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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꽃과 여인

김형근

海松 냄새가 맑은 안개 되어 흐르는 남단 바닷가에서 자란 필자는 어머님 가슴 같은 깊고 짙은 향수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지나간 여름 문득 이젤을 들고 비진도(比珍島) 몽돌밭에 앉았다. 웅대한 공간을 머리 위에 얹고 밀려오는 파도는 물보라 되어 자갈 사이로 빠져 내려가는 소리들은 대자연을 연주장으로 그 찬란한 합주를 들으며 한 예쁜 소녀는 내 캔버스 앞에 섰다.

소녀는 자수정 같은 물방울이 얼굴에 맺힌 채 진주빛 꿈을 꾸며 반짝이는 흑진주 닮은 소녀의 눈방울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올 무렵, 해당화 머리에 꽂은 여인상은 완성되었다. 나의 친구 ‘K씨는 무척이나 그림이 마음에 든다고 했었다. 그는 지금에 와서도 그 꽃과 여인의 그림이 뇌리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고 했다. 6호 크기의 이 작품은 멀리 미국의 주이시 변호사가 소장을 하고 있지만 그는 지금도 한국의 여인상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물론 여인상을 그린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삶에 인고와 고뇌를 초월한 여성상 그리고 곱고 아름다운 여인을 그린다는 것,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외국을 자주 나들이 하면서 외국 여인을 많이 보고는 있지만 그 사람들의 모습에선 도무지 정이 가지 않는다. 마치 ‘마네킹’같은 속이 허퉁 비어버린 여인상 정말 싫다. 우리네 여인상에는 잔잔한 핑크색 웃음이 있고 최고로 조형된 선의 흐름과 배분된 면적 높고 낮음이 무리 없이 짜여진 한국의 여인에는 청명한 가을 하늘처럼 맑고 청초한 정감이 흐르는 모습엔 면면이 이어온 한국 여인의 특유한 감정. 그리고 선과 색 되부에 흐르는 윤기는 세계 어느 여인상과는 비길 바가 아니다.

우리들의 여인상에는 공포가 없고 비경의 밀화가 있으며 그 모습에서는 무한한 우주의 움직임을 보며 그 미소엔 꽃 같은 조형이 있다. 그러기에 나는 지금도 변하지 않은 보람이 있다. 창조주의 뛰어난 작품과 더불어 생을 누린다는 것과 화필로 그 여인상을 캔버스에 재창작할 수 있다는 보람 때문에 언제나 행복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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