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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백기영, 행정과 정책을 아우르는 시니어 큐레이터

김준기


백기영


백기영은 창작가 기반의 활동가로서 한국미술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20세기 버전의 진영논리를 넘어서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미술계를 지향하며 2003년에 발족한 (사)미술인회의의 초대 사무처장이 그 시작이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청년작가 백기영은 미술지원 정책이나 교육, 미술관 제도, 여성 및 소수자 정책을 비롯하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공공미술제도 등을 주제로 한 미술인단체 활동가로 살았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그는 현대미술 첨단의 담론과 창작 영역은 물론 제도와 정책 전반에 걸친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자리매김했다. 미술이 개별 창작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개념과 제도와 정책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몸소 경험한 백기영은 이후 미술계 전반에 대해 두루 식견이 높은 유기적 사유와 실천의 미술인으로 성장해갔다.

그는 대안공간들을 연결하면서 안양과 안산 등에서 공공미술/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를 기획하다가, 이주노동자들이 집결하는 안산 원곡동에서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를 설립/운영했다. 대안공간을 표방하면서도 미술계 내부의 관계성에 주목하던 대안공간들과 달리 백기영과 그의 동료들은 사회공동체와 연대하는 활동으로 대안공간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비영리공간 중심의 활동을 이어가던 백기영은 이후 레지던스 프로그램 매니저로서 활동했다. 그는 국내외 예술인들과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광주 의재창작스튜디오를 프로젝트 기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확장했다.

이어서 그는 경기문화재단 구성원으로서 일을 시작했다. 경기창작센터 일을 맡은 그는 국제적인 예술가 네트워크 행사를 기획하면서 국내는 물론 아시아와 전지구의 예술인들과 소통했다. 경기도미술관 소속기관이었던 경기창작센터는 소장품과 전시, 교육 프로그램 중심으로 돌아가는 미술관 정체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경기창작센터의 교육프로그램 <예술로 가로지르기> 섬머아카데미를 기획하면서 그는 고착된 미술 개념을 넘어서는 커뮤니티 아트의 가능성과 효용성을 본격적인 미술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공론하화는 일을 했다.

이 시기 백기영을 비롯한 경기도 권역의 창작자와 기획자, 연구들이 남긴 공동체예술에 대한 성과들은 동시대 한국미술의 손꼽히는 성과로 언급되곤 한다.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 권역의 미술인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제도화한 공공미술 담론과 실천을 민간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것은 공공기관의 지원제도로서가 아니라 미술인들의 새로운 창작과 실천 영역으로서 자리잡으면서 새로운 미술생태의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으며, 나아가 미술인들의 창작 태도와 방법을 확장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백기영의 청춘은 그렇게 예술과 공동체성이라는 역동적인 자장 안팎을 두루 꿰고 있었다.

40대 중반 이후 백기영은 10년 가까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일하고 있다. 학예연구부장과 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미술관 행정 및 정책 업무를 수행하면서 더욱 성숙한 시니어 큐레이터로 자리잡았다. 21세기 들어서 비약적으로 증대한 한국의 미술관/미술제도 영역은 체계적인 역할 분담을 학습하는 과정에 있다. 미술관의 기본 기능인 연구와 소장 기능을 중심으로 전시와 교육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길에 있어 대다수 미술관들은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백기영의 관심사는 이러한 미술관의 과제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내가는 미술관 행정과 정책을 현장의 과정과 결과로 마주하는 일이다.

미술관의 과업은 연구-수집-전시-교육이라는 과정의 선순환으로 이뤄지되 그것이 목표로 하는 궁극은 관객과의 소통에 있다. 백기영은 미술관 운영의 핵심을 학예연구 관련 업무에만 놓지 않고, 관객과의 소통으로까지 확장한다. 청년 시절부터 미술 제도와 정책에 천착해온 그는 오늘날 거대한 제도로 자리잡은 미술관이 미술의 급진성을 제대로 떠안고 관객을 조직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행정과 정책을 아우르는 시니어 큐레이터 백기영정신의 핵심은 관객 소통의 매개 활동과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 등을 통하여 미술과 사회의 간극을 좁히는 반듯한 미술관의 정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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