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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백색풍경(白色風景)

최상선






1985년부터 바람 부는 날 이란 단일 주제로 해마다 작품발표를 하여서 남들은 나를 바람의 화가라고 부른다. 초기에는 황토색으로 고향의 서정을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창작하였고 다음엔 청솔 가지 끝을 스치며 송화(松花) 가루를 날리는 청솔 바람을 그려 청색시대에 이르게 되었다. 거의 추상화에 가까운 작품들이었다. 요사이는 백설이 내리는 설경을 주로 그려 백색시대라고 할 수 있다. 화면에서 현란한 색채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백색을 좋아해서 백의 민족이라고 부른다. 즐겨 써오던 오방색(노랑, 빨강, 파랑, 흰색, 검정)을 보아도 백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색은 모든 색과 잘 어울리고 다른 색을 잘 떠 바쳐준다.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겸손의 색이다. 백색은 빛, 공간, 청순, 결백, 신성, 청결, 순결, 진실을 연상하게 하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색이다. 프리즘을 통해 보여지는 일곱 가지 색을 보아도 흰색은 모든 색을 포용하는 원초적인 빛의 색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현란한 색채가 싫어지면서 백색을 좋아하게 되었다. 갖가지 색을 사용하여 아름다운 자연을 철저하게 표현한 다음 그 위에 흰색으로 점을 찍어가면서 그림을 지우기 시작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림은 어느새 백색의 풍경이 된다. 눈송이 한 알 한 알이 생명을 가지고 하늘나라에서 대지로 내려오는 축복의 메신저가 된다. 설원은 아름답기 이를 데가 없다.

고희의 나이가 되고 보니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음을 비우면서 더욱 순도 높은 백색풍경을 그려갈 것이다. 아무도 걷지 않은 설원을 걸어가면서 족적을 남기고 나의 여정 마지막까지 하나님께 감사하며 나의 길을 외롭게 혼자 걸어 갈 것이다.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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