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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좋은 선생 되기

안규철

미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지 올해로 꼭 10년이 된다. 처음 한동안은 내가 독일에서 학생이었던 시절에 보고 배웠던 대로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을 명료하게 말과 글로 표현하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폭넓게 공부할 것을 요구했다. 학생들에게 과제를 주고 발표를 시키고 오류를 지적하고 책을 읽히고 매주 진전된 작업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많은 학생들이 힘들어했지만, 나는 계속해서 같은 것을 요구했다.


다행히도 그중 몇몇은 이런 과정을 거치며 나름대로 자신의 작업을 찾아갔다. 그러나 더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며 좌절하고 자책하고 방황했다. 그들에 대해서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언젠가 나는 학생들에게 이보다도 더 필요한 것이 자신에 대한 믿음이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이 평범한 사실을 잊고 있던 나 자신을 책망했다. 그때부터 나는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말을 해보라고.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나는 그 말을 들을 것이라고. 다행히도 그중 몇몇은 이런 과정을 거치며 나름대로 자신의 작업을 찾아갔다. 그러나 더 많은 학생들은 무엇을 말해야 할지를 몰랐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는 더더욱 몰랐다. 그들에 대해서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나는 이 두 가지 교수법 사이를 대책 없이 오가고 있었던 셈이다. 둘 중 어느 쪽이 작가를 지망하는 학생에게 더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학생을 혹독하게 조련하기에도, 학생이 저절로 자라주기를 기다리기에도 4년이라는 기간은 너무 짧고, 작가를 잘 가르치는 방법은 어느 책에도 씌어있지 않다. 지난 10년의 경험에서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좋은 선생 되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것, 그럼에도 한 학생이 어렵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내가 좋은 선생이었노라고 착각하기는 아주 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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