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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김흥수 선생님 영전에 바칩니다

최필규

존경하는 김흥수 선생님 영전에 바칩니다

  선생님의 붓끝에서 시작된 저의 길을 이렇게 기록한 글을, 이제는 선생님께서 안 계시는 세상에서 다시 펼쳐봅니다. 얼마 전, 선생님께서 건강이 더욱 악화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선생님께서 오랫동안 더 우리 곁에 계실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선생님께서는 저희 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되셨습니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허전함과 먹먹함이 밀려옵니다.

  중학교 미술실 문을 열 때마다 마주했던 선생님의 모습, 조용히 붓을 들고 계시던 그 모습은 이제 영원히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습니다. 말보다 삶으로, 지시보다 태도로 보여주셨던 가르침의 무게는 선생님께서 떠나신 지금,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그때 씨앗이 되었던 제 인생의 방향은, 선생님의 부재 속에서도 변함없이 그 길을 걸어가야 함을 깨닫습니다.

  망우동 자택에서 나란히 누워 작품 세계의 고뇌와 유럽 미술의 영감을 밤새 나누었던 그 밤의 대화는 이제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예술가로 산다는 것'의 실존적 무게를 처음 느끼게 해 주셨던 그 시간은, 선생님을 향한 그리움으로 채워져 제 가슴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평택을 잊지 않으시고 지팡이를 짚고, 또 아드님의 등에 업혀서라도 제자들의 전시를 찾아주시던 그 진정한 사랑. 그 무거운 발걸음이 바로 제자들을 향한 선생님의 마지막 언어였음을 이제야 절실히 깨닫습니다. 선생님의 마지막 전시가 되어 버린 올 여름의 평택전시에서 휠체어에 앉아 어눌한 말투로나마 제자들을 반기시던 모습에서 느껴졌던 안타까움은, 이제 영원한 이별의 아픔으로 바뀌었습니다.

  선생님은 저희들의 진정한 미술의 뿌리이셨습니다. 그리고 그 뿌리에서 뻗어나간 제자들은 이제 미술대학 교수, 평론가, 교사와 교장, 작가로 선생님의 뜻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도록에 글을 쓰던 순간에도 선생님께서 계셨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글이 선생님을 향한 마지막 편지가 되었습니다. 한 시대를 함께해 주신 선생님의 사랑과 가르침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선생님, 당신은 저의 미술 속 영원한 뿌리이십니다.  붓을 내려놓으신 지금, 부디 하늘에서도 평온히 예술의 길을 이어가시길 빕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영원히 새기는 제자가 깊은 애도와 함께 글을 올립니다.

김흥수 선생님 제자, 서양화가 최필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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