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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영: 생활의 발견》, 성곡미술관

객원연구원


민재영 《생활의 발견》
2021.10.7-11.28
성곡미술관 1관(제 1,2,3 전시실)

주최/기획 : 성곡미술관
후원 : 성곡미술문화재단



전시장 입구



전시장 초입



일회성의 진귀한 장면이 아닌, 대도시의 거주자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을 그려내는 작가. 민재영의 《생활의 발견》 전시가 10월 7일부터 11월 28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2층 전시 전경



  민재영 작가는 도시 거주 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사소한 장면들은 화폭에 담고 이를 ‘체험풍경’이라 명명한다. 작가는 이에 대해 “그 기억에 단면에서 각자 자신의 모습과 서사를 발견하기를 기대했다. 이런 마주함이 새삼스럽지만 사소한 각성일 수도, 교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관람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며 “새삼스럽고 낯선 마주침이면서 나와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에서 위안을 얻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민재영 작가의 근작에는 최근 코로나로 인한 팬더믹 풍경을 담아내는 작업들이 등장한다.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길을 걷는 사람들, 각자 자신의 공간에서 비대면 화상회의를 하는 사람들 주를 이룬다. 전시장 한 쪽 벽면에는 물류센터의 택배분류 장면이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급증하게 된 택배‧배달 주문을 떠올리게 한다.




민재영, <내일이 오기 전>, 2021



민재영, <회의실>, 2021



민재영, <Cityscape>, 2021



  그 밖에도 민재영 작가의 작품에서는 지하철 내의 군중들이 모습이라든지, 줄지어 신호를 기다리는 자동차들, 교복을 입은 학생들, 클럽에 모여 춤추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작가는 처음에 익명의 군상에 초점을 맞췄지만, 시간이 갈수록 집단 계층에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고 한다. 전시장 안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나 양복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도로 위의 수많은 자동차들을 그린 이유에 대해서는 이를 “군상의 확장”으로 보았고, 자동차가 모여 있는 장면이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소재로 채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민재영, <기말시험종료>, 2009



민재영, <만찬중계>, 2007



민재영, <미세먼지 로드>, 2015

 이들의 모습은 모두 한지 위에 수묵으로 그려져 있는데, 다양한 색감과 짧은 터치의 가로선으로 이어진 부분들이 ‘TV의 주사선’을 연상시킨다. “나의 작업은 TV, 영화, 잡지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삶을 응시하는 현대인의 생활에 대한 자화상이자 기록을, ‘TV 주사선’을 연상시키는 수묵채색의 가로선을 중첩하여 화면의 시각적 효과를 의도해 왔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보편적 익명성과 미디어적 은유를 덜어내고 내 자신의 생활 반경의 반복되는 모습들을 담아내려 한다.” ‘TV 주사선’에 대한 민재영 작가의 설명이다. 유명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상대방과 스스로를 매체를 통해 바라보는 것이 당연시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에서는 ‘TV 주사선’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뒷모습이나 정수리가 보이는 것 같이 기계의 시선에서 포착될 수 있는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PAUSE>연착처럼 제목에서 마치 리모콘 버튼을 누르거나, 클릭 한 번으로 발생될 수 있는 기계의 멈춤 현상을 보여주는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연주자>라는 작품에서는 아예 유투브의 캡처화면이 주사선/픽셀의 질감을 잔뜩 머금은 채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민재영, <PAUSE-오후>, 2005




민재영, <연주자>, 2012



  이러한 요소들로 이루어진 민재영의 ‘풍경화’는 일종의 ‘시뮬라크르’이다. 작가는 원본이 자신의 의미를 상실하고 미디어 속의 이미지가 원본을 대체하게 되는 사회를 보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수묵가로획’은 주사선/픽셀들로 읽혀지고 전체적인 그림은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녹여내고 있다. 민재영은 이러한 시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일상적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그 속에 잠들어 있던 추억과 흔적들을 회복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한지에 수묵으로 그려냄으로써, 이들의 ‘번짐’이 보여주는 흐릿함과 모호함을 특징적으로 드러내고 그 속에 개개인의 의미가 침투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연출해내고자 한다. 이처럼 민재영 작가는 전통회화를 계승하면도, 관습적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탐구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윤란 rani7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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