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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위에민준, “미친 웃음 뒤의 그늘”

심은록

마침내 보수적인 도시 ‘파리’도 중국현대미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2012년 봄에는 쥬드폼미술관에서 아이 웨이웨이의 사진전이, 그 해 겨울에는 카르티에재단의 현대미술관에서 위에민준(Yue Minjun, 1962- )의 회화전 ‘미친 웃음 뒤의 그늘’이 있었다. 현재는 파리의 중요한 갤러리 다니엘템플롱(Galerie Daniel Templon, 2013.11.9-12.28)에서 위에민준의 조각과 회화전이 열리고 있다. 일부 비평가들은 아이 웨이웨이는 작품성보다는 국제정치적인 상황을 감안하여 전시를 개최하였기에, 순수예술적인 측면에서는 파리 주요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최초의 중국화가는 위에민준이라고도 말한다. 위에민준은 ‘위안밍위안 (Yuan Ming Yuan) 예술촌의 초기멤버’, ‘냉소적 사실주의’의 대표 작가, 중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4대 천황’ 중의 한 명으로,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제적인 스타작가다.

그의 예술의 트레이드 마크는 웃고 있는 입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박장대소이며, 등장인물은 바로 작가자신이다. 작품 속에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할지라도, 이들은 복사기로 찍어낸 듯 동일하다.

위에민준, photo ⓒsimeunlog.

Q. 초상화를, 그것도 당신의 초상화를 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빨리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제일 좋을까 고민하다 제자신의 초상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사실, 처음에는 친구들이나 동료들을 그렸고, 그 다음에 제 초상화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문화혁명 때는 마오 한 사람만 그릴 수 있었지요. 그 나머지 모든 사람(외양, 사상 등)들은 같았어요. 작가는 자기 자신을 그릴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작가는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배우처럼 고유한 이미지를 만들어 작가 자신이 스펙터클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이를 연출할 수 있는 다양한 무대도 만들 수 있습니다.

Q. 당신이 가장 많이 들었을 질문일 텐데요, 왜 웃음을, 그것도 박장대소하는 냉소적 웃음을 재현하시는지요?
A. 웃음은 모든 사람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이자, 다른 사람에게 반응하는 일종의 의식 같습니다. 하지만, 웃는다고 해서 모두 같은 의미의 웃음은 아니지요.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웃음을 통해서 이러한 것을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내 그림에서 비록 인물은 웃고 있지만,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슬프거나 고통의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삶의 한 편은 고통이고, 또 다른 편은 어떤 이상이 있는데, 이러한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웃는 것이죠. 코미디와 비극은 늘 공존하는 것으로, 나 자신 또한 항상 상반되는 요소를 지니고 삽니다. 사실 관계란 이러한 상반되는 요소들 간의 다툼과 싸움에서 발생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제 그림은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종의 투쟁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당신은 고야, 마네, 피카소, 들라크루아 등이 그린 유명하고 역사적인 작품들을 재해석해서 그렸습니다. 그림 속의 중심인물들의제스처는 취했지만, 중심인물들은 제거하고 대신 당신 초상을 집어넣었습니다. 혹은 아예 인물들을 제거하고 장면만 남아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A. 그러한 역사적인 작품들이 가진 역량, 에너지, 영향 등을 이용한 것 입니다. 또한 이러한 그림들 속의 등장 인물들을 제거시켜 버림으로써, 관람객들은 처음에는 당황하겠지만, 이를 다른 방법으로 생각하고 해석하게 되지요. 사실 내 그림에는 등장인물 외에도 제거된 것이 많습니다 : 여자, 데코레이션, 또 다른 사람들의 얼굴 등등. 

위에민준이 많은 것을 제거하면서도 웃음은 지켜왔다면, 서구는 고대부터 웃음을 배척해 왔다. 모나리자의 웃는 듯 마는 듯한 우아한 미소에 익숙한 프랑스 인들에게, 모든 치아를 다 드러내며 입을 한껏 벌리고 웃는 모습을 예술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을 명료하게 다 보여주는 듯한 위에민준의 웃음 뒤에 그래도 뭔가 알수 없는 부분을 느끼기에, 프랑스 사람들은 “미친 웃음 뒤에 그늘이 있다”고 표현했다. 처음에는 이 냉소적 웃음이 중국정부를 향한 것으로만 여겼는데, 이 그림을 바라보는 관람객, 서구유럽, 더 나아가 모든 물건과 사상을 똑같게 찍어내고 있는 물질만능 자본주의 사회를 향하고 있는 듯 하다. 그 웃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림 속 인물들의 눈을 보려니, 하나같이 모두 눈을 감고 있다.


심은록(1962- ) 파리고등사회과학원 철학 및 인문과학 박사. 현 감신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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