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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雲林山房(운림산방)

김종호

추사(秋史) 김정희는 자신의 제자인 허유(1809~1892)에게 중국 원나라 때의 ‘4대 화가’에 드는 대치(大癡) 황공망과 견줄 만하다는 취지로 소치(小癡)라는 호를 지어주면서 이런 표현으로 극찬했다. “압록강 동쪽에 소치를 능가할 사람은 없다. 나보다 낫다.”

조선시대 후기 남종화(南宗畵)에 일가를 이룬 인물로 그림뿐만 아니라 시와 글씨 또한 걸출하다고 해서 ‘시·서·화(詩書畵)의 삼절(三絶)’로 일컬어지는 소치의 예술적 경지를 전해주는 일화는 이 밖에도 수두룩하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은 자신도 시·서·화의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으나 노년에 스스로를 노치(老癡))라고 바꿔 부르던 소치에게 묵란(墨蘭)을 치고 ‘평생에 맺은 인연이 난초처럼 향기롭다’는 내용의 한문 글씨를 곁들인 서화 한 점을 선사하면서 ‘서화의 대방가(大方家)’라고 치켜세웠다.

소치가 생애의 말년을 그림을 그리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보내기 위해 1887년 낙향하면서 지은 처소가 전남 진도군의 첨찰산 자락에 조성한 ‘운림산방(雲林山房)’이다. 서울대박물관에 소장된 소치의 대표작 중에 하나로 부채에 소담스러운 집과 나무와 산이 어우러지게 그린 1866년 작품 ‘선면산수도(扇面山水圖)’의 소재도 운림산방이다. 본채·사랑채·연못 등으로 조성해 아름다우면서 단아한 품격이 돋보이는 이곳에서 미산(米山) 허형(1862~1938), 남농(南農) 허건(1908~1987) 등 소치의 직계 자손들이 화맥(畵脈)을 이어오면서 각각 소치 못잖은 나름의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최근 진도군이 운림산방의 소치기념관 명예관장으로 임명한 임전(林田) 허문(73) 화백은 소치의 증손자다. 허 화백의 부친으로 요절한 천재화가인 임인(林人) 허림(1917~1942)이 미산의 막내아들로 남농의 동생이다. 한국 남종화의 본거지인 운림산방은 한동안 피폐했으나 남농이 복원해 진도군에 기증했고, 지난해 국가지정 명승 제80호가 됐다. 4대째의 운림산방 주인 격이 된 허 화백은 이곳을 살아 있는 한국화의 성지(聖地)로 가꾸겠다면서 “올해를 운림산방이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발돋움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허 화백의 포부 그대로 실현돼 운림산방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 자산이 되기를 기원한다.


-문화일보 2012.1.20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12001033837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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