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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 이상한 주차장 풍경

박영택

한갓 비근한 일상의 풍경이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늘 보던 대상이자 수시로 접하던 사물임에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이유를 알 수 없이 다가와 감정의 파문을 일으키거나 생각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김현정은 어느 날 밤 건물 옥상에서 주차장을 내려다 보았다. 어둠이 깔리고 어디선가 들어오는 노랑 조명과 그 불빛에 의해 드러나는 주차장 바닥, 노란색선, 그리고 트럭과 자가용 한 대가 덩그러니 놓인 풍경이었다. 그러나 그 장면이 기이하게 말을 건네는 것도 같고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딱히 언어나 문자로 설명하거나 기술할 수 없다. 모든 것들을 꿈틀대고 끈적이며 어떤 소리들을 내지르는 것도 같았다. 누추하고 괴이하면서도 다소 눈물겨운 일상의 풍경이 자꾸 말을 건넨다. 작가는 그 모습을 늘 보았고 오래 전부터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자신의 시선과 마음을 붙잡고 있음을 깨달았다. 한 마디로 갑자기 필이 꽂힌 것이다. 그런 현상을 이른바 ‘아우라’라고도 말한다. 그러니까 주차장바닥과 주차된 차, 노랑 불빛, 여기저기 흩어진 시시한 물건들과 적막함, 인적의 부재 등이 총체적으로 묘한 분위기를 만들며 자신을 사로잡은 것이다. 비로소 그 대상들과 작가의 교감이 발생한 것이다. 이것이 예술이다.
예술은 한갓 평범한 풍경과 사물이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 다가오는 것을 체험하는 일이다. 이른바 접신이자 사물과의 교감이며 물활론적 상상력이 작동되는 시간이다. 그렇게 해서 사물은 주체가 되어 그것을 바라보는 이와 대등한 존재로 길항한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감지하는 것을 그리는 일이 회화다. 김현정은 자신이 본 그 주차장 장면을 다시 화폭위에 옮겨놓았다. (김현정, 16번지, 3.15-4.15) 이 그림은 단지 특정한 주차장 풍경을 재현한 것이 아니다. 늦은 밤 옥상에서 내려다 본 주자창이 자신에게 주었던 인상, 경험, 기이한 만남의 기억, 그 아우라에 도달하려는 제스처다. 따라서 모든 그림은 무지하게 애매한 것을 그리려는 허망한 시도일 수 있다. 단지 자신을 날카롭게 찔렀던 한 순간의 분위기, 감각을 재현하고자 하는 일인데 사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그리려는 시도가 다름아닌 회화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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