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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흥국생명 사옥에 작품을 설치한 프리 일겐

김달진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 사거리에서 서대문 방향으로 몇 미터 올라가다보면 대형 빌딩 외곽에 검은 철판으로 만들어진 미국작가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망치질하는 사람(Hammering Man)>은 공공미술의 새 지평을 열었고 인지도가 높은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이 작품의 소유주인 흥국금융가족이 11월 13일 신문로 흥국생명 사옥 로비에서 세계적인 조형미술 작가 프리 일겐(Fré Ilgen, 52세)의 작품 <당신의 긴 여행(Your Long Journey)>을 설치, 공개하였다. 로비 전체를 채우는 직경 약 40m, 폭 7m, 높이 4.5m에 이르는 압도적인 규모로 관객의 눈길을 잡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설치작품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로 제작된 이 육중한 조형물은 독일 현지에서 특수 제작된 대형 컨테이너 9개로 포장되어 한국까지 운반한 후 흥국생명 사옥 로비에 작가가 직접 설치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공중에 매달린 구(球), 천장을 따라 흐르는 다양한 형태의 모빌, 바닥의 조형물 등 모두 14개 부분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각에는 구르는 바위, 자라는 나무, 기러기의 비상, 나비와 용 같은 소제목이 붙었다. 이것은 천정에 매달려 있거나 바닥에 세워져 있는 각 부분들을 개별적인 작품이 아니라 단일한 개체로, 하나의 큰 조각 작품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전체적인 컨셉을 구현해준다. 곡선으로 휘어진 형태로 표현되고 있는 역동성은 사용된 재료들의 두께와 방향에서의 대조를 통해 강조되고 확장된다. 여기에 변화무쌍한 곡선에 화려한 색감이 더해져 경쾌한 리듬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일겐은 이 작품에 대해 “때로는 구부러지고 때로는 휘어진 작품의 주요 구성 부분은 우리 삶에 긴 여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나는 이 작품에서 단지 삶의 덧없음이 아니라 거꾸로 온갖 장애와 거센 도전에 맞서 나아가고 성장해가는 삶의 역동성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만물은 변화하되, 동시에 불변의 근본이 있다는 “道”의 사상을 주요 모티브로 한다. 그는 작품에 대해 묻는 질문에 “설명이 아니고 체험을 해야 한다며 작품 설치 공간이 미술관이 아닌 오피스 공간이라 실용적인 공간으로 활용하였다”고 했다. 처음 공간에 들어서서 전체를 보고 다음 작은 작품을 보는데 글씨와 단어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소제목은 상상력을 자극해주기를 주문했다. 운동화 청바지에 중국카라 콤비차림의 일겐은 이번이 한국에 아홉 번째 내방이라고 했다.


프리 일겐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 작가로서 모빌, 스테이블, 그리고 드로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가 즐겨 다루는 주제는 선불교사상이며, 최근에는 칸딘스키의 곡선이 만들어내는 시각적인 착시현상을 굽은 금속과 와이어를 사용하여 나타내는 데 몰두하고 있다. 동양적 사상과 독특한 조형미로 세계적 주목을 받아온 그의 작품들은 베를린, 뉴욕, 취리히, 도쿄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설치되어 있다.



프리 일겐(Fré Ilgen, 1956- ) 네덜란드 태생 작가로, 베를린에서 활동 중. 다수의 개인전 및 단체전에 참가하였고, 저서로 『Art? No Thing! Analogies between Art, Science and Philosophy』(200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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