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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ㆍ현대미술로 보는 '해학과 풍자전'

박래경

우리는 지금 첨단기술 발달의 덕택으로 가장 문명화된 역사적 시기를 살고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편리하고 간편한 문명의 이기를 일상적으로 활용하며 과거에 못하던 상상과 생각을 발동하여 이를 서로 공유하며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첨단 과학기술이 산업과 연계되고 그것이 다시 문화와 예술에 투영되면서 오늘의 우리 일상은 여지없이 이들 변화의 한복판을 관통하고 있다 하겠다. 말하자면 급변하는 속도의 시간성속에 우리자신을 맡기면서 매일을 살고 있다는 뜻이 된다.

한편 땅속에 굼벵이가 꾸물거리고 기어 나오듯이, 직립으로 서 있던 인간이 네발로 기어 다니고 싶은 충동이 고개를 들듯이, 사람살이와 세상살이에서 사람들은 엉뚱한 생각과 행동으로 오늘의 세상사에 반격을 가 해 보고 싶은 욕망을 길러 가기도 한다. 긴장과 갈등이 생겨날 수 있는 이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영역이 다름 아닌 해학과 풍자의 세계다. 거기에는 기존의 지배적 힘을 일순간에 반전 시키려는 용기와 재치가 있고 익살스러운 웃음을 터트려서 그 갈등과 긴장의 상태를 화해로 완화 시키려는 윤리적인 힘이 있다.

이렇게 해학과 풍자의 정신적 유산이 유독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오늘의 문명화된 일상은 그런 정신적 유산이 새로운 힘을 받아드려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좋은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서 더욱 풍요롭고 새로운 모습의 해학과 풍자의 문화예술이 창출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안양 알바로시자홀에서 안양문화재단 설립기념전으로 개최되고 있는 <근, 현대미술에서 보는 해학과 풍자 전>은 이러한 우리나라 특유의 유머와 사타이어가 오늘의 미술가들의 작품에서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가를 30명의 작가 작품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2009.5.22-7.12)

가깝고 먼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김홍도, 김득신, 신윤복으로 대표되는 18세기 후반의 해학정신이 검토되고 (김홍도작품으로 추정되는 <수성노인>), 화조도, 고사 인물도, 책거리 그림이 주를 이루는 민화가 출품된 것을 시발점으로 근현대 작가 작품이 다양하게 전시 되고 있다.
먼저 근현대의 작고작가와 원로작가의 작품을 통해서는 특히 붓의 운필과정이나 묵의 농담표현에서 자연물의 현상이나 인간의 행위적 형태를 익살스러운 표현에서 전통을 잇는 여유로운 웃음의 해학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일랑 이종상의 <몽유취원도>(1978)에서는 술병을 들고 소리 지르는 원숭이의 모습이 오히려 익살스럽게 받아드려지며 작가자신이 희화화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반면 같은 작가의 <세상 꼴이 웃겨서>(1980) 에서는 사람 탈을 쓴 사자의 익살스러운 얼굴 표정이 마치 인간사를 꼬집는 듯 풍자적인 자태를 극대화 하고 있다. 이 점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이 익살스러운 웃음을 자아내는 그의 붓질이다.
<그림, 조각, 설치, 사진 등 여러 영역에서 다양하게 보여주는 젊은 작가 18명의 작품에서는 특히 현대인이 삶과 예술에서 다양히게 경험할 수 있는, 인용, 차용으로 우습게 제작하는 조형적 표현기법이나 이질적 요소들의 .혼성모방이라는 표현적 수단이 많이 동원되고 있는 점을 감지할 수 있다. 가령 주제내용에 엉뚱한 조형적 표현이 만남으로서 익살스러운 웃음을 자아내는 신현중의 <공화국 수비대>(2005), 우주만물을 보는 거대시점을 섬유재료와 기법으로 친근하게 만들어내는 정경연의 <불랙홀> (2009), 동물과 인간의 이질 혼합인 서정국, 김기인의 <몽샹> (2007),생명이 잉태되는 현장의 반투명화의 양태근 지도의 공동제작, <터-생명플로린>을 예로 들 수 있다.

흔히 한국인을 현실주의자라 한다. 거기에는 허무가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말 한다. 우리의 해학정신은 허무를 딛고 반전하는 낙천적인 한국인의 성격에서 온다는 것을 말이다.

art & culter 2009.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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