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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울림》, (재)한원미술관

객원연구원

경이로운 울림 Forest of Wonders
2021.6.10-7.30
재단법인 한원미술관


전시장 입구

마스크 착용과 비대면 문화가 익숙하지 않았던 기존 일상으로의 회귀를 당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요즘, 주목할 만한 전시가 있다. 한원미술관에서 전시가 진행 중인 <경이로운 울림 Forest of Wonders>는 두 명의 작가 김현수, 정재원이 각기 다른 경험과 감각으로 자연풍경을 새롭게 조성함으로써 코로나19로 인해 누적된 심리적 피로감을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시장 전경

전시의 제목은 자연의 작은 개체들이 모여 커다란 군집을 이루는 ‘울림(鬱林)’과 원초적 생명력과 그 에너지로 마음의 반향을 일으키는 ‘울림’을 뜻하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김현수, <기다리는 숲>, 장지에 채색, 116.8x91cm, 2020 (3pieces)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한 특정한 기억을 갖고 있다. ‘기억’이라는 것은 단지 과거의 상황이나 물질에 대한 회상이 아니라 당시 경험을 통해 느꼈던 감정이나 내면의 변화와 같은 심리적인 요소까지 포함한다. 김현수는 과거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깊은 무의식 속에 잠재된 기억과 감각들을 일깨우며 거대한 내적 풍경을 그림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의 고향이던 제주도는 그의 기억 속에서 그리움의 대상이었고 풍경의 소재가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재현의 목적이 아닌 무의식 속 단편적인 기억의 조각들을 퍼즐처럼 조합시켜 함축적이고 심미적인 풍경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었다.


김현수, <서 있는 숲>, 장지에 채색, 145.5x336.3cm, 2020


김현수, <적요1>, 장지에 채색, 162.2x130.3cm, 2021
김현수, <적요2>, 장지에 채색, 162.2x130.3cm, 2021


김현수의 대다수의 작품 소재로 등장하는 뾰족하고 짙은 초록빛의 나무들은 제주도에 서식하는 삼나무이다. 세모의 형태로 반복되고 질서 정연하게 배열되어 울창하고 청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저채도의 초록빛은 기억 속에 저장된 잔상들과 결합되어 제주의 녹음을 표현한다.


김현수, <찰나의 영원>, 장지에 채색, 60.6x45.5cm, 2021 (30pieces)


30여개의 화면들로 구성된 <찰나의 영원>은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다양한 식물과 수풀로 이뤄진 각 화면들을 통해 작가가 기억 속에서 떠올린 이미지들이 모여 자연이라는 통일성을 매개로 어린 시절 ‘나’를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일상에서 잊고 지내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전시장 전경

정재원은 집요하고 면밀한 관찰을 통해 숨겨진 언어와 운율을 찾아내며 급속하게 변화하는 도시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의 모습을 수면 위로 드러낸다. 상업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 변화를 거듭하는 도시의 아파트는 우리들에게 너무나 당연한 생활의 터전으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재개발이 예정된 현장은 인간의 온기가 더는 남아있지 않다. 정재원은 학창 시절 철거 예정이던 아파트에서 보냈던 시간을 기억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옮겼다. 


정재원, <그 계절의 끝자락에서>, 장지에 혼합매체, 91x116.8cm, 2020

인적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재개발 현장에서 정재원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식물들을 포착한다. 식물들이 발산하는 강인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하다. 관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화폭으로 담아낸 순간 고독하고 쓸쓸한 풍경들은 어느 새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지닌 풍경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정재원, <유원(留園)>, 장지에 혼합매체, 182x233.6cm, 2021


재개발 사업을 통해 세워진 신축 아파트 단지에는 곧 조경이 들어설 것이다. 아파트에서 자고 나란 신세대 우리 아이들은 인위적으로 잘 가꿔진 조경이 실제 ‘자연’이라는 인식과 함께 인공 조경으로부터 안락함을 느낀다. 문명화된 자연이야말로 그들에게 있어 자연다운 자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재원, <유원(留園)의 다리>, 장지에 혼합매체, 40.9x31.8cm, 2021


현대사회의 이해관계 틈에서 피어난 도시 생태계에 대한 정재원의 관심은 결국 인간과 자연 간의 필연적인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인공 조경이라는 풍경도 결국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인간과 자연의 관계의 무한성을 말해주고 있다. 

두 작가에게 자연은 우리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잊고 있었던 존재의 의미를 찾는 통로가 되었고 이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코로나로 지친 모두에게 수풀 내음으로 가득찬 산뜻한 전시 공간 안에서 자연이 주는 울림을 듣고 힐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안채원 chaewon6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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