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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미술한류 구축에 전략적인 한국미술 아카이브 발전을 위한 제언

안은영

오래 전부터 방문하고 싶었던 김달진미술연구소를 홍콩 미술취재 뒤, 1월 16일에 마침내 방문했다. 홍콩의 아시아아트아카이브(Asia Art Archive 약칭 AAA)는 인사동 길을 연상케하는 골동품점과 화랑들이 밀집된 할리우드 거리의 상가 건물 11층 4,000㎡의 도서실에 디지털자료를 포함해서 34,000여 개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김달진미술연구소는 AAA에 비해 규모나 시설이 결코 뒤지지 않아 보여 감명받았다.


그런데, 김달진미술연구소(2001년 개소)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AAA(2000년)에 비해 국제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은 왜일까? 국제적인 접근성이 빚어낸 차이가 주된 이유이다. 전통한자, 간체, 일어, 한글, 태국어로 AAA에 대해 읽을 수 있고, 자료검색을 할 수 있어 홍콩, 대만, 싱가포르와 전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화교들을 포함하면, 이론적으로 무려 16억 9,3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온라인 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AAA는 홍콩 미술뿐만 아니라 타 아시아지역의 현대미술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국제적이다. 게다가 대만, 중국, 일본, 인도, 필리핀, 태국, 한국 등에 현지 연구원들을 두고, 9개국의 도서관과 미술관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 국제적 네트워크를 확장해나가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계인들이 초대된 워크숍, 강연, 레지던스 프로그램(예, 장혜영중공업 2011년 참가)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적극 펼쳐 AAA의 국제적 인지도를 적극 확산시켜나가고 있다. 이 인지도의 효과로 700만 홍콩 인구 중에 전업 미술가가 20여 명밖에 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필자가 홍콩에서 만난 약 60여 명의 미술계인들과의 인터뷰, 대화를 근거하여 추측하면), ‘풍요로운’ 홍콩 미술의 국제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국미술 아카이브를 위한 지원은 세계화를 위한 필수

작년 10월에 열린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20주년 기념 학술대회 ‘미술사, 쓰기/개입하기?’ 3부와 12월에 열린 ‘아트아카이브와 한국미술’ 세미나에서 한국미술이 아시아 다른 나라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한국 미술 정보의 국제적 유통이 절대적으로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국내미술분야의 아카이브 인프라가 아주 열악한데, 한국미술의 해외 진출 또는 미술한류를 위해서 보다 더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개인의 열정과 집념으로 창설된 김달진미술연구소는 1999년 국내 첫 미술전문 아카이브인 개소한 삼성문화재단 부설인 한국미술기록보존소나 2010년에 설립된 국립예술자료원보다도 실제로 국내 대표 한국미술전문 아카이브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렇게, 국내 미술계가 공감하는 이 연구소의 중요성을 왜 정부는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왜냐하면, 김달진미술연구소도 한국미술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 AAA에 버금가는 공헌을 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과 한국미술정보센터는 한 공간에서 도서관, 박물관, 기록관의 복합기능인 라키비움(Larchiveum)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근현대미술 폭넓은 자료를 수집해 놓았고 근대작가 200명 이상의 작가 스크랩파일이 관리되고 있었다. 박물관 개관 4년 사이 주요 기획전 및『대한민국미술인 인명록Ⅰ』,『한국현대미술 해외진출 60년』,『외국미술 국내전시 60년』,『33 Korean Artists』등 단행본 출판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고 있다. 단지, AAA의 경우를 비추어 볼 때, 이 연구소가 이미 구축한 광범위한 한국미술 자료를 지리적, 언어적 한계를 뛰어넘어 해외에서 한국미술을 연구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재정 지원이 시급해 보인다. 


콘텐츠 산업, 문화 산업 등 창조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비교적 적은 예산 지원으로 김달진미술연구소와 같은 주요 민간 한국미술 아카이브를 미술한류 구축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정치인들이 왜 간과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의 임기 안에 뭔가를 하고 있다고 보여주기 위한 손쉬운 방편으로 생각되어, 이미 포화상태인 비엔날레나, 실제 지역주민들의 활용도가 어떤지를 떠나서, 수십 또는 수백억 원이 드는 미술관, 예술회관의 개관 같은 과시적인 행사에 더 치중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정부는 물론 야당도 진심으로 국가의 미래를 염려한다면, 한국미술을 해외에 널리 알려서, 문화강국의 이미지를 구축하여, 결과적으로 한국의 국제적 경제력을 높이는데, 전략적으로 효율적인 도구인 한국미술 아카이브가 세계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치밀한 장기 지원 정책을 서둘러야 되지 않을까?  



안은영(1963- ) 시드니대 미술이론 석사, 호주국립대(ANU) 미술사 박사, ANU에서 인문대학 포스닥 펠로우와 호주연방정부 산하 호주연구위원회(ARC) 지원으로 연구직 역임. 현 캔버라에 거주하면서 미술사 연구, 미술비평, 전시기획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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