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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태 / 박스가 춤으로 우리를 초대 한다

박래경


박스가 춤으로 우리를 초대 한다
김봉태전 9.8-10.11 로얄갤러리

마치 밤 세도록 저의들끼리 춤추고 노닐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갑자기 멈춘 듯이 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어느 음악가 작품속의 인형들처럼, 생명을 부여 받은 빈 상자들이 춤추듯 움직이는 모습의 그림들이 최근 전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길이가 길건 짧건 간에 6면체의 사각형 상자들이 뚜껑과 밑바닥을 열어 제치고 포개지고 움직이고 춤추듯이 신체의 표정을 풍부하게 짓고 있는 이 그림 전람회는 그간 기지에 찬 조형적 사고를 통해서 추상화작업을 해 오던 중진화가 김봉태의 최근작을 위주로 한 이다( Royal Gallery, 9.8-10.11)

생활 속에서 수 없이 만지고 보아 넘기든 빈 상자라는 모티브가 이 작가의 손과 마음을 통해서 부드럽고 고상한 예술로 재탄생되고 그들 상자 모티브는 더 없이 소중한 작가 작업의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초기부터 모더니즘 계열의 작업을 꾸준히 지켜왔으며 색면추상회화와 기하학적 형태에 집요한 관심을 쏟아 온 이 작가는 한때 창 시리즈로 예리한 선과 단일 색상을 구조적으로 연관시키는 지적인 작업을 해 온 적이 있다. 이번 상자 전시작품에서 내외적인 면의 연관성이나 예리한 면과 선의 관계는 그 같은 창 시리즈의 연관성 상에서 전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단일 단위의 창 계열작품에 비해서 뚜껑과 밑바닥이 활짝 열린 상자계열에서는 작품을 형성하고 있는 면이 훨씬 많아짐에 따라 훨씬 다양한 시도의 필요성을 작가 스스로 만들게 되고 거기에 따라 작가 자신의 조형적인 요구를 탐색해 가는 조형작업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가 훨씬 많아진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노련한 작가의 진면목을 찾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한 여유는 한편 반투명 소재인 플렉시글라스를 작품 사이에 끼어 넣어 글라스 앞과 뒤에 색면을 비스듬히 그려 넣어서 생기는 독특한 반투명의 은은한 입체적 공간감을 만들어냄으로서 그것 자체로서 면으로 이루어지는 화면공간과는 또 다른 공간성을 창출 하게 되고 공간상의 매력적인 여유로움을 한 포인트 더 높이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면과 부드러운 색, 예리한 선이라는 기본적인 조형요소를 통해 경쾌한 조형 놀이를 즐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은은하거나 가득 찬 공간적 여유까지 환기 시키고 있는 이들 작품은 그러나 그 어느 유기적 생명성이라는 은유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그것들은, 마치 춤추다 멎어버린 인형들의 경우처럼, 규칙적인 기본 틀을 가지고 있는 엄연한 오브제, 즉 상자라는 사물로 돌아가 있다는 사실을 환기 시키고 있다. 작가는 마치 상자를 가지고 노는 사람들만큼이나 상자 그림을 가지고 즐기고 싶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고 또 그들과 함께 행복해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 아츠엔 컬처 200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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