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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왜 ‘페미니스트 아트의 대모’ 주디 시카고는 아직도 분노하고 있나

박숙희

올 여름 뉴욕의 주요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을 보자.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르 코르뷔지에’, ‘엘스워스 켈리’, ‘빌 브란트’, ‘워커에반스’.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의 ‘켄트 프라이스’, ‘임란 쿠레쉬’, 구겐하임뮤지엄의 ‘제임스 터렐’, 휘트니뮤지엄의 ‘에드워드 호퍼’, 데이빗 호크니’, ‘로버트 어윈’, 브루클린뮤지엄의 ‘엘 아나추이’ 등 2013년 8월 15일 현재 ‘현대미술의 메카’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11개의 주요 전시가 모두 남성 아티스트들이다. 이것은 우연일까? “제프 쿤스나 데미안 허스트 같은 남자들처럼 여성작가들이 큰돈을 버는 날은 아직도 멀었다. 미술 시장에서의 성차별은 아마도 이 불평등의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여성들이 만드는 작품의 본질과도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지난해 11월 뉴욕타임스 비평가 켄 존슨은 펜실베이니아 아카데미오브파인아트의 ‘The Female Gaze: Women Artists Making Their World’전 비평을 쓰면서 여성작가를 비하했다.



뉴욕의 미술계가 후퇴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7월 11일 브루클린미술관의 토론회에 등장한 ‘페미니스트 아티스트의 대모’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1939- )는 미술계에 여전히 깔려있는 성차별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1979년 도발적인 걸작 <디너 파티(The Dinner Party)>로 페미니스트 아트의 최전선에 섰던 주디 시카고다. 


시카고는 이날 최근 출간된『디너 파티 제작기(Making of The Dinner Party: Judy Chicago and the Power of Popular Feminism, 1970-2007)』의 저자 제인 F. 게이하드(Jane F. Gerhard)와 대화의 시간을 열었다. “내가 어릴 적에 랍비인 아버지는 집에서 토론 그룹을 이끌었는데, 여성들까지 모두 포함했다. 난 그걸 당연하게 여겼다.” 주디 시카고는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UCLA에서 공부한 후 가부장적인 캘리포니아 미술계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10여 년 동안 고군분투했다. “나는 남장을 해야 했다. 즉, 남성 동료 미술가들 처럼 보이고, 그들의 관심을 메아리 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마침내 나는 그런 짓에 진저리를 치고, 나 자신이 여성이 되기로 했다.” 그때만해도 여성학 강의가 없었다. 


주디 시카고는 직접 조사에 나섰고, 역사 속의 여성들을 불러내면서 분통이 터졌다. “수세기 동안 여성들의 성취는 반복적으로 역사에서 제외되어 왔다. 난 서구문명에서 기념비적이고, 상징적인 여성의 역사인 <디너 파티>에서 지속적으로 삭제되어온 연대기를 시작했다.” <디너 파티>는 한 면이 14.6m(48ft)의 삼각형 테이블에 39인용 식기세트가 배열되어 있는 복합매체 설치작으로 1974년부터 400여 명이 참가해 5년에 걸쳐 제작됐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서구문명에 등장하는 신화와 역사 속의 여성들인 메소포타미아의 이슈타르, 힌두의 여신 칼리에서 엘리자베스 1세, 버지니아 울프와 조지아 오키프 등의 자리가 있다. 도자 접시엔 여성기를 상징하는 나비와 꽃 모양으로 그렸다. 시카고는 가사 미술과 공예로 평가절하 되어온 여성의 미술을 통해 여성사를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979년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SFMOMA)에서 <디너 파티>가 공개되었다. 그러나, 독설로 가득한 리뷰가 이어졌다. 뉴욕타임스의 비평가 힐튼 크레이머가 “매우 나쁜 미술, 실패한 미술…” 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2002년 뉴욕타임스 로버타 스미스가 “미국 문화의 한 부분”으로 승격시키며 시카고는 명예를 회복하게 된다. 이후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호주 등지 3개 대륙, 6개국의 16개 장소에서 세계적인 투어전시를 기획했다. <디너파티>는 1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봤다. 그리고, “힐튼 크레이머는 죽었다!”고 껄껄 웃었다. 주디 시카고는 힘차게 강조했다. “남성 우월적인 미술계에서는 여성 작가의 공헌을 무시해왔다. 우리 여성들은 역사에서 배제되기를 거부한다.”



박숙희(1963- ) 한양대 영화과 석사. 대우비디오 카피라이터, KBS-2FM ‘영화음악실’, MBC-TV ‘출발 비디오여행’ 작가, 뉴욕 중앙일보 문화담당 기자 역임. 현 뉴욕컬쳐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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