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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The Story of Art Without Men (남성 없는 미술사)

구정원

영국 최대 서점 체인인 워터스톤(Water Stone)이 주관하는 ‘올해의 도서’에 선정된 『The Story of Art Without Men』(남성 없는 미술사)이 영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서점에서 미술서적이 작년 한 해 동안 최고의 인기를 차지했다는 점은 다소 이례적이다. 저자는 큐레이터이자, 미술사가 그리고 SNS 인플루언서로 맹활약 중인 케이티 헤셀(Katy HESSEL)로 16세기 르세상스 시대부터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서양미술의 역사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온 여성 작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있다. 책의 제목이 시사하듯 저자의 시각으로 재해석된 미술의 역사는 서양미술사의 고전인 E.H.곰브리치의 『The Story of Art』(국내 제목, 서양미술사)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을 제기한다. 그도 그럴것이 곰브리치는‘The Story of Art’의 1950년 초판에 여성작가를 단 한 사람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16번째 발행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독일 여성 작가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 1867-1945) 단 한 명만 더했기 때문이다.



케테 콜비츠, 자화상, 1924 ⓒ Kathe KOLLWITZ


최첨단 현대미술의 본고장이지만, 동시에 그 어느 나라보다 보수적인 영국 미술계에서 젠더 불균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소장품 99%가 남성작가의 작품이며, 개관한지 182년 만에야 비로소 첫 여성 작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1653)의 회고전을 개최했다. 또한, 1768년에 개관한 유럽 최초의 미술교육 기관인 영국왕립아카데미는 오는 9월에야 비로소 여성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Ć, 1946- )에게 전시장 본관을 내어준다.

작품의 금전적 가치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미술기관의 학술적 인증과정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여성 작가들이 그동안 이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어왔다는 사실은 작품 가격의 성별 격차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여성은 그림을 잘 못 그린다”라는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 게오르그 바셀리츠의 망언을 반증하는 책 『Women Can’t Paint』(여성은 그림을 그릴 수 없다)의 저자 헬렌 고릴(Helen GORRILL, 1969- )의 연구에 따르면 현대미술작품 중 남성 작가의 작품가가 최고 80% 더 높다고 한다. 이는 그 어느 산업 분야와 비교해도 큰 격차이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경매에서 거래된 작품 총액 1,966억 달러 가운데 여성 작가의 작품은 고작 40억 달러 만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러한 성 불균형은 작품가가 높을수록 더 커진다. 한 예로 현존하는 작가들 중 최고가를 기록한 제프 쿤스의 작품 <Rabbit>이 9107만 5000달러 인데 반해 여성 작가로 최고가를 기록하는 제니 사빌(Jenny SAVILLE, 1970- )의 작품 <Propped>은 124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러한 불균형은 비단 작가뿐 아니라 그외 미술전문인 수입에서도 현저히 드러나는데 미술품 경매회사가 대표적이다. 지난 2020년 영국 정부 조사를 따르면 소더비의 평균 보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시간당 23.1%, 보너스는 63.6% 더 낮았고, 크리스티는 여성이 시간당 16.9%, 보너스는 72.7% 낮았다. 반면, 남성 수입의 1파운드당 여성의 수입이 48펜스에 그쳤던 본함스(Bonhams)는 최근 대대적인 임금 개편을 통해 여성 근로자의 임금을 39%, 승진 비율이 70% 상승시키며 긍정적인 한 발을 내디뎠다. 최근 여성 작가 작품가의 상승률은 남성작가보다 29%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다수의 미술관이 소장품의 젠더 비율을 조율하기 위해 더 많은 여성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고 있으며 여성 작가의 참여율이 10-30%를 맴돌던 역대의 베네치아비엔날레와 달리 지난해에는 참여 작가의 90%를 여성 작가로 구성하는 등 여성 작가 인증 작업 또한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술사 안에서 젠더에 대한 이슈가 긍정적일 수 있는 미래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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