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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K-art: 포스트 팬데믹 미국에서 만나는 한국 근현대 미술

이정실

K-pop, K-movie, K-drama, K-food, K-beauty, K-classic…
어떤 분야든 K-자만 앞에 붙으면 글로벌 상품가치를 인정받는 매력적인 문화 콘텐츠로 떠오르는 21세기 한류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근현대 미술도 본격적으로 미국 미술관의 전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전세계가 힘겨웠던 팬데믹이 종식되어가는 요즈음, LA카운티미술관에서는 두 개의 한국미술 특별전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다. 올해 7월에 시작한 ‘박대성: 고결한 먹과 현대적 붓(7.17-12.11)’ 전시는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1945- )의 대작 8점으로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1994년, 작품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현대미술을 경험해보고자 뉴욕으로 향했던 박대성은, 현대성이란 다름 아닌 자신이 사용해왔던 먹과 붓으로 오랜 전통과 역사가 숨 쉬는 고향 땅에서 찾을 수 있음을 깨닫고 이듬해에 곧바로 귀국하여 경주 불국사로 들어갔다. 박대성은 그간 한반도의 자연과 문화유산에 대한 열정적인 탐구와 깊은 묵상의 시간 위에, 성실한 서예 연습, 다양한 조형과 표현의 실험을 더하여 이루어낸 작품을 가지고 미국에 돌아와 독창적인 현대 한국화를 당당하게 보여준다.



박대성: 고결한 먹과 현대적 붓’ LA카운티미술관 전시 개막 시연


바로 옆 건물의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9.11-2023.2.19)’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한국 근대미술 해외 전시로, 대한제국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과 복구기에 제작된 사진, 회화, 조각 작품 130여 점을 선보인다. 한국 근대미술 교과서라 할만한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적인 소장품뿐만 아니라 최근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과 개인 소장품도 포함되어, 한국에서도 쉽게 접하지 못했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반가운 기회이다. 게다가 전시도록과 더불어, 주요 작품 해설은 BTS 리더 RM의 목소리로 들으며 감상할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진부한 표어가 수긍될 정도로 세계적이 되어버린 한국 문화 신드롬 가운데 전시를 보니, 한국의 예술가들은 100여 년 전 서양 미술문화 수용에 문을 연 그 굴곡진 시작부터 이미 글로벌 미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품으며 재창조할지 고민했었음이 역력히 드러난다. 한국 근대미술이, 유구한 전통과 새로운 현대, 민족을 담은 나라와 한 개인의 삶, 생존의 현실과 꿈꾸는 이상의 간극을, 그 복잡하고 험난했던 세월만큼이나 치밀하고 역동적으로 메워주었던 것처럼, 이 전시도 과거와 현재, 한국과 미국, 이 세대와 다음 세대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본다.

LA카운티미술관 전시와 별개로 미국 동부에서도 9월부터 박대성의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순회 개인전이 다트머스대 후드미술관을 비롯해,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스토니브룩대찰스왕센터, 메리워싱턴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와 연계하여 10월 말에는 하버드대에서 박대성과 현대 수묵화에 대한 심포지움이 있고, 11월 초에는 한국과 북미의 학자들이 다트머스대에 모인다. 12월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미술사학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박대성의 작품 세계를 심도있게 연구하여 집필한 『Park Dae Sung: Ink Reimagined(박대성: 먹의 재창조)』도 출판된다.

한국 근현대미술에 대한 관심과 향유, 그리고 세계 미술사 속에서의 역사적 재조명과 현대 미술계에 끼치는 영향이, 느리지만 꾸준히 지속 가능해지려면, 작품 전시와 더불어 다각도의 학문적 연구와 출판, 한국 문화와 언어 교육 등 다방면의 융합적 연계, 그리고 글로벌 차세대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홍보와 전달을 통해 세계 속의 한국미술 담론을 재생산하고 확장시키는 노력과 상상력이 계속해서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도 인파가 몰리는 실내 전시장과 학회장에 들어가서 마스크를 쓸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남아있지만,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도 없는 길을 만들면서 걸어 나가야 하는 이 어려운 시기에, 작은 위로와 희망을 만나며 새로운 영감을 얻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이정실(Jungsil Jenny Lee, 1975- ) 홍익대 예술학 학사, 메릴랜드대학 미술사학 석사, UCLA 미술사학 박사, 현재 신시내티대학과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롱비치의 한국미술사 강사, 한국 근현대 작가 연구 및 논문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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