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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종이를 잘라내며 현재를 뚫는다. 그 틈을 따라가 보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그 과정을 지나가다 보면, 혼돈과 흔들림을 거쳐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고요함에 닿게 된다. 자르는 선이 만들어낸 공간에서 익숙한 일상을 비껴가려는 마음. 미묘한 불안과 복잡한 현실을 통과하려는 마음. 눈에 보이는 것 너머로 펼쳐지려는 마음과 감각에 집중한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움직임과 변화는 자연과 닮아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며, 질서와 무질서가 뒤섞인 채 숨어 있던 평온함이 겹쳐진다.

                                                                       - 작가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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