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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망중한(忙中閑)을 니키드 생팔과 함께

남길원

- 남길원│주부,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월동준비차 배추와 씨름하다 마치고, 아이와 손잡고 국립현대미술관을 늦은 오후에 찾았다. 이미 낙엽들은 떨어져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고자 하는 사람들 발밑에서 밟히고 있었고 나뭇가지에 몇 잎만 대롱대롱 달려있었다. 한달 만에 최근 기획된 니키드 생팔 전과 정현 전, 젊은 모색전 등 두루두루 돌아보고 나왔다

내가 살고 있는 과천 집 근처 토요일 오후 8시면 분수대에서 작은 지역음악회가 열리곤 한다. 그 분수대의 통통한 여체 3인의 조각상이 낯익은 터라 생뚱 맞은 생팔 전시나들이는 아니라 필연성을 굳이 던져보았다. <美의 세 여인>이라는 조각상에서 비쳐진 밝은 색상의 경쾌함과 작품의 평화의의와 달리 작가의 이미지, 작품세계에 보여지는 것 외의 부분이 존재함을 보고 감상했다. 프랑스 조각가 니키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 1930-2002), 치유 목적으로 접한 미술을 평생업으로 삼으면서 작품활동 그 자체만으로도 작가 개인의 상처를 부단히 치유하며 72세 사망하기까지 밝아진 작품세계가 다행이구나 싶었다. 작가의 생을 간파하기란 미루어 짐작하는 선에서 그치겠지만 작품과 연관되어 생각 되어지는 부분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초기작품의 앗상블라주는 물체조합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석고 위에 공업용 부속품들도 얹혀있고 아기조각상도 있고, 어찌 삭막함이 전해온다. 신사실주의라는 누보레알리즘의 표현이란다. 물감주머니를 감춘 채 여러 물질을 혼합한 반죽덩어리에 사격해 만든 우연의 결과물인 슈팅페인트 작품, 괴물들의 등장은 다소 공격적인 성향이다. <물구나무 선 나나>앞에서, 딸 아이가 “목 아프겠다” 한다. 조각상이 살아 움직임이 있는 듯 동적이다. 세라믹화된 또 다른 나나의 조각상은 종이부조의 느낌과는 다른 세련미와 화려함이 돋보였으며 밝은 색채도 한몫 하였다. <화장실>에서 거울 앞에 선 작가 또한 작가 어머니 안에 어머니임을 표현했단다. 선반에 놓여진 작가이름이 브랜드화된 향수곽을 보니, 니키드 생팔의 향은 어떤지 궁금하다. 향수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좋은 향의 기억이 있는지라… 고정화된 여성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한 비틀림의 표현상이라니, 그저 풍요롭고 따뜻하다는 단순한 생각이 둥둥 뜬 느낌이다.

현지의 조각상들을 슬라이드와 드로잉으로 대신한 가운데 니키드 생팔의 스페인 여행시 가우디의 구엘공원의 느낌과 친구 선물로 받은 타롯카드가 매개되어 로마 토스카나 지방 타롯공원의 20여년 걸쳐 1998년 개관한 작업도 엿보았다. 니키드 생팔 해석으로 이뤄진 타롯카드에 등장한 22개의 형상. 상상 속 괴물 같기도 하고 실물을 볼 기회가 있을라나…기대해 본다. 흡사 타일이미지가 가우디 건축에 쓰여진 것과 비슷하다. 자연과 닮은 건축에 힘쓴 가우디, 자연을 훼손치 않고 어울려 조각공원을 만든 니키드 생팔. 어린아이, 동굴, 모나지 않은 곡선, 퐁피두 센터 앞. 동료에서 반려자로 함께한 키네틱 작가 쟝 팅겔리 작품과 나란히 설치된 <스트라빈스키 분수>에서 풍겨진 느낌은 프랑스 국기의 밝은 색채와 많이 닮아 프랑스화된 작품이라는 느낌이 온다. 빨강색, 파란색이 담긴 국기인데 우리나라 국기이미지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오방색을 곁들여 12지신을 형상화한 공원이 탄생된다면…!’하고 생각해 보았다. 작품에 몰두하며 “Pas fini !”를 외치는 니키드 생팔과 헤어졌다.

정현 전의 다듬어지지 않은 듯 거친 조각상을 마주하며, 사뭇 풍성한 나나도 비교되고 군더더기 하나 없는 자코메티의 조각상도 스쳐간다. 작품의 크기가 작품존재의 가벼움, 무거움과 상관 있을까.
철로길 침목이 소재된 군상들의 조각상 사이에서 나무가 뿜어내는 향 덕분에 흡사 철로길에 선 듯한 착각이 들었다. 쓰일 대로 쓰이고도 남을 것이 있어 끝까지 남아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작품으로 남는 침묵을 보며, 나의 존재도 생각해보게 된다.


아트샾 옆 전시장에 젊은 모색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들어서자 조해준 작가의 도화지 드로잉작업으로 처음부터 끝. 이야기를 풀어간 작업이 복잡다단해진 작업형태에 반해 오히려 아날로그적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지나간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의 상반성을 만화책보듯 내용은 다소 무거웠으나 흩어보았다. 홍종명 작가의 <투명인간> 청소부 형광재킷의 눈에 잘뜀에 비해 그네들의 인생의 무관심을 빗댄 작품의의 또한 발길을 잡았다.
중간 커다란 고래. 투명한 현수막속의 요가모습. 생뚱맞은 작품앞에서 묘연하다 안내 책자속 작가의 의도를 보고 끄덕끄덕. 길들여지지 않은 감성을 키워야 이해가 빠를 듯 했다. 작품이 뚜벅뚜벅 걸어나오지않고 움직이는 이맨, 로봇모양의 공간 평면도, 소리와 영상조합작품,사진작업등 처음은 다돌아보고 나오면서 다양함에 지쳐 복잡했는데 작가 개개인의 의도가 잘 살아난 작품이었다. 여러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것도 쉽지않음을 알기에 눈에 가득담아 머리 속에 남겼다.


어느 평론가가 이런 말을 하였다. ‘비예술인들의 관념 속의 예술(예술품을 접하고 감상하는 일)은 필수가 아닌 선택, 고로 유동성이 많은 행위’라고 했다. 필수가 아니기에 한 발짝 걸치고 머리 터지는 치열함을 비껴갈 수 있고, 특정부류의 전유물이라고 미리 못박는 이의 생각에 발끈할 수 있는 가벼움도 있어 좋다. 바쁜 일상가운데 문화체험이 모가 나지 않는 부드러운 힘의 원동력이 되어 평범한 일상 조차 풍요로워 지면 더 원할 것이 없다. 전시연장이라 늦은 시간 미술관을 나오면서. 어두운 귀로를 염려했는데, 마침 셔틀버스 연장운행과 따듯한 차 안의 배려로 돌아오는 길도 험악하지 않았다. 관람하는 이는 연장 전시로 볼 시간이 많아서 좋지만, 그만큼 늦게까지 수고하는 이들에게 즐기는 이의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 늦가을 딸아이와 반양식인 김장도 해결하고 마음 속도 든든하게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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