호테’라는 공간이다. 이 곳 역시 카페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했는데 5곳의 공간 중 미술품 유통 방법의 가능성을 확장해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위치상 한옥마을의 중심에서 한참 떨어져 도보로 이동하기는 힘든 곳이었고, 전시 디스플레이면에서 공간의 특성을 극대화한 참신함이 부족했다. 하지만, 향후 전시공간으로 지속할 수 있는 협업을 이끌어낸다면 이 지역의 새로운 대안공간으로 주목받을 만한 곳이다. 실제 전시오픈일에 다양한 프로그램(특히 퍼포먼스)을 마련해 참여 작가와 관람객의 만족도와 호응도를 이끌어낸 점은 이 사업의 확장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카페경영자가 사업 이후에도 협업으로 미술전시를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궁극에 참신한 전시와 전업작가들의 미술품 판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활성화를 기대할만 하다.


사람이 붐비는 곳은 미술품 수집의 잠정적 컬렉터층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실질적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한 미술품 판매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인간 행동에는 요인이 따른다. 특정한 장소에 사람이 붐비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차별화된 장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에는 사람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관람객의 흐름이나 반응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끊임없는 연구와 문제제기를 통해 관람층의 판도를 바꾸는 큐레이팅이 필요하다.


큐레이팅은 창조성이 핵심이다. 큐레이팅의 성패는 전시작품의 수준, 디스플레이, 판매 및 홍보전략 등 전반에 걸쳐 새로움, 신선함이 크게 좌우한다. 이 점에서 볼 때 “Art market Stamp-Tour in Jeonju'은 출품작 선정에서부터 판매방향, 전시구성 등에 이르기까지 한층 구체적이고 치밀한 기획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홍보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 큐레이터는 전시작품 외에도 웹사이트, 인스타그램, 트위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활용해 이 사업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실시간 전달하는 홍보와 마케팅은 행사기간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작품을 소개하고 컬텍터층과 연결시키는 매개가 된다는 점에서 꼭 챙겨야 할 부분이다.


한국미술계는 이른바 미술관, 비엔날레로 양분되는 전시방식과 또 다른 축을 형성하는 미술시장이라는 세 가지 기재로 작동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중 미술시장은 미술관과 비엔날레에 견주어 작가의 생계와 직결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점에서 「작가 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은 ‘미술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작가들의 판로개척 지원과 일반 국민이 부담 없는 금액으로 미술을 즐기며 미술품을 소장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지원사업 취지를 살리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사회, 문화적 변동은 작가 존재방식에 변화를 준다. 작품의 형식과 내용의 변화는 물론 작가를 존재하게 하는 방식, 이른바 생존 방식을 모색하게 만든다. 이에 전시 기회를 얻지 못한 국내 95%에 이르는 작가에게 전시기회를 주고, 동시에 미술품 판매기회까지 부여해 줄 수 있을 때 미술시장의 활성화는 물론 대중문화향유의 저변확대라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관건은 이 사업의 지속여부를 가능하게 해줄 기획력과 그에 따른 경영능력에 있다.


현대미술은 새로운 방식과 내용을 앞세운 큐레이팅이 전시의 승패를 좌우할 만큼 큐레이터의 역할이 크다. 국내만 하더라도 매년 수많은 미술관련 일들이 큐레이팅 되고 있다. 큐레이터는 미리 생각하고 앞일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최근 미술계에서 큐레이팅은 심미안이나 상상력보다 행정력과 팀워크, 경영능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 점에서 ‘아트레지던시 미술장터 “Art market Stamp-Tour in Jeonju'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한층 세밀한 계획과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행정력과 경영능력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모쪼록 오랜 준비와 열정적인 자세로 운영전반에 참여한 기획자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 p.s- 10월 27일 토요일 ‘교동미술관’에서 열린 네트워크 파티행사는 이 사업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이벤트였다. 이벤트를 통해 작품 카드결재 11건, 현금판매 16건의 성과를 냈다. 미술작품이 전시된 5곳을 관람한 하루 방문객이 2,750 명(행사기간 전체 방문객 8,000여명) 에 견주어 높은 판매율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향후 참신한 기획의 뒷받침과 1일 이벤트의 확대를 통한 미술품 판매율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은 발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8년 아트레지던시 미술장터 “Art market Stamp-Tour in Jeonju' 비평문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