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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순: 연가 然歌》, 스페이스결

객원연구원




김정순 개인전_《연가 然歌》

2021.11.23.-12.06
스페이스결
화요일 – 토요일​(10:30~18:00)/월요일​(13:00~18:00)
일요일, 공휴일 휴무



전시장 입구



  낙엽의 계절이다. 곱게 물든 단풍이 길거리에 내려앉아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계절감과 아주 잘 어울리는 김정순 작가의 개인전 《연가 然歌》가 스페이스결에서 12월 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낙엽을 씻어내고 캔버스 위에 재배치한 후, 색을 칠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장 내에서는 생명을 잃어가는 대상에서 작품으로 재탄생한 낙엽의 연가(然歌)가 울려 퍼진다.




전시 전경



전시 전경



   김정순 작가는 이번 전시에 앞서, 2019년 갤러리 라메르에서 《Autumn Leaves》라는 전시 제목의 개인전으로 낙엽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2013년, 건강악화로 인해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던 작가는 어느 날부터 길가에 떨어진 낙엽들이 눈에 밟혔다. 개인적 상황과 맞물려, 사그라드는 생명의 흔적을 목도하는 일은 자연과 나 사이에 삶과 죽음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그렇게 작가는 건강을 회복하는 시간을 손수 수집한 낙엽들과 함께 보내게 된다. 작은 방 안에서 캔버스 내에 낙엽을 배치하고 색칠하는 작업은 작가 스스로에게는 치유의 과정이자, 낙엽에게는 새로운 생명을 부여해주는 일이었다. 색도 금과 은으로 칠하였다. 예로부터 금과 은은 영원성의 상징물이었다. 생명이 꺼지는 순간을 놓아버리지 말고, 함께 상생하자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정순, <상생(Together)>(《Autumn Leaves》전시 도록 캡처)



김정순, <상생(Together)>(《Autumn Leaves》전시 도록 캡처)



   이러한 마음은 《Autumn Leaves》전시 당시 출품한 <상생>이라는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캔버스 내에는 낙엽 두 개가 쌍을 이루며 사람 인(人)자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두 개의 낙엽 중 하나는 온전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썩은 잎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잎이 이를 보충해주고 지지해주는 형태이다. 사람 또한 그러하다. 완벽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는 매순간 서로의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은 자연의 흐름과 인간의 삶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상생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정순, <연가>, 2014




김정순, <연가>, 2014




   아쉽게도, 이번 전시에서는 <상생>을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전시 제목과 동일한 제목의 작가의 신작, <연가>시리즈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2014년 작품인 <비상>이 <연가>라는 제목으로 탈바꿈하였고, 원형 캔버스에 금색과 은색이 아닌, 분홍색, 파란색, 주황색 등의 물감으로 낙엽을 칠한 <연가>시리즈가 전시되었다. 영원성의 상징인 금색과 은색에서 벗어나, 낙엽들은 좀 더 다채로운 색으로 자신의 생명을 뽐내고 있다. 



김8
_
김정순, <연가>, 2021




김정순, <연가>, 2021



  반면, <그 남자>, <그 여자>, <영원한 사랑>은 이전 전시에서 선보였던 제목과 동일한 제목을 지닌 채 전시장 벽면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세 가지 작품에서는 <연가>시리즈처럼 잎사귀 모양을 그대로 살려서 작업하기보다, 낙엽을 짓이긴 후 그 위에 물감을 더하였다. 금색과 은색의 물감 외에도 바탕에 초록색, 하늘색, 분홍색 등의 물감을 흩뿌렸기 때문에, 질서 정연한 <연가>시리즈에 비해 생동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김정순, <영원한 사랑>, 2019



_김정순, <그 남자>, 2019(왼쪽)
_김정순, <그 여자>, 2019(오른쪽)



“인생의 반 바퀴를 돌고 한참을 넘어선 지금에야 삶의 의미를 조금은 알 듯하다. 젊음이란 무기로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소모적인 시간들을 뒤로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앞으로의 여정을 다듬어 가고 싶다.

​인간과 동물, 감정을 헤아릴 수 없는 작은 미물들도 모두 하나일 때 하나의 우주가 완성된다고 여겨진다. 우리가 사랑하고 가꾸어 나가야할 존재는 가족이며, 친구이며 이웃이고 경이로운 자연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온 세상이 평화롭게 영원히 이어지길 바란다.

​​나의 작업은 어쩌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스스로의 치유의 과정이었고, 내 작품들을 통해 내가 평온함을 얻는 듯이 남들도 작은 행복을 느꼈음을 좋겠다는 소망을 해본다.” 
- 작가노트 중

  작가는 스러져가는 모든 생명들을 떠안고 캔버스 안에 지나온 삶의 이야기들을 꾹꾹 눌러 담았다. 생명의 회복을 경험한 작가와 낙엽이 들려주는 ‘연가 然歌’가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란다.
 

윤란 rani7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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