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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이광형] 문화부와 문화재청의 차이

이광형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으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평소 즐겨 쓰는 사자성어다. 한국고대사를 전공한 사학자 출신인 최 장관이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또한 전통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법고창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8년 3월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임명된 최 장관의 소감도 ‘법고창신’으로 시작됐으며, 지난 2월 문화재청장에 이어 다시 7개월 만에 문화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된 후 밝힌 소회의 핵심 문구도 ‘법고창신’이었다.

박물관장과 문화재청장 시절 직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도 건배사로 ‘법고’와 ‘창신’을 외쳤던 최 장관은 문화부의 각종 행사에서도 여전히 이 문구를 사용한다고 한다. 고려대 박물관장을 맡은 2002년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을 박물관 최고위과정 수강생으로 초청해 친분을 쌓은 최 장관의 별명은 ‘을지문덕’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거세게 일던 2003년 고구려 역사왜곡 공동위원회 회장을 맡아 민감한 사안들을 을지문덕 장군 같은 선 굵은 캐릭터로 시원시원하게 처리하는 추진력에서 붙은 별명이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회의 때 정상들의 만찬을 유물이 진열된 박물관에서 여는 기획으로 ‘이벤트 관장’이라는 또 다른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가 장관으로 내정됐을 때 ‘낙하산 인사’ ‘초고속 승진’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최 장관은 국회 청문회 및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낙하산은 위에서 내려온 것을 말하는데 나는 밑에서 위로 올라간 것이므로 낙하산과 다르다. 또 초고속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승진도 아니고 천천히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승진”이라고 설명했다.

박물관장과 문화재청장을 거쳐 문화부 장관에까지 오른 첫 사례라는 점에서 그의 입각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문화 체육 관광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부처의 수장으로 업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나갈 것인가에 있다. 취임 50일째를 앞둔 그의 행보를 보면 아직도 박물관과 문화재의 범주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취임 초기 해외 문화유산 환수나 아리랑 세계유산 등재 등 현안에 대해 나름의 정책 방향을 밝힌 것은 장관이 되기 전 적극 추진했던 업무인 만큼 관심을 아예 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는 문화재청장의 역할이다. 박물관 행사도 박물관이 문화부 소속 기관이므로 관련 업무이기는 하나 지나친 관심은 간섭을 낳는다.

문화부의 11월 주요 행사 현황을 보면 ‘세계유산포럼’(3∼4일 해인사), 초조대장경 특별전 ‘천년의 기록, 내일을 열다’(15일 국립고궁박물관), ‘하정웅 기증 유물 특별전’(22일 고궁박물관), ‘왕실 복식 적의’ 학술심포지엄(25일 고궁박물관), ‘창덕궁 금천 물흘리기’(11월 말) 등 문화재청 소관 행사가 다수 포함됐다. 이 중 일부 행사에는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문화부와 문화재청의 업무가 상호 연관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역과 시스템이 다른데, 문화부의 주요 일정에 문화재청 행사를 포함시킨 것은 최 장관의 관심 분야에 대한 문화부 직원들의 ‘충성심 어린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문화부 할 일이 태산 같다. 문화예술 분야만 해도 산하기관과 장르가 얼마나 많은가. 체육계도 평창 동계올림픽 등 현안이 수두룩하고 관광 분야도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최 장관이 전공 분야에 계속 집착한다면 ‘문화재청 장관’이라고 불릴 지 모르겠다.

-국민일보 2011.11.1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5508925&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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