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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호: 깊어간다 가을이》, 리홀아트갤러리

객원연구원


안기호: 깊어간다 가을이
2021. 10.12-10.31 | 11시-19시(월요일 휴관)
리홀아트갤러리






포스터 캡처(작가 제공)



  바야흐로 가을이다. 리홀아트갤러리에서는 가을빛이 물씬 느껴지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안기호 작품전 《깊어간다 가을이》가 10월 12일부터 3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안기호 작가는 리홀아트갤러리에서의 전시를 포함하여 총 12회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열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단체전 및 부스전 경험을 비롯하여 다채로운 수상경력을 지닌 작가이다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한 사연으로부터 출발했다. 어렵게 구한 지하 단칸방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한 젊은 부부. 그 부부의 방에는 창문이 없어서 그들은 한 쪽 벽면에 밝은 색의 커튼과 예쁜 창을 그려놓았다. 이 사연은 작가가 직접 겪은 경험담으로 이어진다. 오래전에 작가의 화실에 도둑이 든 적이 있었는데, 도둑은 작가의 그림은 그대로 놔둔 채 세탁해 놓은 커튼만 전부 가져갔다고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작가는 ‘지금까지 커튼만도 못한 그림들을 그려온 것이 아닐까?’ 야릇한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그 후로 작가는 삶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그림, 인생의 아름다움과 슬픔의 깊이를 담은 그림에 대한 깊은 사색에 잠기게 되었다.




안기호, <Consolation 30-1>(왼쪽), 안기호, <향연30-1>(오른쪽)



   그래서인지 안기호 작가의 작품에는 인물이 항상 등장하며, 그들의 삶이 풍경과 함께 표현되어 있다. 해바리기와 단풍 눈 내리는 풍경과 같은 계절감이 진하게 드러나는 소재들도 눈에 띈다.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이러한 작가의 그림에 대해 “너무 무디고 아련히 뭉개져 풍경과 하나가 된 인물표현, 수줍어 간신이 나무사이로 고개를 내민 연인의 데이트 장면, 자연의 심장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인 혼자만의 외출, 뭔가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어도 자연의 고요한 정적만은 거스르지 않는 차분함, 대가족이 맘먹고 소풍을 나왔어도 분명 그것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기 위함이다. 이처럼 안기호의 점경인물은 모두가 문학적인 감수성을 풍기고 있다.”라고 평한 바 있다. 인생의 깊이를 작품 속에 드러내고자 했던 작가의 노력이 감수성 깊은 풍경으로 나타난 것이다.




안기호, <향연 150-1>



   한편, 작가가 그린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선의 굵기가 모여 하나의 형상을 만들고 꺼끌꺼끌한 마티에르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형체가 뚜렷하지 않고, 번져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이러한 특징들은 앞서 설명한 작가 특유의 감수성을 뒷받침 해주는 요소들이다. 또한 자전거를 타고 단풍 사이를 지나는 사람들,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들, 아름다운 풍경 그림을 그리는 사람, 자연 속에서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추억을 떠올리고 계절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안기호, <향연30-0>



   다시 사연과 경험담으로 돌아가서, 도둑은 작가의 그림을 훔쳐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차마 훔쳐가지 못했던 것 아니었을까. 우리의 삶에 반짝거리는 위로를 건내는 듯한 그의 그림은 마치 신혼부부가 벽면에 그려놓은 소소한 행복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윤란 rani7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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