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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오르세미술관’ 전에서 고흐의 그림을 보고

박미경

부산의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나는 수도권의 좋은 전시회들을 많이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각각 다섯 살, 두 살 인 아들들에겐 많은 그림을 보여 주고 감수성을 일깨워 주고 싶어 벼르고 벼르던 오르세 미술관전 관람을 다녀왔다. 아이들과 가기에 아침부터 분주했지만, 그나마 고속도로는 한산해 가는 내내 기대감이 부풀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그림에서 느끼지는 광채가 어두운 전시장에서도 환하게 길을 인도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림 앞을 둘러싸고 있어 관람하기가 싶지 않아, 비집고 들어서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귀스타프 모로의‘오르페우스’의 그림으로 시작한 전시장은 발걸음이 하나하나 떨어질 때 마다 입을 다물 수 없게 했다. 책에서 볼 때는 노란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져 환하고 크게 느껴졌는데 ‘아를의 반 고흐의 방’ 작품은 생각보다 작았다. 좁고 허름하고 낡은 화가의 방. 고흐의 붓 터치가 하나하나 살아있는 그의 방. 붓 터치의 생동감이 금방 고흐가 붓 터치를 하고 지나간 것처럼 촉촉하고 두텁게 발라져 있었다. 백여 년 전 그가 작품과 함께 고뇌했을 거라는 생각에 가슴에 뭉클해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수백 번 느꼈을 자기와의 싸움. 고뇌. 창작의 어려움. 이런 거구나.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는다는 게.

늘 내 그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면서, 난 어떤 노력을 했는가? 마냥 아이 키운다고, 시간 없다는 핑계로 작품하기에 게을리 했고, 창의력 있는 작품을 위해 얼마만큼을 나 자신과 싸움 하며 연구하고 노력했는가? 난 늘 지금의 자리에 그냥 맴돌 뿐 아무런 노력도 없었고, 의지도 없었다. 너무나도 쟁쟁한 작가들이 많기에 도전도 해 보기 전에 난 지레겁을 먹고 포기해 버렸다.

늘 맘으로 감동을 주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그런 작가가 되겠다고 나 자신과 약속하지만, 현실을 탓하며 핑계를 돌릴 뿐이었다. 나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서 창작에 매달린 이가 얼마나 많은데. 고흐는 자기의 불행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림으로라도 자기의 희망과 꿈을 담긴 그림을 표현했다. 그의 정신을 1%라도 닮고 싶다. 무엇이 그토록 그를 열정에 싸여 그리도록 했을까? 정신병원에 있는 동안 그의 열정은 극에 달했고, 끝내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예술혼은 나의 해이한 맘을 다시금 잡아주고 나의 꿈을 한걸음 더 나아가게 도와주는데 멘토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그림을 사랑하는 그 맘으로 그리리라. 수많은 나의 핑계를 접고 붓을 들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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