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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쩡판즈, 변화의 작가

심은록

세계적인 미술시장 분석회사인 아트프라이스는, 1945년 이후 출생한 생존 작가 가운데 가장 잘나가는 작가로 서구에서 제프 쿤스를, 동양에서는 쩡판즈(Zeng Fanzhi, 1964-)를 꼽고 있다. 필자는 쩡판즈를 2011년 홍콩 가고시안 갤러리와 북경의 그의 아틀리에에서, 2013년 파리시립미술관 (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2013.10.18-2014.2.16)에서 만났다. 매번 그를 만날 때마다 ‘가면’을 바꿔 쓰듯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는 연구하는 자세로 늘 새로운 것을 찾기에, 그림 경향도 꾸준히 변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림 뿐만 아니라 이름도 바뀌었다. 
 
쩡판즈 Zeng Fanzhi in 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2013, photo: simeunlog.

Q. 선생님 그림의 싸인이 80년대는 “凡志”(판즈)이고, 그후 현재까지는 “梵志”(판즈)로 다른데요?
A. 발음은 같고, 단지 “林”(나무들)이 첨가 되었습니다. 원래 이름인 “凡志”(판즈)는 할아버지께서 지어 주셨습니다. 1964년, 제가 출생할 당시는 문화혁명이 발발하기 직전이라, 할아버지께서는 제가 “평범한 동지” 즉, “평범한 일반인”으로 살기 바라셨습니다. 그런데, 상황도 바뀌고, 또한 “林”(나무들)을 “凡”(판) 위에 붙이니까 우선은 글자가 예쁘잖아요. 그리고 제가 용띠인데, 용은 나무가 필요하고, 그래서 나무를 추가하면 운명이 달라질 것 같아, 1992년에 “凡志”(판즈)에서 “梵志” (판즈)로 바꾸었습니다.

Q. ‘평범’에서 ‘비범’으로 바뀌신 거네요. 선생님의 작품도 꾸준히 바뀌고 있는데, 가능하시다면 단계 별로 나누어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A. 저는 크게 4 단계로 보고 있습니다. 1 단계는 <고기와 병원> 연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환(고향)에서의 삶과 환경이 작품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Q. <고기와 병원> 연작에서 회색도 많이 보이지만, 붉은 색이 눈에 잘 띠기에 더 압도적으로 보입니다.
A. 특별히 붉은 색을 써야겠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제가 좋아하는 색을 습관적으로 쓰게 되는데, 원색을 주로 쓰게 되고 붉은 색은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 때는 젊었기에 저의 감정과 작품을 아주 강력한 어떤 색감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붉은색은 피의 상징처럼, 열정적이고 자극적이며 폭발력을 담고 있지요. 저는 사람, 동물, 사물 구별 없이, 즉, 돼지고기의 붉은 색이나 사람 몸의 붉은 색이나 다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이 두 색이 서로 엉켜있게 그렸습니다.

쩡판즈의 최근 조각과 작품 photo: simeunlog.
<Zeng Fanzhi> Exhibition View in 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2013

Q.  2단계가 유명한 <가면> 연작인가요?
A. 예. <가면>연작은 베이징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개인적인 성격과도 관계가 있는 부분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내적 적응성의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거대한 도시에서 작가로서 부덕한 존재라고 느끼고, 부덕한 창작을 하면서, 아주 명확하고 정밀하게 이 연작을 완성해야 한다는 그런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Q.  가면은 언제 벗으셨나요?
A. 3 단계가 바로 가면 뒤의 <초상> 연작인데, 1999년 작품이 많습니다. 가면이 벗겨진 초상으로, 진실된 초상이 되는 것이지요.

Q. <초상> 연작의 몇몇 작품의 배경으로 한자가 쓰여있습니다. 주로 어떤 뜻의 글을 쓰신건가요?
A. 글자를 닮은 듯한 서체일 뿐으로 아무런 뜻도 없고, 문자적인 느낌으로 보이게끔 쓴 것입니다.

Q. 어쩌면, 최초로 한자식 그래피티를 하신거네요. 아주 흥미롭습니다.
A.  감사드립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을 커버하는 4번째 단계의 작품들을 평론가들은 <난필>(亂筆) 연작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특정한 이름을 붙인다면, 아무래도 한계성을 지니게 될 것 같아 보류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도 계속 발전 중에 있으며, 저 자신도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심은록(1962- ) 파리고등사회과학원 철학 및 인문과학 박사. 현 감신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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