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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정 : 비밀풍경》, 유중아트센터

객원연구원

조혜정 : 비밀풍경
2022.01.06 - 01.15
유중아트센터


<너와나의둘레둘레길>, 2021

  유중아트센터는 《비밀풍경_조혜정 개인전》을 1월 6일부터 1월 15일까지 진행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조혜정 작가는 ‘화가’이자 ‘엄마’로서, 신비롭고 기묘한 풍경들을 선보였다. 아이가 집 안에 어질러 놓은 장난감들이 비현실적인 배경을 뒤로한 채,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고 있는가 하면, 변신 로봇을 캔버스 전면에 그려 넣기도 한다.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서 작가는 육아와 작업, 예술과 일상, 화가로서의 존재와 엄마라는 존재를 동시에 한 화면에 드러내고자 한다. 



전시 전경



  “커가는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는 그 누구보다 행복하지만, 엄마의 정원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꽃에 대한 기억과 꽃에 대한 소망만이 흔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며, 꽃으로 만발할 자식의 정원에 뿌릴 거름만을 쌓아둘 뿐이다. 그 정원에서 가끔 보이는 빛은 어둠의 틈을 힘겹게 헤집고 나온 것이며,…이렇게 엄마라는 존재방식, 서로 깊숙이 연결된 우리 모두의 존재방식은 생소한 환경에 노출되며 끝없이 분열한다.…작가 조혜정은 이러한 삶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느낌을 붓으로 표현한다.” 이재걸 미술평론가는 조혜정 작가의 작업에 대해 위와 같은 말을 남겼다. 화려해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작가의 풍경 속에는 왜인지 모를 긴장감과 낯선 감각들이 머문다. ‘작가인 나’와 ‘엄마인 나’사이의 어딘가에서 생겨나는 ‘어긋남’이 도출해낸 풍경은 자연의 풍경이 아니라, 정신의 풍경이자, 분열하는 정체성 속에서 탄생한 신선한 풍경이 된다.  



<대나무숲 엠버>, 2020


<엠버변신>, 2020


<대나무숲 엠버>, 2022(영상 스틸 컷)

  작가에게는 매일 마주치는 장난감들이 만들어낸 플라스틱의 세계가 비밀스럽고 기묘한 풍경이다. 아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캐릭터들은 풍경 속에 숨어 있는데, 조혜정 작가에게 이들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장난감들은 동시에 무의식이 감추려 한 것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모습으로 표현된다. 한 가지 대상에 대한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반영된 작품을 구현하며, 작가는 우리를 미지의 풍경 속으로 초대한다.



<숲 정원>, 2022 (영상 스틸컷)



<그라스정원의 산책>, 2021



<달토끼 정원 1>, 2022(왼) | <달토끼 정원 2>, 2022(오)

  조혜정 작가의 작업에 모두 장난감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 비슷한 정취를 풍기고 있다. 최근작인 영상작업 <숲 정원>(2022)은 아름다우면서 몽환적인 정원이 모습이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이어지고 있지만, 말소리 대신 알 수 없는 영혼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정원을 가꾸고 사용하는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몽롱한 정서는 이재걸 평론가의 말처럼 “우리를 어디로 인도한다기보다는 우리를 우리가 있어야할 곳으로부터 멀리 떼어내려”고 한다. 또한 평면 작업, <그라스정원의 산책>이나, <달토끼 정원>시리즈에서도 풀숲이 우거진 정원 속에 작은 토끼들을 배치하여, 기묘하고 신선하며 비밀스러운 작가만의 풍경을 제시하고 있다.



<여름밤, 오늘도 퇴근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2020(왼) | <그때그시간>, 2020(오)

  엄마로서, 화가로서, 죽지 않고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삶의 열정을 불태우던 그림 앞에 매일 서보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반쪽자리 낭만을 어깨에 짊어지고”(이재걸 미술평론 中)조혜정 작가는 오늘도 붓을 든다. <그때그시간>, <여름밤, 오늘도 퇴근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는 정적만이 가득한 방 안에 (창)문으로부터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작품이다. 빛은 조심스럽게 바닥에 떨어진 작은 장난감들을 비춘다. 어둠의 틈을 힘겹게 밝히는 빛. 그것은 작가의 삶을 은은하게 비추는 희망이자, 그가 그림을 그리기를 지속하는 이유일 것이다. 

관람 시간 : 10:00-18:00(월요일 휴무)

윤란 rani7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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