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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월의 香

방국진

2월입니다.
이마에 흰 눈 두른 먼 산 아래 햇살 점점이 뿌려지고, 여태 잔설인 빈 들판 양지 쪽엔 푸르른 기운이 아슴하게 감돕니다.
계절은 저쪽과 이쪽에 걸쳐 있어서 서운한 뒷맛과 설레는 첫맛을 함께 맛보여 줍니다.
투명해진, 개울의 얼음장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 설핏 들리는 걸 보면, 바람 끝자락에 훈풍 가녀리게 서린 걸 보면, 눈을 감았다 뜬 찰나 어느 행길 모퉁이에 연두빛이 문득 스치는 걸 보면, 계절은 아무래도 첫맛 쪽입니다.
하지만 아직 봄이기엔 너무 일러서 물소리는 실핏줄처럼 가느다랗고 훈풍의 끝은 다시 찬바람입니다.
연둣빛은 너무 여려서 곧 겨울의 빛깔 뒤쪽으로 제 빛을 숨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2월입니다.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은,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것들의 머뭇거림,
아, 생명의 밑그림들이 펼치는 향연, 향연들.
2월은 짧다 짧아서 애타게 아름습니다.

올봄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내 딸 선우의 교복 입은 모습을 떠 올리다가, 설레는 마음에 문득 가슴이 둥당질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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