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
⟪피에르 위그: 리미널⟫
2025.02.27. ~ 2025.7.6.
리움미술관
참여 작가 : 피에르 위그
파트너십 : 보테가 베네타
리움미술관에서 동시대 미술의 거장 피에르 위그의 첫 국내 개인전이 ⟪리미널⟫이라는 제목을 걸고 막을 올렸다. 그의 대표작 <휴먼 마스크>(2014)가 출품되었다는 소식에, 과거의 감성을 다시 떠올리고, 피에르 위그의 세계를 전시에서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자 리움미술관을 방문했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6: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에서 여러 작품들 사이에서, 우연히, 처음으로 접한 <휴먼 마스크>는 이질적이면서 아름다웠다. 영상 작업 <휴먼 마스크>는 일본의 한 식당에서 털이 난, 소녀 가면을 쓴, 심지어 원피스까지 입은 생명체가 홀로 영문 모를 행동을 반복하고 배회한다. 그럼에도 일본 가옥에서 따사로운 햇볕을 쬐고, 자신의 머릿결을 매만지는 모습에는 불온함과 평온함이 교차한다. 디스토피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포스트 휴먼과 같은 묵직한 담론을 잠시 제쳐두고 표면만 바라본 <휴먼 마스크>는 한 편의 ‘힐링영화’ 같았다.
‘리미널’은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라는 의미를 지닌다. 전시 ⟪리미널⟫은 ‘리미널’ 상태의 세계, 즉, 예측 불가능성을 지닌 세계를 그려낸다. 2016년에 <휴먼 마스크>를 마주한 감각 역시 ‘리미널’한 세계의 일면이었는지도 모른다.
⟪리미널⟫의 첫 번째 전시실 ‘블랙박스’는 발밑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다. 어둠 속에서 상영하는 두 영상 작업 <리미널>(2024-진행중), <휴먼 마스크>는 미지의 세계를 제시한다. <리미널>은 외부에 자극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 걷고, 뛰고, 심지어 불에 타는 매미처럼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을 치는 등 미묘한 몸짓을 취한다. 비인간 존재의 목적을 알 수 없는 행동은 <휴먼 마스크>의 생명체와 유사하다. 자연 생태계를 재현한 <주드람 4>(2011)의 소라게, 화살게는 흡사 외계 생물 같다. 비인간 존재들은 인간인 관람자의 지각을 어지럽히고, 무대인 ‘블랙박스’는 어둠 속에서 피에르 위그의 이질감과 의문성을 극대화한다.
앉아있는 <이디엄>을 착용한 퍼포머
두 번째 전시실 ‘그라운드 갤러리’로 발을 디디면 새로운 풍경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쏟아지는 자연광 아래, 수족관 속 낯익은 형태의 물고기는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스크린 속 이미지는 빠르게 변화한다. <이디엄>(2024-진행중)은 전시실 내 퍼포머가 착용한 금색 마스크를 가리킨다. 전시장을 배회하는 퍼포머는 관람자가 다른 작품들에 시선을 옮긴 뒤에도 무심코, 그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거지를 탐색하게 한다. 기둥에 붙어있는 금색 구체는 관람객의 모습을 비추며 정보를 습득·반영한다. <마음의 눈>(2022)은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평면 이미지에서 나와 생성된 오브제로 관람객과의 간극이 좁힌다. ‘그라운드 갤러리’는 피에르 위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보다 명쾌한 단서를 제공하고, 관람객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무려 400개가 넘는 LED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카마타>(2024-진행중)
기둥에 부착된 금색 구체 센서가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수정하여 구동되는 로보틱스 영상 작업 <카마타>는 앞선 작품들과 사뭇 다르다. 새로운 비인간 존재 ‘카메라’가 등장한다. 카메라는 누워있는 해골을 다각도에서 촬영하고 주변 환경을 비춘다. 모든 것이 멸망한 듯한 사막, 되풀이되는 새벽녘과 정오. 와중에 <카마타>는 계속해서 예측 불가한 수정을 반복한다. 이는 피에르 위그의 끝나지 않는 여정을 암시하는 듯하다. ⟪리미널⟫은 피에르 위그 세계의 파편이다.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 변화하는 새로운 생태계 등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그는, 전시의 끝에서 관람객에게 다시 한번 미지를 제안한다.
FAMILY SITE
copyright © 2012 KIM DALJIN ART RESEARCH AND CONSULTING. All Rights reserved
이 페이지는 서울아트가이드에서 제공됩니다. This page provided by Seoul Art Guide.
다음 브라우져 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This page optimized for these browsers. over IE 8, Chrome, FireFox,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