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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지 않고 여행하기》,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객원연구원

움직이지 않고 여행하기

2021.7.19–8.22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8월 22일까지 창동레지던시 입주작가전 <움직이지 않고 여행하기>를 개최한다. 해당 전시는 2021년도 창동레지던시 19기로 입주한 3인의 작가들을 소개하고, 전 세계적 감염병 시대에서 여행의 의미를 재고하고 여행의 대안적 형태를 탐색함을 목적으로 한다.

전례 없는 감염병 대유행 시대, 우리는 이동이 제한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러한 작금의 시대에서 여행의 의미란 무엇일까?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적 형태의 여행을 세 명의 작가가 저마다의 시선으로 제공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움직이지 않고’라는 정적인 상태와 ‘여행하기’라는 동적인 속성을 갖는 대립적 상황이 주는 이질적 감각은 우리에게 다양한 새로운 여행의 형태를 제공한다. 




정소영, 이미륵의 거울, 유리에 은거울용액 반응,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 80x120x90cm, 2021



정소영, 이미륵의 거울, 유리에 은거울용액 반응,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 80x120x90cm, 2021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움직이지 않고 여행하기>는 입주작가 정소영의 2013년 작의 제목과 동일하다. 정소영 작가의 2013년 움직이지 않고 여행하기는 작가 자신의 시간으로 기록되었다면 이번 작품 <이미륵의 거울>에서는 주체가 아닌 다른 객체의 시간을 기록한다. 작가는 이미륵이라는 일제 강점기 고향을 떠난 망명 소설 작가의 시간을 전개한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이미륵의 대표적 자전적 소설로, 정소영 작가는 해당 작품 내에서의 이미륵의 시간에 집중한다. 해당 작은 돌아갈 수 없는 소박한 어린 시절과 고국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국에서의 그리움을 소설 속 자전적 기억의 되새김질이라는 여행을 통해 표현한다. 정소영 작가는 이 여행에 천착하고자 한다. 작가는 이미륵과 동행하며 겹쳐지고 분할되는 기억의 조각 파편들과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이는 이미륵의 기억의 여행을 새로이 편집, 조립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여행을 선사한다.  




이소요, 서울에 풀려나다 – 야고, 버섯 같은 것, 식물 보존물과 단채널 비디오, 가변크기, 2021



이소요, 서울에 풀려나다 – 참오동나무, 식물 보존물과 단채널 비디오, 가변크기, 2021



설치 전경


이소요 작가는 인간이라는 외부 요인에 의하여 다른 환경에 정착하였지만 이내 주체적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생명력을 획득하고 풀려난(feralized) 식물들에 집중한다. 작가는 오래된 공터 혹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이내 방치된 시멘트나 벽돌과 같은 인조물의 틈에서 자신의 삶을 이루는 오동나무, 야고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야고는 서울의 도시녹지 조성을 위해 제주도에서 도입된 억새에 붙어 엉겁결에 들어온 식물로,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자에 의해 이동되었다. 생명이 정착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당도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은 현재 자의적인 이동이 제한된 상황과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인간의 시각에서는 강제된 여행이겠지만, 작가는 이러한 시각을 제외한다. 단지 생명의 시간을 기록하고 관찰하여 식물이라는 생명체의 입장에서의 여행을 보존한다. 이러한 행위들은 인간과 자연이라는 이분법적 구획을 해체하고 시간성이라는 공통의 속성을 강조한다. 시간성은 모든 존재에게 동일하게 부여된 속성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움직이지 않고 여행한 식물의 시간을 들여다볼 수 있다. 




조영주, 휴먼가르텐, 폴리우레탄, 스폰지, 적외선 램프, 9x10m(가변설치), 2021



조영주, 휴먼가르텐(부분), 폴리우레탄, 스폰지, 적외선 램프, 9x10m(가변설치), 2021



조영주, 휴먼가르텐(부분), 폴리우레탄, 스폰지, 적외선 램프, 9x10m(가변설치), 2021


조영주 작가는 돌봄 노동 과정에서 전이되는 감각, 즉 신체적 감각의 공유에 집중한다.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제공자는 대상자와 신체적으로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기적 관계와 각각의 객체가 가지고 있는 대립적 관계는 전복되며 이는 작품으로 치환된다. 이번 전시 작인 <휴면가르텐>은 이러한 일련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속성들을 골자로 한다. <휴면가르텐>은 관객들의 참여로 완성되는 작업으로 설치물에 직접적 신체의 개입, 다시 말하자면 관찰자가 직접 실천적 행위를 이루어야 작업의 의도가 완성되는 것이다. 돌봄 노동이라는 관계성에서 기인한 작품은 관객들에게도 동일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따듯한 적외선램프와 푹신한 설치물들 위에 직접적 촉각적 감각적 경험들은 우리에게 변화된 형태의 여행을 제공한다. 작품에 직접 개입하여 돌봄 노동이 이루는 감각의 여행을 온전히 관람자들 또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정소영, 텍토닉 메모리_바다 Tectonic Memories_sea, 배너프로젝트, 2021


움직이지 않고 여행하는 것. 저마다의 여행의 목적지는 다르지만 결국은 어딘가로 향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2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건형 twowar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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