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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밭에서 발견된 풍경들 / 박찬원

박영택

소금밭에서 발견된 풍경들



박찬원은 자신의 고향인 대부도의 염전(소금밭)을 찾았다. 많은 시간 그는 염전을 바라보는 일로 보냈다. 그러나 그가 촬영한 것은 정작 염전의 풍경이나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몸을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염전에 밀착해서 그 표면에서 일어나는 사건, 흔적들을 주목했다. 표면, 바닥에 바짝 붙어나간 전일적 시점에 의해 염전은 거대한 자연풍경이 되어 초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그 안에 자리한 다양한 생명체와 오랜 시간의 경과로 인해 형성된 불가피한 자취들이 신비하게 펼쳐지고 있다. 따라서 이 사진은 찍혀진 대상이 염전이라는 사실을 망각시킨다. 그가 찍고자 한 것은 염전풍경이라는 보편적인 장면이나 관습적인 시선에 의해 포착된 장면이 아니라 염전의 내부, 심층, 속살 같은 것들이고 그것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시각이미지들인지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더구나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장면들을 통해 그가 읽고 깨달은 메시지도 기술하고 싶었다.




박찬원의 사진은 정면으로 밀착해 들어간 세계와의 응시 속에서 정작 낯설고 기이한 장면을 만난다. 그것은 집요한 관찰과 섬세한 시선에 의해 포착된 또 다른 세계다. 그는 정작 소금밭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장면을 흥미롭게 포착하고 있다. 그 한정된 영역은 또 다른 자연, 세계이고 삶의 축소판이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곳이고 최후의 바닷물이 모여 있는 곳이고 그것들이 다시 소금이란 존재로 환생하는 장소이다. 그런 관찰과 깨달음을 준 장소가 작가에게는 염전이었다. 그는 소금밭을 화장장이라고 부른다. 바닷물의 사리가 소금이 되고 나머지는 바람을 타고 사라진다. 그런가하면 하루살이들이 새까맣게 모여들어 다양한 생을 연기하다 이내 죽어가기도 한다. 그 모습이 흡사 인생의 축소판 같다고 여긴다.



박찬원에게 소금밭은 고향이고 아름다운 자연이고 매혹적인 이미지의 보고이자 인간과 삶에 대한 풍성한 사유와 깨달음을 던져주는 화두의 장소인 셈이다. 지금까지 그는 염전을 100번 정도 찾아갔다고 한다. 물리적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지독한 정성과 집요한 관찰에 의해 비로소 피상성 너머의 것들을 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 같다. 그 힘이 사진을 사진이게 한다. 

■ 박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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