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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와 미술시장: 기술은 (그 자체로) 대안적 미래가 될 수 없다

임선미

NFT와 미술시장: 기술은 (그 자체로) 대안적 미래가 될 수 없다


Beeple,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지난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달러(약 785억원)에 낙찰되어 화제가 된 비플의 그림 

코로나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야기했다. 무엇보다 대면 접촉을 자제하게 되면서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한 연결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와 함께 이른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재조명이 지속되고 있다. 그 가운데 미술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누가 말해도 NFT 시장일 것이다.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란 블록체인에 기반하여 자산(물건)에 고유의 토큰(가상자산)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이는 간단히 말해서 도서(물건)에 ISBN 번호가 부여되는 것과 비슷한 논리이다. 그러나 단순히 분류 기호인 ISBN 번호와 달리 NFT에는 재화적 가치(토큰)가 포함된다. 따라서 미술 시장에서 NFT는 미술 작품(물건)에 고유의 토큰(가상자산)을 연결하여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블록체인 상으로 영구 보존하는 기술이라고 정의 할 수 있다.

NFT는 디지털 기반 작가들에게 예술작품이 유통되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과 결합해 보다 확실하게 가치를 보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NFT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하여 데이터를 저장하기 때문에 거래의 중개 및 권한 정보에 있어 진정한 의미에 탈 중앙화가 가능하다는 추가적인 이점이 있다. 이는 디지털 기반 작가들에게 저작권의 문제, 에디션 확장의 가능성 등의 실리적인 혜택을 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미학적 비전을 실험하는 프로젝트로 이어지기도 했다.


크리스 쉔(Chris Shen), <위상공간 360>, 2018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불러온 미술 시장의 블루 오션에서 안전하게 항해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은 또 다른 과제이다.《불온한 데이터》전(2019.03.23-209.7.28), 지난 광주 비엔날레(2021.04.01-05.09)에 전시된 린 허쉬만 리슨(Lynn Hershman Leeson)의 <그림자 스토커(shadow Stalker)> 등 여러 작품과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된 바와 같이 '가공된' 데이터는 그 자체로 완벽하지 않다. 데이터 자체가 특정 목표로 인해 오염되어 있는 데이터 일수도 있으며 아무리 우수한 기초 데이터도 데이터를 수집한 목적, 데이터를 구조화하는 알고리즘 등 의해 편집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데이터를 가공, 소유, 유통하는 주체’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디지털 기반 작품이 아닌 작품을 NFT를 통해서 작품을 거래할 때에는 위험성(risk)이 있다. NFT는 특정 작품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일종의 ‘영수증’일 뿐 작품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프로비넌스(provenance)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달리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サトシ・ナカモト)의 논문에 따르면 블록체인은 변조 방지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이중 사용 문제(double spending problem)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로 블록체인은 발생한 사건들을 중앙 서버 없이도 그 순서를 정할 수 있는 타임 스탬핑(Time Stamping) 도구이다. 즉 NFT을 통해서 이제까지 있어왔던 작품의 거래 기록을 무차별하게 확인할 수는 있지만 이 기록이 '사실'인가에 대해서는 NFT를 발행한 기관의 양심에 달려 있다. 앞서 예시로 든 책을 통해서 설명하자면 NFT는ISBN이기 때문에ISBN이 부여된 책이 표절된 책인지 여부 혹은 책이 실존하는지 조차도 ISBN으로는 확인할 길이 없다.

NFT 의 등장은 미술 시장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비플(Beeple)로 인한 미술 시장 내에서의 재조명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메타버스와의 결합의 가능성으로 인해 NFT 는 확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동시에 NFT는 디지털 자산으로서 인정 받으면서 적극적으로 투자 대상으로 고려되고 있기까지 하다. 그러나 여전히 NFT를 둘러싼 크고 작은 내외부의 문제들이 많다.  NFT 미술 시장이 닷컴버블(dot-com bubble) 때와 같이 기술에 대한 맹신에 의한 ‘투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NFT미술 시장이 지속가능하고 건전한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 할 것이다. 


임선미 ysm3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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