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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18/동시대 미술의 쟁점(공동체 3): 미술의 사회적 역할과 공동체의 가능성

심현섭

공공미술 18/동시대 미술의 쟁점(공동체 3): 미술의 사회적 역할과 공동체의 가능성  

공동체의 속성 상 계급의 차이와 전체주의를 야기할 수밖에 없고, 역사상 이를 극복한 경험이 없는 공동체의 불가능성이라는 벽이 높다고 하여도 미술, 특히 공공미술이 갖는 사회적 역할을 고려하면 공동체라는 명제를 쉽게 기각할 수는 없다. 미술사가 김미정(1964-2019)은 미술과 사회의 불가분의 관계를 이렇게 주장한다.

“미술이 자율성에 대한 표면적인 신념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이념과 구조, 그 변동으로부터 빗겨갈 수 없으며, 더욱이 역사적인 시점에서 한 사회가 강박적으로 반복해서 생산해내는 공공 이미지는 그 사회를 강제하고 조율하는 이데올로기의 외적 표상이다.”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설명하는 관점 중 하나인 사회결정론은 예술을 내재적이거나 자족적인 행위로 보지 않고, 생산과 수용 자체를 사회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예술/작품은 보편적이고 특수적인 본질을 인정받지 못하고, 자본주의 경제의 다른 생산물처럼 하나의 생산품으로 취급된다. 이러한 관점은 마르크시즘과 연관을 갖고, 자본과 그로 인한 불평등의 문제 등과 같은 사회를 이루는 조건에 대한 반응 여부에 따라 예술의 가치를 결정한다. 즉 사회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권력의 문제를 비판하고 개선하는데 예술의 역할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입장을 구현한 예로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한국의 민중미술을 들 수 있다. 

예술자율론은 과도한 순수성과 내재성이 배타적 형태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점, 사회결정론은 예술의 사회·정치적 예속과 그를 통한 강압적 화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약점을 드러낸다. 이러한 약점으로 인해 양자 모두 결과적으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향을 나타내는데 국가체제에 순응하거나, 비판하거나 양자 모두 현실 도피 혹은 왜곡 등 공중을 기만하는 문화산업을 양산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그 절충안으로 상호작용론은 주목할 만하다. 상호작용론은 예술과 사회가 어떤 매개를 통해 예술 속에 사회문제를, 사회 속에 예술의 고유성을 투사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아도르노는 예술을 사회의 일방적인 반영이라고 보는 마르크스주의와 달리, 진정한 예술의 본질적인 구성요소로서 예술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예술성과 사회성이 대립관계를 떠나 예술작품 내에서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여긴다. 

“예술이 사회적인 것은 그때그때의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변증법이 집약되는 예술의 산출방법에 의해서도 아니고 예술의 제재 내용의 사회적 유래에 의해서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 입장에 의해 예술은 사회적인 것이 되며 예술은 자율적인 것으로서만 그러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이상의 논의에서 볼 수 있듯이 예술/미술과 사회는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미술의 현실 비판은 미술의 기본적인 기능과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미술은 현실 비판적 기능을 상당부분 상실했다. 프레데릭 제임슨(F, Jameson, 1934- )이 지적하듯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재현의 약화는 더욱 박차를 가하고” “아방가르드의 예술과 사회의 통합, 전통거부, 고급문화 반대 등을 물려받은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를 모더니즘이 지녔던 탈정치적 충동으로 대체해버렸다.” 이러한 탈정치화는 예술의 사회적 관심을 약화시켰고, 이로써 예술은 점점 공동체와 단절의 벽을 쌓으면서 어떠한 실천적·정신적 의미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웃과 사회에 대한 무관심하고 허무적인 냉소, 배려와 신뢰를 잃어버린 지나친 경쟁주의 사회, 황금만능주의와 이기주의의 만연으로 인한 약육강식의 시장경제, 타인과 자연을 소외시키는 가운데 일어나는 살인과 자연파괴, 날로 심화하는 빈부격차 등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방법을 재고하고, 관객이 작가의 개별적인 행위와 개념에서 동시대의 부조리함을 읽어낼 수 있는 의미의 생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공공미술 19/동시대 미술의 쟁점(공동체 4): 인간존재와 공동체의 가능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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